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노란 꽃, 구례 산수유마을의 봄맞이
활짝 핀 노란 꽃, 구례 산수유마을의 봄맞이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3.20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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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 노란 꽃으로 물들어
봄의 전령사 산수유꽃 산동면 일대에 활짝 펴

휠체어 명소 탐방기

오랜 세월의 흔적이 서린 돌담과 만개한 산수유꽃이 절묘한 색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셜포커스

차가웠던 무채색의 계절이 동장군과 함께 어느새 물러갔다. 이제는 꽃피는 봄이다. 우리나라의 봄소식은 구례의 산수유꽃과 광양의 매화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산수유꽃이나 매화를 봄의 전령이라고 한다. 한송이 산수유꽃은 그냥 수수하다. 그러나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그야말로 화려한 장관이다. 산수유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한 사랑이다. 이러한 꽃말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에게 산수유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산수유 열매는 여러 가지 용도의 식용으로 사용된다. 붉게 익은 열매를 10월 중순경에 수확하여 과육은 술과 차 및 한약재료 등에 쓰인다. 동의보감 등 한의서에 의하면, 신장을 보강하고, 두통·이명·야노증·냉한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성 기능을 높이는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일까? 한때 산수유 건강식품 회사의 광고에서 나왔던 성을 연상케 하는 대사가 큰 히트를 친 적이 있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에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 마을이 많다. 3월이 되면 산수유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 많은 상춘객이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못했던 산수유 축제가 지난 11~19일 열렸다. 축제가 끝나도 산수유꽃은 한동안 계속해서 볼 수 있다.

산수유 군락지가 많은 산동면은 옛날부터 산수유 나무를 많이 재배하여 소득원으로도 활용되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약 1천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을 오면서 처음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산동이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생각한다. 산동면 계천리 계척마을에는 이때 심은 나무가 지금도 살아 있다. 이 시목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으며, 나무 앞에서 매년 풍년제와 개화식도 지낸다.

공중에서 본 산동면 곳곳의 산수유 군락지. ⓒ구례군

구례 산수유 군락지는 산동면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서시천을 따라 그 주변으로 이어진다. 위안리(상위·하위마을), 대평리(대양·평촌·반곡), 좌사리(상관·원좌·심원·당동), 관산리 등이 그 유역에 있다. 서시천에서 4㎞ 정도 떨어진 계천리(계척·현천)와 원달리(원덕·달전)도 산수유와 관련이 깊다. 이들 마을은 봄이 되면 산수유 천지다. 마을 골목마다 수십 수백 년의 이끼가 서린 돌담과 산수유꽃이 절묘한 색상의 조화를 보이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각 리 단위 마을은 지리산을 한 자락씩 끼고 있어서 면적은 넓지만 민가와 산수유 군락지는 서시천 유역에 몰려있다. 군락지를 구경하는 데는 다양한 코스의 탐방로가 있다. 꽃담길, 사랑길, 풍경길, 천년길, 둘레길 등 코스를 미리 알아보고 둘러보면 전체를 빠짐없이 구경할 수 있다.

각 마을은 저마다의 특색과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계척마을에는 천년묵은 시목이 산동면 산수유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시목나무 주변으로 성체에 둘러쌓인 시목광장이 있다. 원달리의 달전마을에도 300년 묵은 산수유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계척마을에 있는 시목을 할머니 나무라 하고 달전마을에 있는 나무를 할아버지 나무라고 한다.

산수유 숲속의 탐방로. ⓒ소셜포커스
동네 골목과 건물의 벽화가 정겹고 산뜻해 보인다. ⓒ소셜포커스

좌사리 상관마을에는 작은 무인도와 같이 생긴 아담한 야산의 능선을 따라 산수유사랑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산수유사랑공원은 주변도로와 상당한 고도 차가 있으나 정상까지 완만한 경사로 구조라서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의 분지에는 노란 산수유꽃 조형물이 거대한 형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정상에서는 멀리 지리산이 보이고, 주변의 마을과 산기슭을 뒤덮고 있는 산수유 물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산수유사랑공원 정상은 크고 작은 바위와 화목(花木)이 어우러진 조경미를 감상할 수 있다. 산수유꽃이 만발한 원근의 풍경을 조망하다가 벤치에 앉아 공원 안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화·목·석의 아름다운 조화가 힐링의 만족을 배가시킨다.

