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숨결과 88올림픽의 추억, 올림픽공원
백제 숨결과 88올림픽의 추억, 올림픽공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8.1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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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 역사와 34년 전 올림픽 함성
몽촌토성과 체육시설 어우러진 역사문화공원
올림픽공원의 정문인 '세계평화의문'. ⓒ소셜포커스

[휠체어 공원 탐방기]

한 세대가 지나버린 34년 전 1988년 9월, 서울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제24회 하계올림픽이 이곳에서 화려하게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개발도상국의 위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올림픽이라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당시까지의 역대 어느 올림픽보다 성대하게 치러냈다. 그리고 메달 경쟁에서도 한국은 종합 4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개최국의 잇점이 있었다지만 한민족의 저력에 세계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올림픽공원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142만1천487㎡(43만여평) 대지 위에 건설되었다. 주경기장은 잠실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보조경기장은 이곳에 마련되었다. 

사실 송파구 일대는 한성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삼국시대 백제가 500여 년간 도읍지로 삼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백제의 도읍지로 부여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부여는 백제말기 122년간의 수도였던 반면, 한성은 BC 18년 백제가 건국되고 AD 475년 웅진 천도시까지 493년간 위례성에 수도를 정하고 백제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송파구에 남아있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은 백제수도 위례성의 살아있는 유적이다. 현재의 올림픽공원 남쪽 외곽으로는 위례성대로가 지나고 있다.

올림픽공원을 조성하면서 공원 중심부에 몽촌토성을 먼저 복원하고 이를 중심으로 6개의 경기장을 반원형으로 배치하였다. 몽촌(夢村)이란 ‘꿈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원주변으로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을 비롯하여 4개의 지하철역과 많은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교통접근성이 우수하다. 공원 홈페이지가 잘 꾸며져 있어서 정보접근성도 우수하다. 각종 경기는 물론, 대형 콘서트, 이벤트 뿐만 아니라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CF, 영화 등 야외촬영 장소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올림픽공원도 그동안 체육시설 중심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공원으로 변신을 계속해 왔다.

올림픽공원은 크게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올림픽존, 문화역사존, 익사이팅존, 자연생태존이다. 각 테마별로 다양한 수많은 시설물이 있다. 올림픽존에는 ‘세계평화의문‘, '수변무대' 등 9개 시설물이 있으며, 문화역사존은 한성백제박물관을 비롯하여 몽촌공원산책로, 조각공원, 들꽃마루, 장미광장 등 13개 시설물이 있다. 익사이팅존은 각 경기장이 중심이다. 국제규모의 대형 경기장 말고도 공원 곳곳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35개의 간이체육시설이 있다. 자연생태존으로는 피크닉장, 몽촌해자, 88호수, 야생화학습장, 가족놀이동산 등 19개의 시설물이 있다. 그리고 공원 전역에서 특별히 경치가 좋은 곳 9곳을 골라 올림픽공원9경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올림픽공원으로 들어가는 데는 동서남북으로 총 10개의 문이 있다. 공원에 들어가면서 공원의 위용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쪽에서 ‘평화의문’을 향해서 들어오는 것이 좋다. 공원의 서남쪽에 위치한 ‘평화의문’은 올림픽공원9경중에서도 제1경이다.

88올림픽 기념 성화는 '세계평화의 문' 아래서 아직도 불타고 있다. ⓒ소셜포커스
88 올림픽에 참여했던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소셜포커스
백제의 몽촌토성과 어울어진 올림픽 공원의 배치도. ⓒ소셜포커스
경기장과 생태숲 그리고 역사의 흔적이 어울어진 올림픽공원. ⓒ소셜포커스

이 거대한 조형물은 건축가 김중업씨의 설계로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세워진 것이다. 높이가 24m이고 길이가 62m나 되는 규모로 아름답고 장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한민족의 우수성과 그 저변에 자리한 우리 얼을 표현하였으며, 한국 전통건축의 둥근 곡선을 활용, 비상과 상승의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거대한 ‘평화의문’을 들어가면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는 국기광장을 배경으로 넓다란 ‘평화의 광장’이 펼쳐진다. 국기광장 뒤로는 몽촌호를 사이에 두고 몽촌토성의 조경이 마주 보이고, 음악분수(제3경)와 수변무대 등 올림픽존에 해당하는 시설이 주로 모여 있다. 몽촌호 중앙의 음악분수를 가동할 때는 시원한 물줄기가 최고 30m까지 치솟으며 총 140여곡의 멜로디에 맞춰 수많은 환상적인 모양을 연출한다.

