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잔뜩 낀 교통약자 정책
‘거품’ 잔뜩 낀 교통약자 정책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11.0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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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수요예측으로 이용자 경쟁 부추겨
법정대수 산정에 노약자,임산부는 제외
저상버스.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정부 교통약자 정책이 거품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산정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면서다. 수요는 중증장애인으로 묶어두고, 되레 이용대상은 늘렸다. 그러자 이용자들의 차량예약 불만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장애인, 노인, 임산부간 경쟁만 부추긴 꼴이다.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휠체어 탑승 설비 등을 갖춘 전국 특별교통수단은 총 4천74대다. 당초 목표치보다 2% 초과 달성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6년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년)’에서 특별교통수단 도입 목표를 3천979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정대수가 실제 수요를 반영하는 건 아니다. 애초 법정대수 산정과 이용자 기준이 일치하지 않아서다. 현재 법정대수 운행대수 산정에는 중증장애인만 포함한다. 현행법상 특별교통수단 운행대수 기준은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다.

반면, 실제 이용은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버스, 지하철 등 이용이 어려운 65세 이상이 대상이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로 정해 임산부까지 이용자에 포함했다. 전남도, 경남도, 경북도, 강원 춘천시 등 모두 122 곳이 있다.

사정이 이렇자 차량예약 경쟁만 과열되고 있다. 법정대수는 최소화하고 이용대상은 확대한 탓이다. 그러면서 차량 예약·배차 관련 불만도 잇따라 나온다. 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처음엔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하면 20~30분 후면 오던 게 이제 1시간 이상 기다릴 때가 다반사”라며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노약자, 임산부까지 탈 수 있게 하다보니 경쟁만 더 치열해졌다”라고 꼬집었다.

또, 30대 임산부 A씨는 “정부가 애초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를 정할 때 실제 이용대상인 임산부, 노약자 등을 빼고 계산한 탓에 이용에 불편과 혼선만 초래했다”라고 했다.

이런 부작용은 정부 보고서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국토부가 펴낸 ‘2021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특별교통수단 만족도 중 예약·배차 편리성이 57.6%로 가장 낮았다. 승무원 친절도가 67.3%로 가장 높았고, 이용요금(65.5%), 안전운전(64.9%) 차량 내부 청결(64%) 등이 뒤를 이었다. 

안이한 수요 예측으로 정책 비효율을 자초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정다연 책임연구원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와 이용하지 않는 교통약자 모두 휠체어 탑승설비가 구비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함으로써 운영 효율이 저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교통약자 수요 특성에 따른 다른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하고, 지역별 편차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라고 짚었다.

이에 정부는 인구분포에 따른 사회환경 변화 탓을 했다. 국토부 생활교통복지과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교통약자 범주도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교통약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도 보편적인 교통복지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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