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과 역무원의 역할포기로 장애인 차별
지난 토요일, 수원에서 기차를 타려고 코레일 앱에서 무궁화호 열차표를 예매했다. 수원역은 KTX 철로가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주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전동휠체어석이 정상 발매됐다. 이미 휠체석 발매가 되었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승차가 곤란할 경우에는 발매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발매가 되었다는 것은 승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수원역에 미리 도착하여 고객지원실에 가서 휠체어 탑승 장치인 리프트 신청을 했다. 사실 역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로도 휠체어 이용자임을 밝히고, 11:38분 서울행 무궁화 1282열차를 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
리프트 신청을 하면 역무원은 이용자가 탈 열차의 승무원과 미리 연락을 취하여 대비를 하게 한다. 역무원과 함께 승강장으로 갔다. 얼마 후에 기차가 도착하고 많은 승객이 내렸다. 그리고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일반 승객들이 탑승했다.
필자의 리프트 탑승을 도와주기 위해서 함께 왔던 역무원이 기차에서 내린 승무원을 만나고 나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전했다. “여객전무가 그러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손님이 너무 많이 타서 객차 안이 복잡하니 휠체어는 승차할 수 없답니다”라고 전했다.
“아니 이럴 수가 있느냐? 승차권이 불과 20분 전에 정상적으로 발매되었고, 휠체어석이 비어 있을 텐데 너무하지 않느냐? 승객이 아무리 많더라도 6.25때 피난 열차도 아니고, 입석표 발매에도 적정인원이 있을 텐데 손님이 많다고 휠체어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역무원은 “여객전무가 승차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며 매표실에 가서 환불을 받으라고 했다.
강력하게 승차 의사를 밝히고 여객전무에게 직접 항의도 했지만, 그 여객전무는 필자를 열차로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열차는 떠나고 필자는 승강장에 버려지듯 남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의 모든 일정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휠체어 이용자라고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너무 복잡한 곳에 무리하게 승차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이런 피해와 차별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객차가 아무리 복잡했더라도 휠체어 승객이 탈 것이라고 역무실에서 미리 연락을 받았으면 승무원은 당연히 지정된 휠체어 공간에 서있는 승객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는 등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한 공간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입석 손님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면 분명히 입석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휠체어 승객이 도저히 탑승할 수 없을 만큼 불가항력적이 상황이 생겼다면 미리 휠체어석이 발매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입석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휠체어석 발매를 막는 것 또한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무궁화호의 휠체어석은 대부분 3호차에 있다. 따라서 탑승할 일반 승객은 2호차나 4호차 출입문 쪽으로 유도하고 승객이 모두 내리면 3호차 출입문에는 바로 리프트를 연결해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 탑승으로 인한 출발지연 사례도 없어지고 열차 운행도 원활해질 것이다. 그러나 승무원이나 역무원이나 그런 일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그들의 직무태만이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굳어버린 지 오래다.
이번에도 수원역에서 많은 손님이 내렸기 때문에 곧바로 리프트부터 연결했더라면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이처럼 승무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장애인은 엄청난 차별과 피해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