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부 대책에 청각장애 학생 '학습권'은 뒷전
'코로나19' 정부 대책에 청각장애 학생 '학습권'은 뒷전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3.0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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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아인협회 비롯한 장애인 단체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지난 2일 교육부 발표한 '교육분야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 비판
세부 지침 마련 않고 '외면'하는 정부... 농학생 "공부하게 도와달라"
한국농아인협회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교육기관 학사운영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청각장애인들이 안정적인 교육권 확보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 모였다.

한국농아인협회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각장애를 가진 농학생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기관 학사운영에서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과 확진자 급증에 따라 교육 분야의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 계획을 발표하고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 개학을 23일 이후로 연기했다. 또 대학의 경우 바이러스가 안정세에 접어들 때까지 원격수업이나 과제물을 활용한 재택수업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일부 장애인 단체에서 제기한 농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결정이라는 주장에 대해, 장애대학생이 원격 강의를 듣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계획을 수립할 것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장애대학생이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때 속기, 수어통역 등을 지원하여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정부의 해명이 농학생의 교육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는 반쪽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모든 농학생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한 코로나19를 벗어난 후에도 농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김민정 교사는 “교육부 발표에서 전국의 모든 학생이라고 지칭한 대상에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며 “초중고 학생들에게 학습도구로 이용되는 EBS 동영상 등의 온라인 콘텐츠에는 일부만 자막이 제공될 뿐 어디에도 수어통역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민정 교사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으로 특수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 지원대책을 마련하라 말하지 말고, 정부 차원의 기준을 마련하여 농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청각장애인 학습권 보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발언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이와 함께 온라인 강의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확인됐다. 특히 원격수업이나 온라인 학습이 활성화되고 있는 대학의 경우 비용을 이유로 수어통역이나 자막 등이 거의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자리한 N대학의 경우 ‘nCyber’라는 사이트를 통해 출석체크를 한 후 유튜브 링크로 들어가 자막 설정으로 학습물을 보도록 하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또 학습시청에서 오류 발생시 근로지원 학생에게 실시간 문자통역을 카카오톡 채팅으로 지원한다는 대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농학생들은 이같은 지원방안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원격연결 자체가 불안정하고, 유튜브의 음성인식을 통한 자막변환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비대면 수어통역 서비스 지원은 언제 어떻게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청각장애 대학생이 많은 지방의 D대학의 경우에는 아직 구체적인 대안도 발표하지 못한 상황이고, 소수의 농학생들이 다니는 대학들은 뾰족한 대책없이 원격수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적인 예산 안에서 모든 강의에 자막과 수어통역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구윤호 사무국장은 “몇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농학생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라며 “농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국농아인협회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교육기관 학사운영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또 한국농교육협회 호예원 대표는 “교육부에서 평생교육을 위해 제공하는 K-mooc나 kocw도 청각장애인에게는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며 “교육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농학생들이 대학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애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호 대표는 ▲모든 대학 사이버 강의에 수어통역, 자막 제공 ▲다자간 상담, 토론, 질의응답에 수어통역 및 속기지원 ▲장애학생지원센터 모니터링 강화 및 교육부 보고체계 마련 ▲우수지원 대학 인센티브 지원 ▲영상에 탑재된 수어통역 및 자막 전문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며 장애벽허물기의 김철환 활동가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캠퍼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교수의 강의가 이어지면 농학생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접어들 것”이라며 “초중고 학생들에게 안내된 온라인 콘텐츠 어디에도 수어통역이 없으니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학생들의 학습권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농(청각장애)학생 지원방안으로 ▲긴급 상황에서 농(청각장애)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기준 마련 ▲온라인 강좌에 단계적으로 자막 및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정책 마련 ▲EBS 등 초중고 공개강의에 자막 및 수어통역을 제공할 수 있는 예산 마련 ▲초중고 농(청각장애)학생을 위한 수어로 제작된 영상도서 및 교육 콘텐츠 확대 보급 등이 담긴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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