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속 실종된 대구 휠체어장애인 가족, “도로 정비 요청 수 차례 묵살”
태풍 속 실종된 대구 휠체어장애인 가족, “도로 정비 요청 수 차례 묵살”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8.1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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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휠체어와 함께 추락 이틀째 수색 중, “비 안 올 때도 위험천만, 차량 진입조차 안돼”
사고현장인 A씨 자택 주변 비포장 도로가 크게 훼손돼 배수관까지 훤히 보인다. ⓒ지역주민 제공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정부·지자체에서 ‘개인 귀책’으로 보고 있는 대구 달성군 휠체어장애인 A씨 실종 사고에 대한 가족의 반박이 제기됐다. 사고에 앞서 배수로가 그대로 노출돼있는 비포장 길을 두고 수차례 보수 작업을 요청했으나 지자체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는 별 안전조치 없이 재난문자 전송만으로 책임을 비켜가는 모양새다. 또, 실종자 가족의 도로보수 요청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2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뇌병변장애인 가족인 B씨는 소셜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도 전동스쿠터를 이용해 집으로 오르는 도로가 위험해 도로 보수를 요청했으나 지자체로부터 거절 당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전에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배수로가 있는 도랑에 바퀴가 걸리거나 떨어진 경우도 종종 있어 렉카를 부른 적도 있다”며 “이날 차에 내린 후 병원에서 타온 약을 비롯해 짐을 챙기는 사이, 순식간에 휠체어와 함께 도랑으로 떨어졌다. 배수로 자체가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크기가 있는 데다 주변 바위까지 있으니 정신을 잃고 순식간에 떠내려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북상하면서 대구 전역에는 오전 내내 비가 쏟아졌다. 달성군에 하루동안 내린 비의 양은 125.5mm로 집계됐는데, 이날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귀가한 60대 뇌병변장애인 A씨는 전동휠체어를 탄 채 집으로 향하던 길에서 참변을 당했다.

A씨의 집은 휠체어장애인들이 탑승하는 특장차량이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비포장 길로 이어져 있다. 이날 A씨가 나드리콜 차량에서 내려 집으로 이동하는 거리는 불과 300m에 불과했는데, 해당 길 바로 입구에 계곡 물을 모으기 위한 배수로가 그대로 노출돼있다.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이 길까지 넘치면서 A씨 휠체어가 물길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들이 지자체 대처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다. 도로 보수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펜스와 같은 안전 시설만이라도 갖췄다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 속 장애인 관련 안전 대책도 미진한 상태다. 당시 대구 전역엔 태풍에 대응한 재난경보가 내려진 상황으로, 하루 동안 가창면 주민들에겐 재난문자 14건이 발송됐다. A씨 가족의 경우 동학산과 척령산 사이 계곡 자체에 인접 거주하고 있음에도 산사태 우려지역이 아니란 이유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휠체어가 필수적인 장애인에겐 별도의 재난 대책이 제시되야 하나, 행정안전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안내는 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정부 재난안전포털 지침 자체도 부재하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은 해당 사고 원인을 ‘개인 귀책’으로 보고 있다. 자연재해로 벌어진 인명 피해가 아니라 개인의 안전수칙 위반 등에 대한 수난사고라는 것으로, 충분한 공적 예방책이 시행됐다고 설명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태풍으로 비가 계속 왔던 오전이 아닌 시간에 개인이 도랑에 빠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역 전체가 태풍경보였던 만큼 재난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시민 모두에게 전송됐다”고 말했다.

또 달성군 관계자는“현재 실종 지점 관련 민원 접수 건 등으로 이뤄지는 도로 관련 사업은 없다”면서 “인사 이동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최근에 제기된) 민원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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