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가야테마파크(상) - 제4국 가야의 역사를 찾아서
김해 가야테마파크(상) - 제4국 가야의 역사를 찾아서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1.04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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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봉의 개국신화와 찬란했던 철기·토기문화 바탕의 관광콘텐츠
수억만리 뛰어넘은 수로왕과 허황후의 러브스토리도 함께 체험
다양한 전시·공연 및 체험·놀이 공간, 가족 관광의 명소로 자리매김
2019년 열린 관광지로 지정되었으나 접근성 보완할 곳도 적지않아

휠체어 명소 탐방기 [3]

가야테마파크 입구 소셜포커스
가야테마파크 입구 ⓒ소셜포커스

고조선의 긴 역사가 지나가고 기원전 1세기, 한반도에 고대국가들이 탄생했다. 우연하게도 신라, 고구려, 백제는 40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세기에 태어났다. B.C.57년에 신라, B.C.37년에 고구려, B.C.18년에 백제가 건국되었다. 이때부터 서기 668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까지 700여 년의 역사를 우리는 삼국시대라 한다. 그 시대의 역사가 삼국시대로 그 명칭이 굳어진 것은 고려 때 김부식이 펴낸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역사서, “삼국사기”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기간에 한반도에는 삼국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낙동강 중·하류 유역에 제4국이 있었다.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가야국이다. 서기 42년부터 562년까지 520년간이나 존재하였다. 520년의 기간은 고려왕조의 472년과 조선왕조의 518년보다도 길다.

가야국이 통일된 국가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부족의 연맹체로 유지되었던 한계점이 있었지만, 500년 이상 주변국인 백제나 신라와 동등한 주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국가개념으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연맹체제에 의한 분권과 자치주의는 단일왕조보다 더 민주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고려시대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가야국을 잃어버릴 뻔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가 나오고 136년이 지나서 나왔다. 삼국유사 이전에도 “가락국기”라는 역사책이 있었으나 전해오지는 않는다. 삼국유사에서도 가야국을 소개하면서 이 “가락국기”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는 설명부터 시작한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가락국(가야)의 탄생설화는 다음과 같다.

이 땅에는 아직 나라의 이름이 없었고 또 임금과 신하의 명칭도 없었다. 다만 아홉 간(干)이 있었는데, 이들이 백성들을 다스렸다.

임인(서기 42) 3월, 계욕일*에 구지봉*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 계욕일(禊浴日): 첫 사일(巳日)에 몸을 씻고 모여서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 구지봉: 현재 김해시 구산동에 실재하며, 수로왕릉이 있고 국가사적 429호로 지정되었다.

“여기에 사람이 있는가?” 구간들이 말하였다. “우리가 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구간들이 대답하였다. “구지입니다.”

“하늘이 나에게 이곳에 와서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려온 것이다. 너희들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고 노래하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대왕을 맞이할 것이다.

구간들이 그렇게 하자 하늘에서 자색 줄이 내려왔다. 줄 끝에 금상자가 있었고, 그 속에 6개의 황금알이 있었다. 12일이 지나 그 알은 모두 아이로 변했다. 그 모습이 매우 뛰어났고, 나날이 커서 십여 일만에 키가 9척이 되었다.

그 달 보름에 왕위에 올랐다. 이름을 수로(首路)라고 하였다. 나라는 대가락(大駕洛) 또는 가야국(伽耶國)이라고 하였다. 나머지 다섯 명도 각각 다섯 가야의 왕이 되었다.

여섯 가야의 왕이 태어난 김해는 금관가야이며, 자연스럽게 6가야의 맹주가 되었다.

가야는 낙동강 하류 지역의 기름진 평야를 바탕으로 농사가 발달했고, 철을 많이 생산해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토기문화도 발달했다. 정교한 솜씨와 함께 동물이나 사람 모양의 독특한 가야 토기도 인기가 높았다.

