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청이 거액들인 관광시설, 이동약자에겐 반쪽
부산 서구청이 거액들인 관광시설, 이동약자에겐 반쪽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2.22 09: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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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도해수욕장, 100년이 넘은 국내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
쇠락하던 관광시설 정비하여 사계절 복합해양관광지로 거듭 나
거액들여 단장한 거북섬과 해상 송도구름산책로 장애인에겐 반쪽
악조건에서도 무장애 관광시설 확대하는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 돼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은 어디일까?

부산시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으로 개장했다. 크지는 않지만 깨끗한 모래사장과 맑은 해수, 천혜의 주변 경관을 배경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였다. 여행객은 물론 부산시민들의 추억과 낭만이 쌓인 곳이다. 

한동안 주변 시설의 노후화 및 잦은 태풍피해, 모래유실, 수질악화 등으로 해수욕장 및 관광지로서 기능을 잃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서구청이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2,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단계적인 연안 정비사업을 실시한 결과,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그 후로도 2013년 해수욕장 개장 100주년을 맞아, 해상다이빙대 복원과 거북섬을 재단장하여 구름산책로를 조성했다. 또한 오션파크 설치 등 송도지구 복합해양휴양지 조성사업으로 인하여 옛 영화를 되찾고 있다. 2017년엔 해상 케이블카도 설치되었고, 작년에는 용궁구름다리가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사계절 국제해양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송도해변 중에서도 거북섬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높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해변에서 60m 거리의 해상에 떠 있는 약 3,000㎡ 면적의 평평한 바위섬이다. 섬이 바라다보이는 도로 뒤쪽으로 지대가 적당히 높은 곳에 소나무가 우거진 송림공원이 있다.

오래 전에는 이 송림공원과 거북섬을 연결한 출렁다리가 있었다. 그리고 거북섬에는 건물이 몇 채 있었고, 횟집과 카페가 관광객을 끌여들였다.

태풍으로 파손되고 노후된 출렁다리와 거북섬 내 건물은 2002년 연안정비 사업 때 철거되었다. 그리고 해변에서 거북섬까지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도록 다리가 설치되었다. 거북섬의 공간은 민간의 영업시설이 아닌 시민들의 자유공간으로 돌아왔다.

2016년도엔 거북섬과 연결된 양쪽 해수면 위로 365미터의 곡선형 해상 스카이워크가 준공되었다. “송도365구름산책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해상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걸어 들어가는 듯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일부 구간은 다리 아래 수직으로 바다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바닥을 투명한 강화유리로 시공했다. 산책로를 걸으면서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거북섬의 한 가운데에는 젊은 어부와 용왕의 딸 인룡(人龍,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용)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청동 조각상이 세워져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부산서구청의 과거 보도자료를 보면 거북섬 주변 단장에 1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매년 2~300만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거북섬과 해상스카이워크의 절반은 휠체어 또는 유아차를 이용하는 이동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리를 건너 거북섬에 이르면 오른쪽과 왼쪽으로 해상산책로 통로가 나온다. 오른쪽 통로는 장애물이 없이 이어진다. 반면에 왼쪽 길은 지상 위로 구축된 인공터널을 통해 거북섬으로 진입하여야 하는데, 입구는 계단구조로 되어 있다. 바위섬 위에 시멘트로 계단을 조성하였다. 2개의 계단으로 인해 이동약자는 거북섬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구름산책로로 접근할 수도 없다. 어부와 인룡상의 모습 등 거북섬의 풍경도 볼 수 없다.

오래된 시설도 아니고, 수년 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최신 관광시설이 장애인 차별시설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이동약자의 통행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더라면 충분히 경사로 형태로 시공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지형상 어쩔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 차별시설이라는 게 더욱 답답하고 개탄스럽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약칭)에서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즈음 각 지자체들은 고도차가 심한 지형도 무장애 개념과 유니버셜 디자인 등으로 이동약자도 불편없이 관광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곳은 어떤 회사가 설계를 하고 시공을 했는지, 어느 공무원이 이런 시공을 방치하였는지 궁금하다. 그러한 개념이 없는 회사와 공무원들이 다른 공공시설을 세우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국제 해상관광지 부산 송도의 명물, 거북섬과 해상산책로의 진입로는 지금이라도 무장애 시설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

부산 송도해변의 명물 거북섬과 해상스카이워크
부산 송도해변의 명물 거북섬과 해상스카이워크(사진=부산서구청)
송도 해상스카이워크(송도구름산책로)의 야경
송도 해상스카이워크의 야경,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건너편 산책로는 이동약자 금지구역이다.(사진=부산서구청)

 

거북섬 진입을 위한 다리
거북섬 진입을 위한 다리
거북섬 진입 통로, 2개의 계단이 이동약자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거북섬 진입 통로, 2개의 계단이 이동약자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송도 해상스카이워크 위에서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그리고 다이빙대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그리고 다이빙대
2002년도에 철거한 거북섬 출렁다리의 옛 모습(사진=부산MBC 유튜브영상 캡처화면)
2002년도에 철거한 거북섬 출렁다리의 옛 모습(사진=부산MBC 유튜브영상 캡처화면)

* 어부와 인룡의 사랑 이야기 : 옛날 송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젊은 어부가 있었다. 괴물에게 큰 상처를 입은 용왕의 딸을 구하려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용왕이 어부를 거북바위로 만들어 영생을 주었다. 그리고 어부와 결혼하기 위해 인간이 되려다 반인반용(半人半龍)이 된 자신의 딸과 거북섬에서 영원히 함께 하도록 했다. 용왕은 또 두 사람의 못다 한 사랑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청춘남녀에게는 사랑을 이루게 해주고, 사람들에게는 장수와 재복을 나누어주고 있다고 한다. 브론즈 동상에도 이런 전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한 손에는 여의주를 든 아리따운 인룡과 헌헌장부(인물이 출중하고 당당한 사나이)로 표현된 젊은 어부가 마주보고 있다. 금세 눈물을 떨굴 듯 절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뻗고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까지 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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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1-02-22 11:00:16
재단장한것이 불과 10여년전인데 저런 불편시설(계단)로 되어 있다는것이 어이가 없네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게 언젠데... 시공회사와 관계공무원은 장애인단체에서 고발해야 되는거 아닙니까? 그냥 넘어가면 여타 공공대중시설에서 앞으로도 저런 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속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