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교육이 망하는 이유? 편견때문!"
"농교육이 망하는 이유? 편견때문!"
  • 정혜영 기자
  • 승인 2019.06.1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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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교육의 현황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
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교육의 현황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곽정란 강남대 특수교육재활연구소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정혜영 기자] =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여영국 국회의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자립생활지원센터 WITH,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한국농교육연대,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열린네트워크 서울지부 공동 주최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농인의 학습권 보장과 수어로 배울 권리라는 주제로 강남대 특수교육재활연구소 곽정란 연구원과 한국농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한국구화학교 이현주 교사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한국복지대학교 허일 교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정책팀장, 소보사 대안학교 김주희 대표교사, 인하대학교 윤은호 박사, 청각장애인 박민영씨(숙명여대 4학년)가 참석했다.

◆ 교육자와 학생 모두가 힘든 교육 현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곽정란 연구원은 “농학교의 수는 2007년 17개교에서 2017년 14개교로 줄어들었다”며 농인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 한국의 학교 교육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과 비장애학생들에게 수어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한국수어를 교육언어로 하는 농학교가 확대되어야 하며, 농학교 교사의 수어 능력문제 향상과 함께 농인 교사 양성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구화학교 이현주 교사는 “장애와 학년 구분 없이 한 교실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는 우리나라의 농교육 현장에서는 교과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일 한국복지대학교 한국수어교원과 교수. ⓒ소셜포커스
허일 한국복지대학교 한국수어교원과 교수. ⓒ소셜포커스

그는 또 “일반학교에 재학중인 농학생에게는 수어통역, 속기, 학습지원이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가르치는 선생님과 배우는 학생 모두가 지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근본적 인식 개선만이 장애교육 바꿀 수 있다

한국복지대학교 허일 교수는 “농학교 교육이 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청각장애와 농’이라는 편견 때문”이라며 “미국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소리를 못 듣는 사람이 아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말한다”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근본적으로 인식을 바꿔야 농교육이 살길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애를 받아들이는 단계가 말기암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단계와 동일한 이론을 적용해서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런 이론을 적용하는 사회복지, 특수교육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후 “청각장애 교육전문 특수교사가 아닌 ‘청각장애학생’ 교육 전문교사, 더 나아가 ‘볼 수 있는 학생’ 교육 전문교사를 양성해야하고 농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와 활동 그리고 사람을 변화시켜나가야만 농인을 위한 장애교육이 발전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 청각장애 당사자로 참석한 숙명여대 재학중인 박민영 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이 100이라면 그중 내가 아는 것은 5%”라며 “학습지원을 통해 받은 것은 고작 필기통역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박민영 청각장애인(숙명여자대학교 4학년). ⓒ소셜포커스
박민영 청각장애인(숙명여자대학교 4학년). ⓒ소셜포커스

그는 “난청와우 수술을 했다 해서 장애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들의 인식이 변화가 있었으면 하고 농과 청을 구분지어 교육을 제공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이한우 과장은 “장애학생들이 본인의 끼를 살릴 수 있도록 예술학교를 2022년에 부산지역에 설립할 예정”이라며 “특성화고등학교도 공주대학교 부설로 추진중에 있다”며 교육부입장을 밝혔다.

토론을 마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농아학생과 관련 단체, 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부모님도 제 동생도 저도 모두 농인”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대학생 김모씨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조직구조 모든 것을 비판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서울농학교를 졸업할 당시 33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3명만이 대학에 진학, 그중 단 한 사람만이 대학을 졸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인 선생님들이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니려면 수화통역, 속기 등 학습지원이 잘 돼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농인이라 해서 교육을 받을 권리에서부터 차별을 받아야하냐”며 지적한 후 “농아인 교육이 잘 되려면 농인 교사들, 똑똑한 농인 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장애계 관계자는 “장애 교육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농학생의 수어학습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고 수어를 교양과목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애가 하나의 큰 벽이 돼 소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계와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참석한 한 청각장애인이 속기 서비스를 통해 토론회를 보고 있다. ⓒ소셜포커스
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참석한 한 청각장애인이 속기 서비스를 통해 토론회를 보고 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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