‘평화의 광장’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남단 탐방로(남4문에서 남1문까지)를 따라 이동하면 소마미술관, 조각공원, 몽촌폭포, 한성백제박물관, 들꽃마루(제8경), 장미광장(제9경) 등이 각자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유인한다.

올림픽공원은 훌륭한 조각작품이 많아 세계 5대 조각공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공원의 다양한 장소에서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32개국 36명의 작가들이 참가한 제 1,2차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엄과 66개국 155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초청한 국제야외조각전 초대전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조각품들은 공원 내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모든 조각품에 대한 위치 표시와 설명자료가 있다. 전국에 많은 조각공원이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드물다. 다른 조각공원들이 본받아야 할 사례이다.

소마미술관 건물과 주변에 전시된 세계적 조각작품들. ⓒ소셜포커스
한성백제박물관과 전시물 모습. ⓒ소셜포커스
올림픽 공원의 생태숲과 시민들의 힐링공간. ⓒ소셜포커스

한성백제박물관은 훌륭한 역사학습공간이다. 백제문화뿐 아니라 구석기시대부터 서울 및 한강유역의 고대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백제사람들이 판축기법을 이용하여 토성을 쌓는 모습이 실물 크기로 한눈에 들어온다. 판축기법이란 나무틀 안에 흙을 붓고 다져올리는 방식이다.

각 전시실로 들어가면 백제시대 왕궁을 중심으로 관가와 민가의 모습, 왕의 행차 등의 모습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으며, 몽촌토성 발굴조사에서 나온 많은 유물들도 볼 수 있다. 몽촌토성에서는 백제의 생활문화상을 알려주는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궁(宮)자명 토기 등 백제 왕궁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유물과 주변국가와 교류를 알 수 있는 것들도 많이 나왔다.

공원에서 북쪽의 절반 이상은 몽촌토성이다. 몽촌토성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여 쌓은 성으로 몽촌호, 성내천, 88호수(제7경)가 빙 둘러서 해자를 형성하고 있다. 자연 지형을 이용할 수 없는 곳은 흙을 쌓거나 급한 경사면을 만들기도 했다. 목책으로 된 방어시설도 눈에 띈다.

토성의 탐방로를 따라 돌다보면 울창한 생태숲 사이로 잔디광장이 펼쳐지기도 하면서 도심속에 다양한 힐링공간을 제공한다. 약 2.3㎞의 산책코스에는 호반의 길, 토성의 길, 추억의 길, 연인의 길, 젊음의 길 등이 꾸며져 있다.

이곳에 생태숲을 조성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94종 3천892주의 수목을 기증하였다고 한다.

여름에 방문한 공원은 산책로 곳곳에 나라꽃인 무궁화꽃이 활짝피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또 이 공원의 명물인 4인승 4바퀴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족끼리 이동하는 모습도 가끔 눈에 띈다. 2사람이 앞뒤에서 체인을 밟는 2인승 자전거도 인기다.

몽촌토성. ⓒ소셜포커스
목책으로 방어시설을 갖춘 몽촌토성. ⓒ소셜포커스
공원의 명물인 4인승 자전거와 2인승 자전거. ⓒ소셜포커스

이 공원의 탐방로는 대부분 널찍하고 평평한데다 언덕길의 경사도 완만하여 휠체어나 유아차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들이 산책하기에 양호한 편이다. 다만 일부 시설에서 옥에 티처럼 불편시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특히 공원9경 중 제8경에 해당하는 ‘들꽃마루’의 경우 일반 탐방로에서 접근하는 통로가 몇 개 있는데 한 뼘도 안 되는 단차가 이동약자의 통행을 막는다. 그 외 문제점은 사진자료로 제시한다. 이 공원을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한번쯤 공원 전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미비된 곳은 조속히 개선을 했으면 한다.

제8경으로 알려진 들꽃마루에 접근하는 통로는 모두 휠체어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소셜포커스
공원 내 개선이 필요한 이동자약자 불편시설. ⓒ소셜포커스
박물관 뒤쪽 계단 옆으로 경사로를 두고 있으나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정작 휠체어 통행은 매우 위험하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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