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왜 이래… 30년 노동착취도 '품앗이' 판정
이웃끼리 왜 이래… 30년 노동착취도 '품앗이' 판정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9.2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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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사건에 적용할 별도법 없어… 처벌특례법 시급"
피해자 96.4% 중증장애인, 69.8% 발달장애인… 적극적 사법지원 필요해
이어지는 장애인학대사건 무죄 판정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처벌특례법'이 시급하다며,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소셜포커스 (일러스트=News1)
이어지는 장애인학대사건 무죄 판정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처벌특례법'이 시급하다며,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소셜포커스 (일러스트=News1)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인 학대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장애계의 '처벌특례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되어 재판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장애인 학대 처벌에 대한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장애인 학대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은 근로기준법, 장애인복지법 형법(준사기) 등이다. 학대 사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중증 지적장애인과 유착관계를 맺고 장기간 노동력을 착취하는 죄질 나쁜 사건에도 가해자가 이웃, 지인이라는 이유로 착취를 '품앗이'나 '울력'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장애인학대현황'에 따르면, 장애인학대 신고건수는 4천3백76건이다. 그 중 학대로 판정된 것은 945건(21.59%)이다. 학대 피해자의 96.4%가 중증장애인이고, 장애 유형으로 따지면 69.8%가 발달장애인이다. 학대 유형은 노동착취가 9.9%로 가장 많았다.

(제공=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달 21일, 전남 곡성에서 지적장애인 여성의 성과 노동력을 무려 17년간 착취해온 이웃 주민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 여성이 성관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성착취가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고, 이웃이 일을 시킨 것은 사실이나 노동력 착취가 아닌 '품앗이'에 불과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10년간 노동착취를 당하다 잠실 야구장 분리수거장에서 응급구조된 일명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의 가해자 고물상 주인에게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는 데에 그쳤다. 피해자의 수급비와 임금을 모두 착취한 가해자의 친형에게는 기소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피해자를 도와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므로 "본인 의사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 아니다"라며 고소 효력을 부인했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은 서울 노원구 한 사찰에서 30년간 노동착취를 당한 사건에 대해 "노동 착취가 아닌 협동 관행의 하나인 울력"이라며 끝내 착취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법 절차 지원도 미흡하다. 대다수 피해자가 지적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국선변호인이나 진술조력인 지원이 부족할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합의강요, 위협, 의사왜곡 등을 차단하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법적 근거도 미비하다. 실제로 최근 '원주사랑의집' 사건 가해자가 출소 후 피해자 소재를 찾으며 피해자 소재지 관할 구청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 간 완벽한 격리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 학대범죄'의 정의부터 명확하게 하고,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고 전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에 대한 성착취, 노동착취 등 인신매매성 범죄 구성요건을 새로 만들고, 후견인이나 관련업무종사자 등 특수관계인이 가해자일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부분의 피해자가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 특성을 고려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도 주장했다. 장애인 연금, 보조금이나 임금 등 경제적 착취 사건에 대해서는 친족이라 하더라도 착복 사실을 범죄로 인정하고, 지적장애인 대상 범죄는 공소시효 적용을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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