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휠체어장애인 사망사고 뒷북 대응
대구시, 휠체어장애인 사망사고 뒷북 대응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8.29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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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실종 지점에 가드레일 등 설치 추진
수차례 정비·보수 요구한 유가족 ‘인재’ 지적
사고현장인 A씨 자택 주변 비포장 도로가 크게 훼손돼 배수관까지 훤히 보인다. ⓒ지역주민 제공
사고현장인 A씨 자택 주변 비포장 도로가 크게 훼손돼 배수관까지 훤히 보인다. ⓒ지역주민 제공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대구 휠체어 장애인 사망 사고 이후 물에 휩쓸린 실종 지점에 추락 방지 시설물 설치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인명 피해 사고를 막고자 노출된 배수로와 도로를 분리하는 가드레일을 설치한다는 계획인데, 앞서 주민들의 정비 요청을 외면하다 이뤄지는 만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대구 달성군 등에 따르면, 태풍 ‘카눈’ 한반도 북상 당시 뇌병변 장애인 A씨가 실종됐던 가창면 상원리 가창동로 인근에 가드레일 설치 공사가 다음달 시작될 예정이다.

면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통해 레일 설치 범위 등 세부 사업 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단계”라며 “늦어도 9월 중으론 실시할 것”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병원을 다녀오던 60대 뇌병변장애인 A씨는 집 앞에서 태풍으로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A씨는 사흘 만에 실종 지점 하류에 있는 저수지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평소 휠체어를 타야만 이동이 가능했던 A씨는 당시 뇌병변 장애 증상 등에 따른 복용 약을 지어오던 길로 알려졌다. 집 앞까지 이어진 좁은 도로에 진입하지 못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나드리콜’ 차량에서 하차한 후 A씨는 길옆에 노출된 배수구 도랑에 추락하며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족은 해당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본다. 이전에도 집으로 향하는 500m 구간이 휠체어를 탄 채 이동하기 쉽지 않아 여러 차례 지자체에 정비·보수 작업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유가족 B씨는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배수로가 이어진 도랑에 바퀴가 걸려 견인차를 부른 적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자체에선) 예산이 없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에서야 위험 환경임을 인지하고 지자체에서 방지책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공사비로는 올해 군 본예산에 편성돼있는 가창면 도시건설관리 단위 시설비로 편성돼있는 시설비 3억5천만원 가운데 일부가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자체에선 A씨 사고에 대한 개인 귀책 여부를 고심 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재난상황 등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2주 안에 지자체는 현장 사고 원인을 조사·분석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게 된다. 보고서엔 개인 귀책 여부,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자연재난 인명피해’ 여부 등이 공식 판단돼 담긴다. 

태풍 북상 당시 대구에서만 2건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서 군위군에 거주한 청각장애인 B씨의 경우 개인 귀책이 인정된 ‘안전사고’로 분류됐다. “긴급 대피 문자를 보낸 데다, 공무원 등의 (직접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대피하다 사고가 벌어졌다”는 이유다. 이 경우 공식적으로 태풍에 의한 재난사고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달성군은 사고 원인에 대해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다. A씨가 실종된 오후 1시쯤은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 태풍특보가 발효 중인 때로 주민 모두에 중대본 재난문자 등을 통한 위험 안내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실종 지점인 주거지 인근 도로 환경 자체가 열악했다는 것도 주요 고려 사유다. 

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지난주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길도 좁은 데다 노후돼있어 그냥 올라가는 것도 험난한 측면이 있더라.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휠체어가 오르막을 오르는 게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은 이번 인명피해에 대한 ‘공적 책임’을 요구 중이다. 정부·지자체 등의 장애인을 위한 재난 대책 부재로 벌어진 사고라고 지적한다. 

장총련은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재난에 대한 공공 관리 시스템이 없는 데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유형별 대피시설이나 훈련·보호 조치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태풍이라는 죽음 원인을 제공한 자연재해와 이에 대해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과실이 있음에도 ‘개인적 안전사고’로 처리한 것은 억울한 장애인의 죽음과 그 유가족에게 두 번 죽임을 행하는 비인도적 살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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