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온천관광단지, 장애인 ‘배척’
구례 산수유·온천관광단지, 장애인 ‘배척’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3.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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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소·음식점, 문턱으로 휠체어 출입 불가
구례군, 유니버셜 환경 조성 의지·관심 ‘태부족’

한국의 봄은 전남의 구례 산수유마을과 광양의 매화마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수유꽃과 매화는 봄의 전령사다. 개화기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매년 3월 초가 되면 두 곳 모두 전국에서 모여드는 상춘객으로 활기를 띤다.

3월이 되면 꽃축제가 열리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봄꽃의 개화기가 남부지방에서 시작되는 만큼 남도의 산수유축제와 매화축제가 그 시작을 알린다. 금년에도 3월 10~19일 2곳에서 동시에 축제가 열렸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4년 만에 축제도 재개돼 두 지역에는 사상 최대 관광객이 몰렸다고 한다. 여기에는 휠체어나 유모차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들도 많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앞서 ‘활짝 핀 노란꽃, 구례 산수유마을의 봄맞이’(본지 2023년 3월 20일 보도)  칼럼에서도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했다. 구례 산수유 군락지는 산동면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서시천을 따라 그 주변으로 이어진다. 위안리, 대평리, 좌사리, 관산리, 탑정리 등이 그 유역에 있다. 면적으로도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중 관산리와 탑정리는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로도 유명하다. 많은 숙박업소와 먹거리촌 등 상가가 모여있는 곳이다. 산수유를 보러 온 관광객들도 대부분 여기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러나, 휠체어·유아차 이용자 등 관광약자에게는 최악의 환경이다. 숙박업소와 음식점은 많지만, 대부분 입구 계단이나 문턱으로 인해 휠체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필자는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 지도상 로드뷰로 모든 숙박업소를 검색해보고 전화로 확인 해 봤지만 무장애 숙소는 찾아내지 못했다. 무장애 숙소는 아니지만 입구에 경사로를 갖춘 곳(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을 겨우 찾아서 예약을 했다. 화장실 등 다른 편의시설은 둘째 문제고 우선 객실까지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도 찾아야 했다.

그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지리산온천먹리타운”을 비롯하여 주변 식당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모두 한 뼘도 안되는 문턱으로 인해 필자가 들어갈 곳은 없었다. 편의점, 약국, 모두 마찬가지였다. 온 마을을 헤맨 끝에 문턱없는 식당을 겨우 찾아 아침을 해결했다. “이대순두부전문점”이었다. 문턱없는 식당은 또 하나 있었다. “섬진강변다슬기”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곳에 와서 수 많은 식당 중 순두부와 다슬기가 아닌 다른 메뉴의 식당을 찾는다면 이는 지나친 사치일까?

구례군은 지리산온천단지와 산수유군락지를 중심으로 매년 축제를 열고 전국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많은 예산을 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곳에 이동약자들도 많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일까?

모두 민간시설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그러나 지자체가 해야 할 일도 매우 많다. 먼저, 관광특구 소재 업소나 상인단체 등을 대상으로 무장애 관광지 조성을 위한 캠패인 등 행정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점 출입구 문턱 하나 제거하는데 단 몇십만원이면 된다. 인터넷으로 이동식 경사로를 조회하면 단차 높이나 구조에 따라 단 몇만원이나 몇십만원이면 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업소들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관할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다.

구례의 지리산 온천·산수유 관광단지에 소재한 다수의 소규모 업소는 관계 법령(장애인등편의법)에 의한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은 꼭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처럼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법정의무가 없는 소규모 업소들의 편의시설 설치 촉진을 위해 지난 2017년 12월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을 내렸다. “국가·지자체는 「장애인등편의법」등에 따라 민간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부담 경감 및 설치촉진을 위한 지원의무가 있으므로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개선방안 마련 및 편의시설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제 구례군도 나서야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를 이동약자가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부끄러운 지역으로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장애인도 관광하면서 구경은 물론, 밥도 먹고 쇼핑도 필요하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는 더 편리한 법이다.

이에 구례군은 관련 계획도 없이 여전히 수동적이다. 주변에서 정책제언을 해 오면 그제야 나서겠다는 식이다.

군 문화관광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무장애관광지 조성을 위한 별도 계획이나 민간시설에 대한 지원계획은 없지만, 좋은 제안을 해주면 온천상가 협의회 등과 협의하고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불편시설을 방치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서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례군은 올해 소상공인 경영환경 개선 지원을 위해 대상 사업자를 공모하여 업소당 300만원씩 지원한다고 한다. 기왕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마당에 지원금의 일부라도 음식점 등 가급적 일반 대중들이 이용하는 공중시설의 접근성 개선에 우선 사용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관광지의 이동약자 접근성 문제는 비단 구례군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자체의 장이나 관계 공무원 및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음식점의 한뼘도 안되는 문턱하나, 이동약자에게는 장벽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한 숙박업소와 약국. ⓒ소셜포커스
어렵게 찾아낸 휠체어 출입가능 식당.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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