한국수어법 시행 4주년 …'농인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한국수어법 시행 4주년 …'농인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0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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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법 여전히 농인의 삶과 동떨어져 있어"
장애벽허물기, 논평 3ㆍ4일 잇따라 발표
한국수화언어법이 오늘인 4일 시행 4주년을 맞았으나 농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장애벽허물기가 논평을 발표했다. (2015년 6월 3일 한국수어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사람들의 모습.) ⓒNews1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한국수화언어법(이하 한국수어법)이 시행된 지 4년을 맞았으나 수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감수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3일과 4일 잇따라 논평을 발표했다.

장애벽허물기는 논평에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안내소가 수어통역을 지원하지 않아 한 청각장애인이 관람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농인 등 감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이 소외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편의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수어통역, 점자 안내, 보청기기 제공 등 정보 접근성 보장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만 실상은 시설 접근성 확보에 다소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어 감수성 부족도 그간 여러차례 지적한 사항이다. 코로나19 정부브리핑 초기, 강원도 산불 재난 방송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장애계가 거듭 요구해야만 했고 화면에 발언자의 모습만 송출하는 문제도 있었다.

한국수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수화의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고 농인과 수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벽허물기는 "한국수어법은 여전히 농인들의 삶과 분리되어 있어 농인들이 수어로 의사를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멀다"고 지난 4년을 평가했다.

장애벽허물기는 정부가 수어에 대한 실태조사, 수어교원 양성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수어법이 농인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법률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하는 장애벽허물기가 발표한 논평 2건이다.

 


 

[논    평]

한국수어법 시행 4주년을 맞으며, 농인을 위한 법률로 거듭나길 바란다.

오늘(8/4)은 한국수화언어법(한국수어법)이 시행한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오랜 세월 농인들은 수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농인 가족은 물론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은 수어통역 서비스의 부재를 만들었으며 수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상황까지 만들기도 하였다. 교육에서조차 수어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장애인단체들의 운동으로 2015년 12월 31일 한국수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2월 3일 정부가 공포함으로서 대한민국의 법률이 되었다. 이후 시행령 제정 과정을 거쳐 8월 4일 법률이 시행된 것이다.

한국수어법 제정 목적에서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수화언어의 발전 및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농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정부는 현재 수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수어에 대한 인식개선 노력도 하고 있다. 수어를 가르치는 교육원을 인증하고, 수어교원의 양성 등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수어를 기초로 한 농교육은 오리무중이다. 공공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공공기관의 이용에서 수어통역 지원도 부족하다. 농인들이 수어로 의사를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아직은 멀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수어에 대한 감수성도 부족했다.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지 않는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브리핑 초기나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이 없어 농인들이 불이익을 받기도 하였다. 지난날 수어에 대한 정부의 모습들이었다.

다행인 것은 장애인단체의 요구로 정부브리핑이나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공식행사 등에 수어통역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정부도 수어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시민들의 수어에 대한 인식에 변화도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수어법은 농인들의 삶과 분리되어 있다. 한국수어법 시행 4년 이를 바로 보아야 한다.

그동안 이루어 놓은 성과가 아니라 한국수어법이 왜 필요한지 돌아보아야 한다. 한국수어법은 만들이 위하여 오랫동안 장애인단체가 투쟁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를 통하여 한국수어법이 수어의 체계만이 아닌 농인의 삶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인의 언어를 넘어 대한민국의 언어로 수어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하여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한국수어법 시행 4년을 맞으며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들이다.

2020년 8월 4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논    평]

문화안내시설에서 청각장애인 등 감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도 보장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갔는데 안내소에서 통역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DDP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서울의 명소 가운데 하나이다. 다중이 이용하는 문화시설인 만큼 장애인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의사소통지원이나 정보에 접근지원은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이다.

19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제정 이후 장애인의 접근성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접근성 정책은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전되지 못하는 내용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설접근에 있어서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시청각장애인인 감각장애인의 정보접근이다.

편의증진법의 목적은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수어통역, 점자제공 등 서비스나 보청기기 등 기기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시설에서 만들어지거나 배포되는 정보(전자정보, 비전자정보)에 대한 접근도 보장할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시설정책이 접근정책에 치중되어 있다. 정보접근 영역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감각장애인들은 일상에서, 지역의 시설이용에서, 문화시설 이용에서 정보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모 공공기관이 “유니버설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을 한바 있다. 정부의 후원으로 이러한 행사를 한다는 것은 장애인의 접근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장벽 제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유니버설디자인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내 정보접근 정책을 소홀히 한다면 진정한 편의시설 정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접근 정책 간에 간극이 벌어져 감각장애인들이 소외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앞서 지적한 DDP등 문화나 여가(안내)시설부터 청각장애인 등 감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접근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고정된 시설과 달리 정보는 운영자에 의하여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시설 종사자에 대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등도 강화해야 한다.

2020년 8월 3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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