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와 선 긋는 지하철 9호선 승강기
교통약자와 선 긋는 지하철 9호선 승강기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5.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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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대기선, 승강기와 2.5미터 떨어져 표시
고객약자 대기선과 승강기간 거리가 약 2.5m로서 너무 멀리 있으며, 승강기 작동이 불가능하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출구용 승강기 앞의 “교통약자 이용대기”선, 그 대기선은 승강기로부터 2.5m가 넘는 거리에 있다. 거기다가 승강기 열림버튼과는 대각선으로 위치하고 있어서 실제 승강기 버튼 사용이 가능한 위치로부터는 더 먼 거리다.

같은 역에 있는 다른 승강기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승강기 버튼을 이용할 수도 승강기를 먼저 이용할 수도 없는 구조다. 그 대기선에 교통약자가 대기했다간 혼자서는 승강기를 절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승강기 바로 앞에서 대기하던 다른 사람이 버튼을 눌러주고 탑승을 허락해야만 이용하라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바로 앞에서부터 줄을 서게 된다. 그 정도의 거리는 십수명이 대기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교통약자는 그 다음의 비켜난 공간에서 대기하라는 것이 된다. 결국 교통약자는 일반 대기선으로부터 격리당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철도역 등 교통시설에 설치된 승강기는 대부분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이다. 교통약자가 독점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한 우선이용은 보장되어야 한다. 당해 승강기의 벽면이나 주변의 바닥면에도 그러한 안내가 있다. 그러나 그곳의 교통약자 대기선 위치는 오히려 그러한 취지와는 반대인 것 같다. 정작 장애인들에게는 소외감과 불편의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수도권의 다른 지하철과 달리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메트로9호선(주)”라는 별도의 회사가 운영한다.

서울메트로9호선(주)가 작년 6월 어느 일간지에 밝힌 바에 의하면 교통약자에 대한 승강기 이용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시범사업이라고 한다. 이 사업을 위해 공공디자인 전문업체인 ㈜유니인컴과 협업을 통해 “이음등대”라는 개념의 디자인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이나 편의에서 실효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제 교통약자들에게는 오히려 불만 요인까지 되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활동가인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오히려 장애인을 차별하는 구조가 아닐 수 없으며, 안전성이나 편의성에서도 불합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안전을 강조한 것으로 보아 휠체어와 승강기의 충돌방지를 위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멀리 격리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멀리서 대기하다가 막상 승강기 문이 열리면 빨리 탑승하기 위해 전동휠체어가 속도를 내어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승강기와 충돌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안전을 걱정했다.

또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황진하 간사는 “승강기와 충돌방지를 위해서라면 휠체어 대기공간을 멀리 위치시키는 것 보다는 승강기 앞에 충돌방지 시설을 갖추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참조)

한편, 서울메트로9호선(주)는 농협금융지주를 모회사로 하고 있으며 9호선 중 1단계구간인 개화역에서 신논현 구간을 운영한다. 그러나 시설의 소유권은 서울특별시에 있고, 운영결과 최저수익율에 미달하면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9호선 승강장의 승강기 교통약자 대기선
서울지하철의 다른 역에서도 휠체어 대기공간 격리현상이 발견되었다.
다른 곳에서 확인된 승강기 보호대
본 기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철도역 승강기 대기공간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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