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동학혁명기념관, 장애인 접근성 보장해야
전주 동학혁명기념관, 장애인 접근성 보장해야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9.26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정각도 5배가 넘는 위험한 경사로
기울기 줄이고 경계턱 설치 등 개선돼야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 있는 동학혁명기념관 ⓒ소셜포커스

전주 한옥마을 내에 있는 ‘동학혁명기념관’. 이 건물은 과거 동학혁명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천도교인들의 성금과 정부의 지원금으로 지어진 기념관이다.

동학혁명은 1894년 동학교도 중심의 농민들이 평등사상과 반외세를 바탕으로 궐기한 민권운동이다. 동학농민혁명 자체는 실패하였으나 국내적으로는 갑오개혁(근대국가 전환의 분기점이 됨)을 이끌었으며, 그 숭고한 저항정신은 이후 1919년 3·1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조정에서 혁명세력 진압을 위해 외세를 끌여들임으로써 이 땅에서 외세간 청일전쟁의 발단이 되어 민족에게 수난을 안겨준 것은 민족사의 뼈아픈 대목이다.

전라도 고부(현재의 정읍시 고부면) 군수 조병갑의 학정에 저항하여 시작된 무장봉기는 녹두장군 전봉준을 선두로 전라도의 각 지역을 차례로 점령하고 감영(현재의 도청)이 있는 전주에 입성함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동학운동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전주에 ‘동학혁명기념관’이 건립된 것도 동학군의 전주성 입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층의 전시관에는 동학 창도에서 교조신원운동까지의 이야기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영상관에서는 동학농민혁명 등 당시의 관련된 역사를 미디어 영상으로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전주시는 지난 23일과 24일 기념관 인근에 있는 전라감영 서편광장에서 동학농민혁명 128주년 기념 '2022 세계혁명예술 전주국제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은 시립교향악단과 국악단의 대규모 음악공연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동학농민혁명을 역사적 비극의 관점에서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여는 민중들의 염원과 희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고 한다.

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34에 위치한 ‘동학혁명기념관’은 130여 년 전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숭고한 민권운동을 기리고 배우는 역사체험 학습관이다. 누구나 이용해야 할 공중시설이자 정부지원금이 들어간 공용시설이다.

이 건물에 비치된 각종 전시물이나 영상물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기념관 1층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몇 개의 계단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휠체어 통행을 위해서인지 계단 옆으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법적 기준을 완전히 무시한 그 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니라 불편시설이자 엄청난 위험시설이다. 외관상으로 보기에도 경사각도가 너무나 가파른데다 폭도 좁고 특히 경계턱이 없는 상태로 설치되어 휠체어가 그쪽으로 지입했다간 계단위로 추락할 것 같다.

기울기를 측정해보니 23.6도가 나왔다. 법령에 장애인 편의시설로 명시된 경사로의 법정 기울기(3.2도)에 비하여 7.4배나 초과하였다. 완화된 기준치(4.8도)와 비교해도 5배나 되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관련 별표1 「편의시설의 구조·재질등에 관한 세부기준」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의 기울기를 18분의1 이하로 하며, 지형상 부득이한 경우는 12분의1 이하로 한다.“ 그리고 건물 등 시설 내의 경사로인 경우에는 12분의1 이하가 원칙이고, 공간 및 구조 등의 이유로 불가능한 경우 시설관리자 등의 인적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8분의1까지 완화할 수 있다.

여기서 12분의1이란 높이가 1m일 때 밑변의 길이를 12m로 한다는 뜻이다.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4.8도이다. 18분의1일 때는 3.2도이고, 8분1은 7.1도이다.

그곳 기념관에서는 휠체어 통로로서는 외관상으로도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경사로 입구에는 “여행가방 전용램프”라는 표시를 해 두었다. 별도의 전용램프가 필요할 만큼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그리고 그 정도의 가파른 시설은 여행가방을 옮기는 것도 위험하다.

그곳 기념관에 전화를 걸어 휠체어 이용자가 건물에 진입할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주출입구 계단 옆으로 경사로가 있으니 좀 가파르기는 하지만 그 경사로를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휠체어 통로가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위험한 채로 방치하고 “여행가방용 램프”라는 표시로 위장하는 것은 아닌지 기만을 당한 느낌이다. 휠체어를 타고 그곳을 방문한 필자는 결국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그 건물이 지은 지가 20년이 넘다보니 신축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안을 찾아보았더라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휠체어 접근을 못하도록 위험한 채로 방치하는 것은 관계법령에서 금지하도록 규정한 장애인 차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지나친 기울기와 좁은 폭에 경계턱도 없어 매우 위험해 보이는 휠체어용 경사로 ⓒ소셜포커스
23.6도의 기울기는 법정한도 4.8도의 5배나 된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통로의 법정유효폭 1.2에 훨씬 미달한 경사로 ⓒ소셜포커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