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청각장애예능인연합회… “더 스탠드를 보이콧하겠다” 선언
[소셜포커스 양재원 학생인턴기자] = 미국 CBS의 새 미니 시리즈 ‘더 스탠드(The Stand)’가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의 연예기획사이자 방송 매체인 CBS는 새 미니 시리즈에 등장하는 청각장애인 배역에 청각장애인이 아닌 배우를 선정했다. 이에 할리우드 청각장애인 예능인 연합회는 더 스탠드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더 스탠드는 스테판 킹이 출판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고 있다. 생물병기를 목적으로 개발된 독감 바이러스 ‘캡틴트립(Captain Trips)’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계시록적 재앙이 일어난 이후를 그린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닉 안드로스(Nick Andros)는 여기서 청각장애인이자 언어장애인이며,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생존자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이미 지난 1994년 미국의 방송사 ABC에서 미니시리즈로 방영됐었다. 이때는 한쪽 귀에 청력 손실이 있었던 롭 로(Rob Lowe)가 닉 안드로스 배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러나 CBS가 더 스탠드를 리메이크하며 청각장애가 없는 헨리 자가(Henry Zaga)를 닉 안드로스 배역에 선정했음이 보도되자 많은 청각장애인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청각장애인 예능인 연합회 회원 가운데 70명 이상이 “헨리 자가를 닉 안드로스 배역에 선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Not acceptable)”고 서명했다.
이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Enough is enough)”라며 “우리는 (더 스탠드 시리즈를) 보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불쾌감(Displeasure)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CBS는 지난 해 6월 루더만 재단 서약(Ruderman Family Foundation’s Pledge)에 서명하며 장애인 배우를 위한 오디션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이 서약에 서명한 연예기획사는 미국 내에서 CBS가 최초였다.
청각장애인예능인연합회는 항의문을 통해 “청각장애인 배우 중 단 한 명도 닉 안드로스 배역 선정을 위한 오디션에 초청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닉 안드로스 배역에 헨리자가를 선정한 이 결정은 청각장애인 배우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각장애인 배역과 관련한 신념에 대한 그 어떤 인정도 주어지지 않았다. 청각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단지 들을 수 없는 것뿐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청각장애인 예술인이 CBS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제이드 브리안(Jade Bryan)은 한 SNS 채널에서 “흑인 청각장애인 영화제작자로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옹호한다”면서 “(닉 안드로스 배역에) 적합한 배우를 선정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더 스탠드는 2019년부터 논란을 빚어왔다. 청각장애인 배우 나일 디마르코(Nyle DiMarco)는 작년 8월 한 SNS 채널에 “할리우드는 (자신들이) 다양성을 고려한다고 자신 있어 하지만, 계속 장애인을 (배역 선정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일은 또 “우리는 배역 선정에 대한, 그리고 더 스탠드를 여러 청각장애인 가정에 방영함으로 인한 우리의 불쾌감을 공유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적으로 4억7천만 명의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할리우드 기자는 CBS 측이 청각장애인예능인연합회와 접촉했으며 이 사안에 대해 서로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연예계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를 성취하려는 노력은 계속 있었다.
영국 여배우 자밀라 자밀(Jameela Jamil)은 가벼운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수술로 청력을 회복했다. 이후 자밀라는 한 청각장애인 배역을 거절하면서 “청각장애인에게 이 배역을 맡겨야 한다고 느꼈다”고 배역 거절 이유를 밝혔다.
자밀라는 영국의 기자 연맹(Press Asscociation)을 통해 “여러분은 청각장애인에게 배역을 맡기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영역을 유지하기보다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