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꽃 '개표방송'... 수어통역없어서 답답한 건 우리뿐?
선거의 꽃 '개표방송'... 수어통역없어서 답답한 건 우리뿐?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3.08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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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단체 "4.15 총선 개표방송에 수어통역 없었다" 인권위 진정
전문가 좌담, 실시간 개표상황 등 선거방송 긴장감 함께 느끼고파
2022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줄줄이... "내년에도 실망해야되나"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8일 오후 장애인 단체가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는 목소리가 퍼졌다. 8일 오후 장애인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21대 총선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방송사들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 5명은 지난 21대 총선에 불만을 토로했다. 총선 기간동안 길거리 유세에 수어통역사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었지만 정작 출마자들의 정보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은 오롯이 농인 당사자의 몫이었다. 

개표방송에서도 도표·그래프 등 개표상황을 이미지로 제공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방송 중간 전문가 대담과 정세 분석 등 음성언어로 진행되는 부분은 수어통역 없이 알 도리가 없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원심회 노만호 회원은 "작년 4.15 총선 당시 개표방송을 보는데 상황상 여러 내용이 오고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수어통역이 안되니 내용을 알 수가 있겠나. 나도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내가 투표한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결정들이 나왔는지 수어로 알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방송사들은 여전히 "수어통역을 넣을 화면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수어통역 배치를 미루고 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원심회 노만호 회원이 수어통역이 없어 개표방송을 이해하지 못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개표방송은 '공직선거법' 제11장의 '개표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공표하는 것'으로 선거방송의 연장이다. 또한 선거에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다수가 시청하기에 방송사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저명 인사들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방송 3사 모두 '유권자를 위한 방송'을 표방하며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K사는 지난해 71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했고 M사는 '시청자 First(퍼스트)'라는 슬로건을, S사는 '오늘, 우리 손끝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방송 3사 모두 득표 상황을 도표나 이미지로 방영했지만 전문가 좌담 및 선거 설명 등 음성언어로 진행하는 시간대에는 수어통역을 배치하지않아 청각장애인 유권자의 시청권 보장 확보를 게을리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방송사들의 행태는 헌법 제24조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방송법, 한국수화언어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각종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소장이 다가올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전국지방선거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배치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진정인들은 다가올 4.7 재보궐선거 뿐만 아니라, 2022년 대통령선거 및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의 개표방송에도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소장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개표방송을 볼 때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관심을 갖고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내년 큰 선거들을 앞두고 있는데 하루빨리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이 실시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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