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재난대응은 없다
장애인을 위한 재난대응은 없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8.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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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대구서 장애인 2명 사망, 국민포털 등 장애인용 재난안전 지침 없어
‘부처별 칸막이’에 가로막힌 가운데 복지부 6차 계획 통해 “지자체 제공 독려”
지난 10일 태풍 ‘카눈’에 따른 집중호우로 하천 제방 둑이 터지며 물에 잠긴 대구 군위군 효령면에서 60대 청각장애인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A씨가 ⓒ연합뉴스
지난 10일 태풍 ‘카눈’에 따른 집중호우로 하천 제방 둑이 터지며 물에 잠긴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서 60대 청각장애인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침수 피해를 입은 A씨 소유 차량과 거주지 모습.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태풍·폭염 등 재난 발생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정보 재난안전정보 제공은 미진하기만 하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조차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재난약자는 배제된 상태다. 그사이 대구에선 태풍으로 각각 청각과 뇌병변 장애가 있던 주민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난발생 시 대응요령 정보를 제공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안전디딤돌’ 등에는 장애인과 어르신 등 재난약자에 대한 별도 대응 매뉴얼은 없다.

포털을 운영·관리 중인 행안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누리집이나 앱을 통해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손말이음 등 정보 전달을 위한 서비스는 하고 있으나, 장애인 등 재난약자를 위한 지침은 없다”면서 “세부 재난 매뉴얼은 각 부처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포털은 지난 2016년 모든 국민에게 재난뉴스와 기상정보 등을 통합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집으로, 이전까지 기관별로 나눠 관리해 온 재난 정보를 한곳에 모은 ‘통합재난안전정보체계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대표적으로 태풍·폭염과 같은 자연재난을 비롯해 사회재난·생활안전·비상대비 등 4가지 분야별 정부 공식 ‘국민행동요령’을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재난경보가 내려질 때 대피명령 등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안전디딤돌’과 연계된 시스템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엔 장애인을 비롯해 어르신과 아동 등 이른바 재난약자를 위한 별도 지침은 없다. 화면 확대·축소 기능이나 ‘음성 읽기(스크린리더)’와 ‘손말이음’ 등과 같이 기본 지침을 전달하기 위한 서비스만을 제공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장애인 등에게 도움될 수 있는 유형별 대피 요령과 같은 정보는 갖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미 국비 등을 투입해 만들어진 재난약자 관련 지침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장애계를 중심으로 유형별 맞춤형 대응요령의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해 왔고, 정부는 2017년 ‘장애인안전종합대책’ 등을 수립하며 안전 제도 수립을 고민했다.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정보 제공할 방법은 물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연구한 보고서들이 산재해있는 중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19년부터 보고서 외에도 영상 등을 통해 ‘재난안전가이드’를 만들어왔다. 행정안전부 책임운영기관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도 ‘안전취약계층 재난대응 안내서 안전디자인 프로토타입 개발(2021)’, ‘장애인·노인 대상 재난정보 및 대피지원 시범모델 개발(2020)’, ‘장애인 취약특성을 고려한 재난대응 매뉴얼 개발(2019)’ 등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그런데도 사실상 ‘칸막이’를 넘지 못한 채 정부 공식 지침 등으론 활용되지 못하는 중이다.

때문에 장애계에선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장애전담 조직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수연 한국장애인개발원 자립지원연구팀 연구원은 ‘장애인 재난안전 정책에 관한 탐색적 고찰’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정책이 부처별로 산재해 있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협조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제도의 사각지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장애인법(ADA)와 같이 장애인 정보 접근, 긴급대피소 정보, 보조금 안내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미국 장애 전담조직인 통합조정부서(ODIC) 등으로 장애인들에게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참여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듯 전담 조직 신설과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자체에 장애인 관련 대책 수립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올해 내놓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을 통해 ‘장애인 재난안전대응체계 강화’를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개선 필요사항으로 “장애인 재난안전 정보 관리와 대피·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에 독려한다”고 언급했다. 

그 사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카눈’으로 장애인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10일 대구 군위군에 거주하던 60대 청각장애인 A씨는 제방이 무너지며 밀려온 물살에 휩쓸려 주거지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또 달성군에 사는 60대 뇌병변장애인 B씨는 집 앞에서 휠체어를 탄 채 실종됐다가 사흘 만에 하류에 위치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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