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루, 관광약자 문화재 접근성 지향점을 확인하다
울산 태화루, 관광약자 문화재 접근성 지향점을 확인하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11.14 14: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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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의 역사를 복원한 태화루
누각 위까지 휠체어 접근 가능
울산 태화강의 태화루와 황룡연의 모습 ⓒ소셜포커스

울산 태화강변의 ‘태화루’는 관광약자에게 문화재 접근성을 제공하는 좋은 본보기다.

역사적으로 경치가 좋은 명승지엔 이름난 누각이나 정자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주의 촉석루가 그렇고, 밀양의 영남루가 그렇다. 여기에 남원의 광한루를 더하여 한국의 3대 누각이라고 한다.

이름난 누각은 대게 주변에 강이나 연못 등 수변공간을 끼고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휴식공간으로 사방이 두루 보이도록 트였다.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3대 누각 중 두 곳이 영남지역에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누각과 정자를 누정이라고 한다. 문화재로 등록된 전국 609개 누정 중 45% 이상이 영남지방에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지자체 마다 자기 고장의 볼거리를 늘리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역사유적을 복원하거나 재현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 명승지로 이름을 날리다가 멸실된 누각을 복원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일부 지자체는 자기 고장에서 복원한 누각에다 촉석루와 영남루를 엮어서 영남의 3대 누각이니 4대 누각이니 하면서 홍보 전략을 앞세우기도 한다.

안동의 영호루, 울산의 태화루, 성주의 임풍루, 의성의 문소루, 함양의 농월정, 산청의 환아정, 영천의 조양각 등이 그렇다. 통영의 세병관과 거제의 기성관을 넣어서 영남의 4대 전통건축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촉석루, 영남루, 태화루, 영호루를 묶어 영남의 4대 누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도 봐줄만 하다.

영남루와 촉석루(사진=밀양시, 진주시)

최근 울산의 태화루를 방문했다.

이곳은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동에 소재하고 있다. 절벽 아래로 태화강이 흐른다. 태화루 절벽 아래는 태화강 물이 방향을 틀기 위해 굽이치며 깊은 연못을 이루고 있다. 바로 황룡연이라 하는데 동해용이 이곳에 살았다는 전설이 담겨있다.

태화강변의 광활한 십리대밭은 이미 전국에 이름난 명소다. 태화루는 그 중심에 있는 국가정원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태화루의 운치와 함께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태화강은 1급수 청정 수질을 자랑한다. 10리에 이르는 대숲이 어우러진 ‘태화강 국가정원’은 2017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됐다. 이후 6년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들어갔다.

이뿐 아니다.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했다. 유엔해비타트 ‘아시아 도시경관상’, 세계조경가협회 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과 함께 많은 국민이 찾는 관광지다.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누구나 방문하기 편리한 곳이다.

태화강 십리대밭 국가정원 풍경 ⓒ소셜포커스
태화루 전경 ⓒ소셜포커스

태화루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에서는 당나라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643년 울산 태화사를 세웠는데, 경내에 지어진 누각을 태화루라 불렀다.

고려 때 성종임금이 이곳에 와서 잔치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1401년과 1484년에 중창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또한 권근, 서거정, 김시습, 김종직 등 당대 최고의 학자와 유명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시를 남겼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선인들이 태화루의 빼어난 풍광을 시문으로 지었다. 무려 107편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태화루는 임진왜란 전후(추정) 멸실되고 말았다. 420여 년이 흐른 2014년에 울산시민의 염원으로 복원됐다. 2005년부터 건립계획이 수립되고 발굴조사를 거치는 등 10년간의 노력 끝에 준공을 봤다. 사실은 태화루 건립에 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지역 기업인 S-OIL에서 건축비 전액을 기부함으로써 건립됐다.

태화루는 1만 평방미터의 대지 위에 지어졌다. 주축이 되는 건물에 해당하는 누각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한옥의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고려시대 건축양식을 참조하여 정면 7칸 측면 4칸에 주심포 팔작지붕으로 지었다. 누각 외에도 휴게문화동과 문간채 등 여러 개의 한옥건축물이 있다. 이동약자를 위한 접근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태화루는 이제 울산 역사의 상징물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인접한 십리대밭과 국가정원이 워낙 크고 유명하다 보니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이곳을 둘러 본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태화루 옆으로 운치가 있는 언덕길을 인공으로 조성했다. 그 언덕길은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완만하다. 아름다운 조경이 함께 어우러진 누각의 다락마루로 연결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곧바로 누각 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른 누각처럼 외형만 보려고 했다가 이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 전국 어디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누각 위로 접근할 수 있는 누각은 없을 것 같다. 이러한 발상을 한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휠체어를 타고 태화루 누각으로 올라가는 길 ⓒ소셜포커스
휠체어를 타고 다락마루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울산의 태화루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소셜포커스
태화루의 주변풍경
태화루의 주변풍경 ⓒ소셜포커스

명승지에 있는 많은 누각이 훌륭한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함께 관광시설로 뽐내고 있다. 누각은 전망대 역할도 하며, 다락 공간에도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하다. 주변의 빼어난 풍광을 굽어보면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조상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한결같이 금단의 구역이다. 외곽에서 건물의 모습만 보고 돌아서야 한다. 유아차를 끌고 간 가족단위 관광객에도 그렇고, 100세 시대를 사는 나이 많은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이런 시설은 이동약자 접근성을 지적하면 “문화재라 그렇고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화루의 경우처럼 대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문화재는 해당 지자체에서 문화재라는 이유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지 아니하자 오히려 문화재청에서 장애인 접근시설을 갖추라고 권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원형 문화재가 아닌 복원이나 재현시설의 경우라면 시공을 할 때 어떤 방법이든지 이동약자도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깃든 많은 곳에서 전통한옥 등으로 문화 관광 시설이 지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장애인 접근성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울산의 태화루는 달랐다. 지금 지어진 건물은 비록 현대에 와서 복원한 것이 맞다. 그렇지만 1,400년의 역사만큼이나 유서가 깊은 태화루의 의미를 잘 복원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정신이 함께 어우러진 수준 높은 문화시설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에 대한 문화재 접근성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경기도 이천시가 2016년에 조성한 서희테마파크의 누각이다. 건물 뒷쪽의 지형을 활용했으면 휠체어 접근로 설치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서도 휠체어 접근로를 갖춘 울산 태화루를 본받았으면 한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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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2-11-15 15:52:57
울산 태화루 만세~~~! 타지의 시설물 설계자나 시공자들도 본받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