발달한 문물을 일본에 전해주기도 하였으나, 통일 왕국을 세우지 못한 채 각각 신라로 흡수되었다. 신라는 가야 유민들을 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왕족은 귀족으로 대접했다. 삼국 통일을 주도한 김유신도 김수로왕의 12대손이다. 가야금으로 유명한 우륵도 가야 출신이었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가야국에 관한 기록은 총 4,623자 분량으로 요약본으로서는 제법 많은 양이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서두에 나오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수로왕의 개국 신화에서부터 수로왕이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를 황후로 맞아들이는 이야기며, 가야국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 때까지의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 있다. 따라서 실제의 ”가락국기“는 고구려나 백제에 관한 기록에 견줄 만큼 상당한 사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나오는 가야건국 신화 및 수로왕과 허황후의 결혼스토리를 새긴 조형물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나오는 가야건국 신화 및 수로왕과 허황후의 결혼스토리를 새긴 조형물 ⓒ소셜포커스
가야건국의 신화에 나오는 거북과 황금알을 소재로 한 각종 조형물
가야건국의 신화에 나오는 거북과 황금알을 소재로 한 각종 조형물 ⓒ소셜포커스
가야테마파크 안내도
가야테마파크 안내도

김해시에는 수로왕릉을 비롯하여 대성동 고분군, 수릉원 등 가야와 관련된 사적이나 문화유산이 많다. 김해시 어방동에 소재한 가야테마파크도 가야라는 문화유산을 현대의 콘텐츠로 개발한 곳이다.

김해 가야테마파크는 2015년 5월 개장했다. 원래 이곳은 2010년에 방송된 TV드라마 “김수로”의 세트장이었다. 김해시는 남해안 관광벨트 조성사업 및 가야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분성산 일원 17만9천㎡ 부지에 635억원을 들여 6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하였다. 운영은 김해문화재단에서 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전시·공연장과 체험장소 및 어린이 놀이시설, 각종 휴식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다. 건축물만도 70여 동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시설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관광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자리매김을 한다.

공원 내 곳곳은 가야국의 상징물을 주제로 하는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탄생신화가 얽힌 거북과 황금알, 철기문화와 이룩한 철광산, 그리고 다양한 모형의 토기는 가야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전시·공연 시설로는 철광산 공연장, 수로 공연장, 왕궁 공연장, 태극전(주제전시관), 가락정전(수로왕 스토리관), 왕후전(허왕후 스로리관), 작은 문화마당이 있다.

철광석 공연장에선 매주 정해진 요일에 가야를 소재로 하는 상설공연을 한다. 과거에는 수로왕과 허황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 몇 년간 인기를 끌었다. 작년 7월부터는 ”페인터즈 가야왕국“이라는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데, 다채로운 마술기법(그라타주, 스크래치, 액션페인팅, 마블링 등)과 열정적인 퍼포먼스, 화려한 조명·음악이 어우러져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가야무사어드벤처, 전사체험관, 도자체험관, 가야민속마을 등 체험·놀이시설도 다양하다. 특히 익사이팅 사이클 시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중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2m 높이의 외줄기 로프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왕복 500m 왕래하는 스릴넘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카라반 캠핑장은 이곳을 체류형 관광지로 이끈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서 야경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야간조명은 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숲속 족욕장, 동물농장, 힐링데크로드, 전망대 등이 가족 관광의 명소로 가치를 더한다.

공원 내 ”시즌이벤트존“에는 지난 1월 3일부터 눈썰매장을 운영한다. 눈이 귀한 부산·김해 등 동남권 지역 사람들에게 가족끼리 아이들을 데리고 겨울 놀이를 하기에 이만큼 좋은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공원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관광지“로 지정했다. 공원 내 주탐방로는 대부분 휠체어 등이 다니기에 무난하도록 잘 꾸며져 있다. 그러나 이동약자라고 해서 탐방로만 뱅뱅 돌다 나올 수는 없지 않는가?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하편에서는 이동약자 접근성을 중심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가야의 앞선 철기문화를 테마로 꾸민 철광산의 모습과 철광산 공연장, 여름철에는 철광산에서 폭포수를 쏟아낸다.
가야의 앞선 철기문화를 테마로 꾸민 철광산의 모습과 철광산 공연장, 여름철에는 철광산에서 폭포수를 쏟아낸다. ⓒ소셜포커스
가야 토기의 대표작 기마인물도상 및 토기문화를 느낄수 있는 시설들 ⓒ소셜포커스
인도 아유타국에서 시집온 허황후를 상징하는 쌍어를 주제로 한 조형물 ⓒ소셜포커스
가야마을의 풍경 ⓒ소셜포커스
가야왕궁의 모습과 주변풍경 ⓒ소셜포커스
가야무사 어드벤처에서는 어린이와 유아들이 모험을 즐길 수 있다.(사진=경상남도 공식 유튜브 자료 캡처)
가야테마파크에서 공중자전거를 즐기는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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