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재활원 76명 집단감염 그 후... "3일만에 돌아간 시설"
신아재활원 76명 집단감염 그 후... "3일만에 돌아간 시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1.25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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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확진 18일만에 '긴급분산조치'... 신아재활원 3일만에 불응 "재입소 추진"
현재까지 58명 다시 시설로... "76명 감염된 곳 다시 들어가라니 죽으라는거냐"
송파구청 "재입소 막을 권한 없어", 전장연 "5인이상 집합금지 조치 무색하다"
재입소자와의 통화에 "종사자가 다른 사람과 전화하면 코로나 걸린다고 했다"
거주인들 코로나 감기수준으로 아는 경우 많아, 왜 다시 시설가는지조차 몰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여성공감,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 단체들이 25일 서울시 송파구 신아재활원 앞에 모여 '긴급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농성 선포투쟁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아재활원이 거주인 재입소를 추진하면서 장애인단체와 한 달째 대치하고 있다.

신아재활원은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로 지난해 12월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거주인 114명 중 56명이 확진되고, 종사자 69명 중 20명이 확진됐다.

12월 26일 3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코호트 격리 상태로 12월 31일 65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긴급탈시설'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해왔다. 

"탈시설은 권리! 긴급탈시설 이행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신아재활원 앞에 모인 시위대의 모습. ⓒ소셜포커스

결국 서울시는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지 18일만인 지난 1월 11일 거주인 전원에 대해 '긴급분산조치'를 지시했고, 긴급하게 탈시설이 이루어졌다. 

12월 30일 서울시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로 보낸 공문 '코로나19 집단감염 장애인 거주시설 조치 계획'에도 확진자는 곧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거주인은 긴급 임시거주공간, 지원주택, 자립주택 등을 마련해 분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1월 14일 신아재활원이 긴급분산조치 시행 3일만에 거주인에 대한 재입소를 추진하면서 장애인 단체와의 갈등이 심화됐다. 1월 14일에 음성판정을 받았던 16명이 재입소하면서 1월 24일 기준 58명이 재입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주인 재입소 중단 및 전원 탈시설을 촉구하며 시위대가 신아재활원 울타리 벽면에 피켓을 붙이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의 진은선 팀장은 "시설로 돌아간 거주인들에게 코로나19와 재입소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진 팀장은 "입소자와 정말 어렵게 통화가 연결됐다. 그런데 통화 결과 종사자가 '다른 사람과 전화하면 코로나에 걸린다'라고 했다더라. 코로나를 감기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왜 입원해있는지, 왜 다시 시설에 가는지, 코로나가 무엇인지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시설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폭력이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가 울분을 토하며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25일 신아재활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여성공감 조미경 공동대표는 "우리가 광화문에 천막농성을 진행한지 26일째가 되는 날이다. 신아재활원 긴급탈시설 이행 촉구를 위해서 추위를 불사하고 천막농성을 진행해왔다. '긴급분산조치'도 우리가 투쟁으로 어렵게 얻어낸 결과다. 그런데 고작 3일만에 거주인 재입소가 시작됐다. 일주일도 안되어 58명이 다시 시설로 돌아갔다. 기가막힌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매일 거리두기 문자가 온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강조하면서 신아재활원은 최소한의 방역 지침도 무시하고 재입소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시와 송파구청과 신아재활원 측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신아재활원은 건물 3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6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58명이 입소해있는데,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싶다. 송파구청은 재입소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나몰라라하고 서울시와 복지부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신아재활원 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공유하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준우 소장도 격분한 표정으로 자리했다. 김 소장은 "신아재활원 원장과 대화를 해봤다. 우리는 재입소는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불가피하면 1인 1실로 30명까지만 재입소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장은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만 하더라. 심지어 송파구청은 우리가 현재까지 몇 명이 입소했냐고 물어보니 화를 냈다. 화를 낼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서울시, 복지부, 송파구청 그 어느 곳도 대책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시설이라는 곳이 집단감염에 얼마나 취약한지, 위험한 곳인지 알기에 긴급분산조치를 시행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재입소를 진행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거주인들이 시설에 갇혀서 반 이상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한 달만에 다시 그 곳에 들어가야하는 공포감이 얼마나 극심하겠는가. 지금이야말로 긴급한 상황이다. 언제 또 집단감염이 벌어질지 모른다. 더 이상 거주인들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신아재활원에 대한 긴급탈시설 및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신아재활원에 걸려있는 "안전하게 정리되었고 더욱 노력하여 관리하겠다"라는 현수막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소셜포커스

전장연은 ▲거주인 재입소 즉각 중단과 ▲거주인들을 다른 임시거주시설로 이전할 것 ▲긴급분산조치를 유지하면서 임시거주공간에 있는 해당 거주인에 개인별 탈시설 지원 계획 수립 등을 요구하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신아재활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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