이 공원을 돌다 보면 산동애가의 구글픈 노랫말이 새겨진 커다란 바위 하나가 눈길을 끈다. 산동애가는 여순사건의 소용돌이에 있었던 민족사의 아픔이 서려 있다. 이곳 상관 마을에 사는 백순례라는 19세 처녀가 죄 없이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남겼다는 노랫말에 곡을 붙여 세상에 나왔다. 산수유는 이 노랫말에도 등장한다.

부자였던 백씨 집안은 5남매를 두었으나 아들 둘이 일제의 징용과 여순사건으로 희생되고 유일한 막내아들마저 부역 혐의로 처형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백순례가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어머니의 부탁으로 막내 오빠 대신 지리산으로 끌려가 열아홉 꽃봉오리 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 노래는 유튜브 세상이 되자 사연과 함께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산수유사랑공원의 풍경, 하단 우측은 필자의 모습. ⓒ소셜포커스
구슬픈 사연이 새겨진 산동애가 노래비. ⓒ소셜포커스

사랑공원 앞에는 산수유문화관이 있다. 여기서는 예전부터 산수유를 가꾸어 온 주민들의 생활상과 함께 산수유의 우수한 효능, 산수유 재배의 역사 등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볼 수 있다.

길 건너 넓은 잔디광장과 야외무대에선 산수유축제 등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다. 야외무대는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당연하지만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돋보인다는 것이다. 광장 한 쪽엔 산수유 상품 판매점들이 모여 있다.

그 옆에는 산수유 숲과 숲 사이로 산책길과 조형물이 잘 꾸며져 있다. 숲속 산책길은 노면의 판석에서 오는 요철 현상이 좀 아쉽기는 하나 휠체어도 전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

좌사리에서 이어지는 관산리는 지리산온천관광단지가 있다.

상위와 하위마을이 형제처럼 붙어있는 위안리는 서시천의 가장 상류에 있어서 지리산 계곡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보는 산수유도 또 다른 별천지다. 인터넷 지도에서 “구례산수유마을”을 검색하면 상위마을이 대표적으로 나타날만큼 의미가 있는 곳이다.

산수유문화관. ⓒ소셜포커스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를 갖춘 산수유공원의 야외무대. ⓒ소셜포커스

각 산수유 마을이 옛부터 내려온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형성되다 보니 완전 무장애 환경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조성한 탐방로나 시설에도 가끔 단차나 계단 및 징검다리 등으로 인해 통행이 어려운 곳도 자주 눈에 띈다. 사진 설명으로 대신하니 구례군에서는 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산동면 산수유 군락지 전체를 둘러본 것은 아니므로 이 외에도 장애인 불편시설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산동면 산수유마을을 방문하기 위해선 전라선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까지 가서 순천이나 구례의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전남은 교통약자 콜센터가 1899-1110번으로 통합되어 있다.

그런데 왜 구례역이 아니고 “구례구역”인가? 구례지역은 철도가 지나가지 않는다. 구례구역은 순천시 황전면에 소재한다. 역사를 나와 다리를 하나 건너면 구례 땅이다. 구례 입구에 있는 역이라 해서 구례구역이다. “구례입구역”이라 했으면 금방 이해가 될 텐데 한 글자를 줄이다 보니 좀 이상한 이름이 되었다.

가파른 언덕길에 경계턱 등 안전시설이 없어 휠체어가 내려오다 도로 옆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 ⓒ소셜포커스

 

통행로의 단차, 요철이 심한 탐방로, 계단과 징검다리는 휠체어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소셜포커스
단절된 보행로, 법정각도(4.8도)를 훨씬 넘는 가파른 경사로는 이동약자의 통행을 어렵게 한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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