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뒷짐 지고 장애인 이동권 뭉개“
“정부 뒷짐 지고 장애인 이동권 뭉개“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2.0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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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미비로 장례식장 분향소 평균단차 10㎝
관련법 시행규칙 수 십차례 개정에서도 빠져
서울시내 한 병원 부설 장례식장.
서울시내 한 병원 부설 장례식장.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의 부실입법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모자보건법 개정(본지 1월27일 보도)에 이어 또 말썽이다. 이번엔 장례식장 장애인편의시설 문제로 시끄럽다. 분향소, 접객실 등이 의무설치 대상에서 빠지면서다. 수십 차례 개정에도 해당 내용의 입법보완은 없었다. 정부가 뒷짐지고 장애인 이동권을 뭉갰다는 지적이다.

7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장례식장 1천135개 중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모두 609개(53%)다. 전체 중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71.4%로 가장 높았다. 21곳 중 15곳 장례식장에 설치돼 있었다. 이어 ▲전북 67.5%(50/74) ▲인천 64.1%(25/39) ▲경기 61.2%(112/183) ▲제주 60%(6/10) 등의 순이다. 세종은 6곳 중 2곳(33.3%)만 설치돼 가장 낮았다. 그마저 주 출입구 높이 차를 없애는데 집중돼 있었다. 관련법인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벌칙도 시정명령 후 최대 500만 원 벌금이 고작이다.

또, 내부시설 단차 제거도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분향소와 접객실의 진입환경이 열악하다. 이들 시설 대부분은 10㎝ 가량 단차가 있었다. 관련법이 의무설치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아서다. 현행 장애인 등 편의법상 장례식장의 분향소와 접객실 입구는 출입구가 아닌 내부로 분류된다. 장사법의 이동식 경사로 구비도 권장사항일 뿐이다.

그간 관계부처의 입법보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관련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만 29차례 고쳤다. 지난 1962년 법 제정 후 2년에 1번꼴로 개정했다. 하지만, 분향소나 접객실 단차 제거 내용은 없었다. 

그러자 일각에선 입법정비에 미온적인 정부 책임론이 제기된다. 휠체어 이용자 A씨는 “분향소에 들어가려고 해도 100㎏가 넘는 전동휠체어를 몇 사람이 무작정 들다간 자칫 고장나기 일쑤여서 주변에 도움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시행규칙을 고쳐 단차제거를 의무화 하면 될 것을 수십년 째 미적대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휠체어 이용자도 “최근 친구 조문을 갔다가 분향소 입구 턱 때문에 못 들어가고 머뭇거리자 상주에 업혀 들어간 적이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뒷짐지며 장애인 이동권을 뭉갤 생각만 하지말고 장례식장에 최소한 이동경사로라도 구비토록 해야할 것 아니냐”라고 짚었다.

이에 정부는 유관부서 등과 검토하겠다며 직접 언급을 피했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관계자는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연구와 의견수렴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입법보완이나 재정투입 문제는 관계부서 및 유관기관 등과 신중히 협의 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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