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지원법 발의 100일… "염원 담아 국회로!"
탈시설지원법 발의 100일… "염원 담아 국회로!"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3.1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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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우리동네에서 살 수 있도록"… 탈시설지원법 발의 100일 기념 회견 열려
"시설 폐쇄, 모두를 위한 것"… 감염병 지역확산 고리 끊기, 일자리 창출 가능
눈물 젖은 100인 서한, 정계에 전달… "도로위 기어 피칠갑 된 채 경찰차로 탈출키도"
정부의 탈시설 국정과제 이행에 대한 장애계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19일 오후 탈시설지원법 발의 100일을 기념해 탈시설장애인 100인의 서한을 담은 현수막을 국회로 향하는 도로에 펼쳤다. ⓒ소셜포커스

"휠체어를 타고 나가면 들킬까봐 모두 잠든 시간에 도로를 기어서 탈시설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스팔트 위를 기느라 팔과 다리에 피가 낭자한 채 경찰차를 얻어타고 나서야 시설을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인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탈시설로드맵'이 국회의사당 역 앞에 펼쳐졌다. 

장애단체들은 19일 오후 정부의 약속이었던 탈시설로드맵을 의미하는 현수막을 국회로 향하는 길목에 깔아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 발의 100일을 기념하며 신속한 법제정을 요구했다. 현수막에는 탈시설장애인 당사자 100인의 서한이 새겨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4일 UN CRPD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탈시설지원법 발의를 예고했다. ⓒ소셜포커스

탈시설지원법은 지난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발의됐다. 최혜영 의원을 비롯한 68명의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다.

이 법률안은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탈시설 장애인이 개인별 주택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탈시설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중앙과 지역에 장애인 탈시설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 초기정착을 지원하고 개인별 공공임대주택의 우선제공과 주거유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법의 최종 목적은 모든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다. 법률안은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10년 이내에 모두 폐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안의 발의에는 정부의 공약 미이행을 비판하는 의미도 있다. 최혜영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탈시설 현황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20년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수(2천251명)는, 탈시설 장애인(843명)보다 약 2.6배 많았다. 2019년 1.6배(입소 2천251명, 탈시설 1천850명)보다 현저히 증가한 수치다.

예산 계획에서도 탈시설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탈시설 관련 예산은 2억여 원이 전부였다. 지역사회전환센터 1곳을 겨우 설치할 금액이다. 반면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비로 할당된 금액은 올해 5천469억5천만원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탈시설'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장애계는 요구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정기열 활동가. ⓒ소셜포커스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정기열 활동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탈시설지원조례와 권리선언 마련을 위한 탈시설민관협의체 조직을 논의한 적 있다. 그 때 지자체 측은 정책에 대한 내용보다 협의체 이름에 탈시설이라는 단어를 쓰냐마냐에 대해 더 민감하게 논했다"고 발언했다.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은 "이 세상에 자립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며 "수년간 투쟁 끝에 2018년 서울탈시설권리선언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국회와 정부는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의원은 지난 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설 거주자들에 대해 일시적인 탈시설을 지원하도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탈시설장애인당 이희영 후보. ⓒ소셜포커스

회견에서는 탈시설이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드높았다.

탈시설장애인당 이희영 후보는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으로 지역사회에 코로나가 확산되면 사람들은 장애인 시설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시설이 없었다면 집단감염으로 인한 지역확산도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무증상 감염자인 시설 종사자로부터 거주자로, 거주자로부터 또 다시 다른 종사자가 전염되어 지역사회에 감염병이 확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상임대표는 탈시설이 이루어지면 활동지원사 등 장애인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고, 공동주거 형태를 실현해 주거문제 또한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시설장애인 당사자들이 정계에 탈시설장애인 100인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탈시설장애인 당사자들은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와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신지혜 상임대표에게 '탈시설장애인 100인의 서한'을 전달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민구 활동가는 시설에서 기어나와 경찰차를 타고 탈시설에 성공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전하며 "100인의 서한은 그냥 글자가 아니다. 흔들면 피와 땀이 뚝뚝 떨어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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