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한 적 없는 “동의입원”... 절규하는 한 정신장애인의 사연
동의한 적 없는 “동의입원”... 절규하는 한 정신장애인의 사연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0.1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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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없는 지적장애인, 친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 “난 동의한 적 없어”
친동생이 퇴원 요구하자, 병원이 친부에게 연락해 강제입원으로 전환시켜...
당사자가 원하면 즉각 퇴원조치해야되지만, 보호자 거부시 72시간까지 퇴원 거부되
복지부, 동의입원과 자의입원 동일시하며 “강제입원 줄고 자의입원 늘었다”며 보고
금일(1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동의입원제도 폐지와 정신질환자 입원절차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정신장애인의 동의입원이 사실상 손쉽게 강제입원으로 전환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금일(1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지적장애인 오빠를 살려달라”는 동생 C씨의 울분이 울려퍼졌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 A씨(74세)는 정신질환 증세나 치료전력이 없는 지적장애인으로 시설에 거주하다가 친부 B씨와 막내동생 D씨에 의해 2018년 8월 경남 통영의 한 정신병원에 ‘동의입원’ 형태로 입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동의입원'은 자의입원의 한 형태로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입원이 가능하지만, 첫째 동생 C씨는 자신의 친오빠인 A씨가 아버지와 막내동생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의 싸인을 한 것이며, 지속적으로 퇴원 의사를 밝히고 있음에도 병원 측이 보호자(친부)가 동의하지않음을 핑계대며 거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C씨는 "우리 오빠는 정신병동에 있을 이유가 없다.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돕고 싶다"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에 상담을 의뢰했고, 그 달 9일 연구소와 C씨가 병원에 내방해 A씨를 만나게 됐다. 

피해자 가족 진정인 C씨 ⓒ소셜포커스

연구소는 방문했을 당시 A씨가 분명한 퇴원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왜 이 병원에 있어야하냐. 나는 동의한 적이 없다. 머리랑 몸이 너무 아프다. 아버지가 택시를 태워서 강제로 끌고 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이 A씨의 퇴원 의사를 밝히자, 병원 측은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퇴원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고, 연구소는 ⌜정신건강복지법⌟ 42조에 따라 “정신질환자가 퇴원을 신청하는 경우에 병원은 지체없이 퇴원조치를 해야한다”라는 항목을 들어 즉각 퇴원조치를 요구하게 됐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 42조에는 “보호의무자가 퇴원에 동의해주지 않는 경우 72시간까지 병원 측이 퇴원을 거부할 수 있다”는 항목과 “72시간 내로 강제입원(보호의무자입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항목도 있기 때문에, 병원 측은 연구소에서 방문한 다음날 바로 친부 B씨에게 연락해 A씨의 입원 형태를 강제입원으로 전환했다.

진정인 C씨는 “오빠는 정신질환자가 아닙니다. 이미 과거에 아버지가 강제로 집어넣었던 시설에서의 악몽을 병원에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라며 “오빠와 전화할 때마다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두통도 복통도 심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왜 여기에 갇혀있어야하냐고 언제 여길 나갈 수 있냐고 웁니다”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A씨의 첫째 동생 C씨(진정인)의 호소문 ⓒ소셜포커스

동의입원에서 강제입원 즉, 보호의무자입원으로 전환이 되려면 자해나 타해의 위험,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 동의,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한다.

연구소 측은 “A씨의 경우 정신과 치료 전력, 정신질환 증세도 없을뿐더러 이전에 있었던 시설에서도, 현재 있는 병원에서도 자, 타해 위험이 없는 사람인데 친부가 퇴원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A씨를 강제입원으로 전환시켜버렸다”라며 해당 병원을 비판했다.

게다가 지적장애인의 경우 처음에 병원에 입원을 할 때 진정한 의사로 동의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입원 과정에서의 의사 왜곡도 별다른 대책없이 자행되고 있다. 

정부는 2016년에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하면서 자의입원 비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현 ⌜정신건강복지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소셜포커스

염 변호사는 “법 시행 4년째인 올해 자의입원 비율은 수치상 60%대로 높아졌고 대신 강제입원 비율은 30%대로 낮아졌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있는 환자의 수는 여전히 6만5천명 그대로다. 퇴원한 사람은 기껏해야 2~3백명이다. 강제입원에서 자의입원으로 전환한 것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에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분류하면서 자의입원률이 늘어나고 강제입원률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고를 하고 있다. 현재 자의건 타의건 입원 절차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표현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상황에 인지를 하는지 확인해야하고, 의사여부 확인이 어려울 경우 후견인이나 절차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의사결정에 동의를 해야하지만 A씨의 경우는 모든 절차가 무시되고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정신병원에 있는 17%의 동의입원 환자들 대다수가 아마 이런 상태로 강제로 갇혀있는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전국 정신병원의 전수조차를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권오용 정신장애인인권연대 사무총장 ⓒ소셜포커스

권오용 정신장애인인권연대 사무총장 또한 현행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권 사무총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은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졸속으로 처리시킨 법이다. 2018년에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보면 강제입원이 40% 미만인데 퇴원자는 1%도 안되게 나온다. 당시 법 개정할 때 환자들을 지역사회에 가서 자유롭게 치료받을 수 있게 한다고 중독 및 자살 분야 예산을 천 억 가까이 증대시켰다. 그럼에도 한 명도 퇴원을 안 했다는 것이 이 법이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현행법 폐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정말 정신병원에 치료를 위해 입원을 시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신병원 안에는 정신질환자보다 지적장애나 자폐장애 환자들이 더 많다. 불필요하게 장애인 환자들을 장기간 수용하는데 국가의료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다른 국민과 차별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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