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비살인자입니다" 중증발달장애인 아버지의 "절박함"
"저는 예비살인자입니다" 중증발달장애인 아버지의 "절박함"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8.2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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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돌봄의 굴레... 공격성 높은 발달장애 내 아이 "시설, 활동보조인 다 거부"
"제발 중증발달장애인 국가시설 만들어달라" 文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두고 호소
ⓒ청와대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21살 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의 호소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원의 주인공 A씨는 문재인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를 칭찬하는 한편, 치매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것이 중증발달장애인 돌봄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A씨는 "많은 발달장애인을 봐 왔지만 우리 애만큼 증세가 심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2018년 J사에서 방영한 '구호신호 시그널' 방영분을 첨부하기도 했다.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말이나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어렵기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경향이 많고, 대부분 식욕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만인 경우도 많다. A씨의 아들도 키 175cm에 90kg으로 왠만한 성인남성이 제어하기 힘든 체구를 가지고 있다. 

A씨는 "유리창, 문이 깨지는 것은 일반이고 형광등, 가구, 가전제품들도 다 집어던져서 남아나는 것이 없다. 하루에 2~3번은 공격적으로 변하는데 이때 사람을 공격하거나 자해행위를 해서 온 집안이 난리가 난다 "며 토로했다.  

이어 "자해행위가 심해져서 유리창에 머리를 박다가 얼굴이나 몸에 자상도 많이 입었는데, 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하려하면 난리를 치니 전신마취를 해야한다"며 "애 엄마나 나도 몸에 깨물리거나 얻어맞은 상처가 많고, 큰 애(발달장애인)가 집에 있을 때는 중학교 2학년인 작은 애는 방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책은 차에 타는 것이었다. 차에 타면 조금 잠잠해지기에 4년 반동안 무려 22만km를 운행했다고 말했다. "차에서도 공격성을 보여서 앞자리와 뒷자리 사이에 격벽을 설치했는데, 지붕이나 시트는 남아나질 않았고 차 유리도 깨지고 차문도 여러번 깨졌다. 차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봐서 시트도 여러 번 교체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A씨의 아들은 장애학교 고등과정을 마치고 2년짜리 직업교육을 다니며 사설시설에서 돌봐주고 있다. A씨의 지방발령으로 평일에는 아내가 퇴근 후부터 자기 전까지 혼자 아들과 전쟁을 치뤄야하니 발달장애인 부모에게는 퇴근이 따로 없다. 게다가 휴일은 상황이 더 심해진다. 

A씨는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서 아내와 함께 하루종일 애를 보는데 주말이 정말 지옥같다. 코로나때문에 수시로 학교나 시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2년 뒤에 학교 직업과정이 끝나면 전혀 대책이 없으니 눈앞이 깜깜하다"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생활시설을 알아봤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입소기회가 거의 없었고, A씨의 아들이 공격성이 심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경험도 많다. 과거 한 달간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었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아들을 정신병원 폐쇄병동, 좁은 독방에 가두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A씨는 분노했다. "저희 가족은 매일을 이렇게 지옥같이 보내고 있는데, 왜 국가는 대체 도움이 절실한 발달장애 가족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인가"라며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사설 시설도 장애돌봄시설인데 왜 국가의 지원이 전혀 없는지 너무 의문"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 활동보조도 우리 아이같이 힘든 경우에는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다. 1시간 애를 보는 것도 지옥같은데 나라도 그 정도 보수에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A씨의 바람은 하나다. 중증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국가시설을 만드는 것. 2년 후에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 직업과정이 다 끝나면 아들을 돌봐줄 사람도, 대책도 전혀 없어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예비살인자'라고까지 표현한 A씨는 "만약 내가 병에 걸리거나 늙어서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때에는 그나마 남은 가족을 위해 큰 애를 죽이고 나도 죽여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돈은 내라는 대로 다 내겠다. 하루종일 안 봐줘도 좋다. 치매노인보다 수만배 더 필요한 것이 중증발달장애인 국가시설이다"라고 간곡했다. 

현재 이 청원은 9천6백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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