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 또 다른 장애등급제일 뿐이다!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 또 다른 장애등급제일 뿐이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4.1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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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故송국현씨 기일 맞아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외치며 기자회견
종전 1~6급→12~15구간, 1구간 장애인 없어…11구간까지 ‘유명무실’
단독 법안 상정·예산 심의 가능한 거대 여당, “응답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故송국현씨의 기일을 맞아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던 그 날, 우린 국현이형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염원하던 등급제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등급제는 남아있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희정 활동가. ⓒ소셜포커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희정 활동가가 함께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위해 투쟁하던 故송국현 씨에게 띄운 편지 구절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故송국현 씨의 6주기를 기리고 정부의 엉성한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판하기 위해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17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인은 지난 2013년 10월 24년만에 탈시설했으나 장애등급 3급 판정을 받고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한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이듬해인 2014년 4월 13일 거주하던 체험홈에 홀로 있던 중 발생한 화재에 대피하지 못하고 중상을 입은 뒤 17일 사망에 이르렀다.

그는 등급판정 이후 2차례나 재심사를 신청했지만 동일하게 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의 중복장애 3급으로 판정받았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조차 없었다. 고인을 진료한 의료기관에서는 1급을 받기에 충분한 중증장애라는 소견을 밝혔으나 당시로부터 2년간 장애가 심해졌다는 의료기록이 없다며 의료진의 의견조차 무시당했다.

전장연은 그의 죽음이 장애인 인권보다 행정 편의를 먼저 고려하는 장애등급제의 맹점으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고인이 사망한 후 약 5년을 투쟁한 끝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쟁취했으나 정부는 또 다른 장애등급제를 도입해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외쳤다.

 

■ 활동지원 16시간 제공?…“정부가 거짓 약속 덮으려 종합조사표 조작했다”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 전문고시 개정 위원회 박경석. ⓒ소셜포커스

지난해 장애등급제를 폐지로 정부는 종전 1~3급 장애인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4~6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분류했다.

기존 등록장애인에 대한 등급 재심사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활동지원, 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기준이 필요했다. 이에 복지부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를 내놓았다. 이 조사방식은 가장 심한 장애를 1구간으로 정하고 장애 정도를 총 15개 구간으로 나눈다. 신규 대상자와 등급 판정 후 3년이 지난 장애인이 조사대상이 되었다.

전장연이 말하는 이 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1구간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서비스지원종합조사표 전문고시 개정 위원회 박경석은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 하루 16시간 제공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2만4천여명 중 단 한 사람도 1구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 제공하겠다는 거짓 약속을 은폐하기 위해 “정부가 종합조사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가 2월 발표한 제3차 회의자료에서 1구간에서 11구간까지는 전체 심사대상의 15%에 그쳤고, 전체 심사대상의 85%는 12에서 15구간 또는 구간 외 장애인으로 분류되어 있다. 전장연은 “종전 장애등급 1급부터 6급이었던 사람들이 12~15등급 사이로 배치되었다”면서 사실상 “1구간부터 11구간은 유명무실”이라고 꼬집었다.

최용기 회장. ⓒ소셜포커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정부는 잠자는 8시간은 횔동보조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데 중증장애인은 자는 동안 체위를 바꿔줘야하고 화장실도 가야한다”고 24시간 활동보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는 동안 불이 나거나 누가 찾아왔을 때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정부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16시간조차 중증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 ‘슈퍼 야당’ 민주당, 공약 지켜라...장애인예산 없다더니 긴급재난추경은 몇천억?

발언하는 서울장차연 문애린 상임대표. ⓒ소셜포커스

“장애인을 위해 쏟을 돈이 없다던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 추경예산으로 몇십조, 몇천억 쓰겠다고 얘기합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언제 죽을지, 언제 센터에서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왜 (예산을) 내어주지 않습니까?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상임대표가 발언 중 정부의 주머니 사정 호소는 장애인 예산에만 국한되어 있었음을 지적했다.

지난해 전장연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따라 예산을 대폭 확충할 것을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이에 복지부는 장애인예산을 2019년 약 5천6백억원, 2020년에는 5천억원 증액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체 측은 19년은 등급제 폐지가 시행된 7월부터 6개월간 쓰일 금액, 20년 예산은 1년간 쓰일 금액이기 때문에 정부의 증액 발표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사회자는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의 180석을 차지하는 거대 여당으로 스스로 법안을 상정하고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이미 어제인 16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장애인 정책 면담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끝으로 전장연 측은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중증장애인들은 이미 코호트 격리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소리쳤다. 제도의 미비로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삶을 코호트 격리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계산기 두드려 ‘넌 10시간, 넌 3시간’ 말이 되느냐”고 토로하며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연령제한 폐지를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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