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 12cm... 장애인에겐 죽음으로 가는 틈새
지하철 승강장 12cm... 장애인에겐 죽음으로 가는 틈새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29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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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련, "신촌ㆍ충무로역 승강장 사고 소송" 법원 판결 규탄 성명서 29일 발표
'간격규정' 전에 역사 준공되어 개선 어렵다...? "현저히 곤란한 사정"있으면 차별도 무마되나
신길역 리프트 추락사고에 분개한 장애인들이 지하철 내부에서 행진 시위를 펼치고 있다.
2018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신길역 리프트 사망사고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사과를 촉구하며,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서울시청역까지 열차에 줄지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시위를 벌였다. ⓒ소셜포커스(사진=뉴스1)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휠체어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승강장 단차에 걸려 사고를 당해도, 법원 측이 장차법상 면책사유가 된다며 서울시교통공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문제가 된 역사는 신촌역과 충무로역이다. 지체장애인 전씨는 휠체어바퀴가 충무로역 승강장 단체에 걸려 몸이 튕겨져 나가 뒹굴었고, 장 씨는 신촌역 승강장에서 하차하던 중 휠체어 앞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어 곤란을 겪게 됐다. 

이들은 승강장 열차 간격이 10cm를 넘거나, 단차가 1.5cm를 초과하는 구간에 안전발판 등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사고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시정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간격규정'이라는 것이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령'으로 처음 신설되었지만, 신촌역은 1984년, 충무로역은 1985년에 각각 준공되었기에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것.

또한 '안전발판' 설치 여부도 차별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과 교통약자법'에 도시철도차량이 제공해야하는 편의 내용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제외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원은 "법적 근거가 설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서 규정한 차별해제 조건인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판결을 지었다. 

장애인 단체들은 분개하고 나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은 "비장애인들은 한 걸음이면 족히 건널 수 있는 12cm의 간격에 장애인 당사자들은 목발이 빠져 고꾸라지고, 휠체어 바퀴가 끼어 몸이 튕겨져 나가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져도, '법의 이름'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울교통공사 측에 "대체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라는 게 무엇인가?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향하고 책임져야할 공사가 얼마나 곤란한 사정이 있어서 고작 12cm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장애인 당사자가 승강장 바닥을 나뒹구는 위험한 현실을 외면하는가. 누군가 죽고, 여론의 비판이 있어야 그제서야 개선에 나설 참인가?"라며 비판했다.

장총련은 이번 판결을 규탄하고, 나아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장애인단체와 국회 등과 연대하여, 해당 사건을 언론에 고발하고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하 장총련의 성명서 전문을 공개한다.

 

지하철 승강장 간격 12센티, 장애인에겐 죽음으로 향하는 틈새다.

- 법의 이름으로 판결한 정당한 차별,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한 삶을 위협한다 -

이 땅의 법원은 또다시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 하는 판결(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 사건 2019가합 108198 차별구제청구, 재판장 박미리)을 하였다.

처연하고 부끄럽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들은 열차와 승강장 단차에 걸려 넘어지고,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걸려 고꾸라지는 상황을 법원은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은 장애인 당사자의 염원을 ‘법의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았다.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12센티, 그 한 뼘의 간격이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어쩌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법원은 외면했다. 비장애인들은 한 걸음이면 족히 건널 수 있는 그 12센티의 간격에 장애인 당사자들은 목발이 빠져 고꾸라지고 휠체어 바퀴가 끼여 몸이 튕겨져 나가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져도, 또 그 사이 지하철 운행이 멈추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어도 법원은 ‘법의 이름’으로 ‘차별’의 정당한 사유라고 판결하였다.

옹졸하고 민망하다.

대한민국 법원은 ‘간격규정’은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령’으로 처음 신설되었지만, 신촌역은 1984년, 충무로역은 1985년에 각각 준공되었기에 소급 적용이 어려우며, ‘안전발판’ 등의 설치 여부도 차별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가 법(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과 교통약자법)에 도시철도차량이 제공하여야 하는 편의 내용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며,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 법적 근거가 설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장애인차벌금지법 제4조에서 규정한 이른바 차별해제 조건인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렇다면, 오히려 서울교통공사에 묻겠다. 공사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대체 무엇인가?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향하고 책임져야 할 공사가 얼마나 곤란한 사정이기에 고작 12센티의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장애인 당사자가 승강장 바닥을 나뒹구는 위험한 현실을 외면한 채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운운하는가? 그렇다면 누군가 죽고, 여론의 비판이 있어야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개선에 나설 참인가? 그 주장이 참으로 옹졸하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서울 시민 어느 누구도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어쩌면 다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 또한 한 사람의 시민이기에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가 공정한 사회인 것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250만 장애대중의 이름으로 이번 판결을 규탄하고, 나아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물론 모든 장애인단체, 국회 등과 연대하여, 지하철 승강장 간격 12센티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죽음으로 향하는 틈새인 현실을 각종 언론을 통해 고발하고 개선에 앞장 설 것이다.

 

2020년 7월 29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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