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감염병매뉴얼… 장애인 확진자, 여전히 방치
'유명무실' 감염병매뉴얼… 장애인 확진자, 여전히 방치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2.21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활동지원 붙여달라" 남편 호소에도… "통제 안 돼, 팔다리 묶을 수도"
경북 "장애인대책 없다"… 도내 취약계층 집단감염 겪고도 '안일'
포항시의 한 장애인 코로나 확진자가 활동지원사 없이 입원 중이다. 이 환자는 뇌병변·인지 중복장애인으로 제대로 걷거나 스스로 신변처리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의료기관 측은 "통제가 안 되면 인력이 부족해 신경안정제를 투입하거나 팔다리를 묶는 수 밖에 없다"고 보호자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포커스 (사진=News1)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유명무실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매뉴얼'로 인해 장애인 코로나 확진자들이 여전히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A씨(뇌병변장애/인지장애)는 왼쪽 팔, 다리를 쓸 수 없어 지원자 없이 걷거나 균형을 잡을 수 없고 스스로 신변처리도 불가능한 정도의 중증 중복장애인이다. 그러나 A씨는 포항시 내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어 안동의료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 적절한 안전 장치나 의자도 없는 사설 앰뷸런스를 타고 2시간 거리를 혼자 이동했다.

A씨의 남편은 "아내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누군가 꼭 붙어야 한다"고 포항북구보건소 직원에게 수차례 부탁했으나, A씨는 지금까지도 지원인력 없이 입원 중이며, 같은 병실을 이용 중인 환자들이 번갈아 돌봐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들은 2시간에 한 번 방호복을 입고 방문해 약봉지만 주고 갈 뿐 별다른 지원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동의료원 측은 A씨의 남편에게 "혼자서 신변처리가 불가능한데다가 사람이 없을 때는 복도에 나가서 CCTV가 없었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며 "이렇게 통제가 안 된다면 인력이 부족하니 신경안정제를 추입하거나 팔다리를 묶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례를 접수한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6일, 경상북도와 포항시 등 관할 지자체와 의료기관에 △장애인 확진자 지정 의료지원·생활지원 병동·병원 확충 △중단없는 서비스 제공 지원 △돌봄 투입인력 개인보호장비 지원 등 보건복지부 매뉴얼 이행과 돌봄 공백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이은 17일에는 장애인인권단체들이 A씨를 포함해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체계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례 당사자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진정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매뉴얼에 따르면, 활동지원을 받고 있던 장애인은 추가 급여 제공, 제공인력 확대 등을 통해 격리상황에서도 중단없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단체들이 확인한 결과, 경북도청과 포항시의 장애인 확진자 지원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상반기 청도대남병원을 시작으로 장애인·노인시설에서 감염취약계층의 집단 감염 사태를 겪은 지자체로서 안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에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과 그 가족 중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자체의 근본적인 대책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21일 오후 경북도청 앞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