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가야테마파크(하)- 장애인 차별하는 가야왕궁
김해 가야테마파크(하)- 장애인 차별하는 가야왕궁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1.1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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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왕궁 및 전망대 등 핵심공간은 휠체어·유아차 접근 불가능
불완전한 열린 관광지, 이동약자는 탐방로만 뱅뱅 돌다 나가라?
장애인 통로 별도지정과 통행제한 말고 통행가능 시설 만들어야

휠체어 명소 탐방기 [4]

가야테마파크 출입구의 모습, 2층의 커피숍도 장애인 차별구역이다. ⓒ소셜포커스

가야테마파크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관광지“로 지정했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임산부 등 이동 취약계층의 관광지 내 이동 불편을 해소하고, 장애 인식개선 교육 등을 통해 전 국민의 관광 활동 여건을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대상지 공모와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열린 관광지로 지정해서 그런지 공원 내 대부분의 탐방로는 휠체어로 통행하거나 유아차를 밀고 다니기에 무난한 구조다. 휠체어를 타고 둘러 본 필자의 느낌으로는 80% 정도는 무장애 공간이다. 그러나 20% 정도가 문제다. 그런데 그 20%는 모두 핵심 전시공간이다. 그 핵심공간을 보지 않고서는 그곳에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없지 않는가? 이동약자라고 해서 탐방로만 뱅뱅돌다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곳이 열린 관광지라는게 무색해진다. 상당부분 닫혀있는 관광지다.  

가야왕궁 구역은 공원 내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다. 그곳에 있는 태극전은 주제전시관으로서 AR(증강현실), 인터렉티브 등을 더한 체험형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들어가서 구경하고 체험에 참여한다.

태극전은 가야왕궁의 중심이 되는 정전(正殿)으로 수로왕이 정사를 돌보고 국가의식을 행했던 궁전을 재현한 건축물이다. 수로왕과 허왕후의 실물크기 모습과 소원거북‧쌍어조형물 등 많은 가야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스마트 기기, 대형 스크린, 동작인식 센서 등을 이용한 첨단기법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실감나는 가야 유물을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객이 직접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신비한 체험도 가능하다.

중앙부 AR 전시공간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기마인물형 토기 등 전시물별로 자세한 설명을 열람할 수 있다. 또한 ”허왕후 신행길“에서는 AR 애니메이션과 스크린 터치로 직접 스토리를 진행하고 수로왕과 허왕후의 러브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태극전과 가락정전, 왕후전이 모여 있는 가야왕궁 전시관은 가야테마파크의 메인시설이자 핵심공간이다. 가야왕궁은 태극전과 정문을 제외하고도 5개의 전각이 모여 있으며, 후원의 조경 또한 볼만한 곳이다.

휠체어를 타고 가야왕궁 정문을 통과하니 눈앞에는 왕궁의 본전인 태극전의 위용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에 웬일인가? 태극전으로 접근하는 통로는 몇 개의 계단과 단차가 있어서 이동약자는 더 이상 진입할 수가 없다. 다른 전각이나 아름답게 꾸며진 후원의 풍경은 태극전 뒤에 있으니 물론 시야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열린 관광지라더니 기만을 당한 느낌이다.

그런데 안내를 해 주었던 문화재단 관계자의 설명이 더 가관이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입니다. 입구의 안내판에도 그렇게 표시를 해놨습니다.“ 열린 관광지로 지정은 되어 있지만, 열린 공간은 여기까지이고, 입구에 충분히 안내를 해 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각 전각의 내부는 앞에서 말한대로 첨단 전시공간으로 누구에게나 개방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동약자는 대표 건물의 앞모습만 보고 돌아가란다. 이것이야말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가족단위 관광지로 인기가 있어서 유아차를 동반한 젊은 가족도 많이 찾는 곳이다. 계단과 단차는 이들에게도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열린 관광지란 장애인이 갈 수 없는 곳을 안내해 주는 곳이 아니라 장애인도 비장애인이나 동등하게 이용하도록 열어두는 곳이다. 그러한 시설과 환경을 제대로 갖추도록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문에 휠체어 통행구역을 따로 게시를 해 두었으니까 우리 할 일은 끝났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오히려 공개적인 차별이 되고 만다.

그곳은 지형의 구조상 고도차이가 거의 없는 데다 거리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단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사형 통로의 설치가 충분해 보였다.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인식만 바꾸면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 관광지 표지판이 민망하게 서 있다. ⓒ소셜포커스
가야테마파크의 메인 전시공간인 태극전, 그러나 이동약자는 접근할 수도 들어갈 수도 없다. ⓒ소셜포커스
가야왕궁 후원의 모습과 전각들, 이동약자에게는 외부모습조차 볼 수 없는 곳이다. ⓒ소셜포커스
태극전과 왕후전의 전시물의 모습, 휠체어 장애인은 볼 수 없다.
태극전과 왕후전의 전시물의 모습, 휠체어 장애인은 볼 수 없다. ⓒ소셜포커스

이 공원의 또 다른 핵심시설로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는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철광산 공연장 건물의 옥상에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선 테마파크의 전체 모습은 물론 멀리 김해 시가지와 김해평야도 바라볼 수 있다. 옥상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데, 다시 전망대까지는 많은 계단을 거쳐야 한다. 이 역시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차별시설이 아닐 수 없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빈 유아차가 한 대 있었다. 아마 누군가 아이를 태우고 오다가 유아차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어 유아차를 세워둔 채 아이를 안고 전망대에 올라갔나 보다. 유아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아이를 안고 올라간 사람은 마음놓고 구경을 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장애인 차별시설은 아기키우기도 어렵게 한다.

출산율 제고와 아기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설은 육아를 방해하는 것과 같다.

처음 건설할 때 왜 무장애 개념이 도입되지 않았는지 원망스럽다. 장애인 편의증진 관련법은 1997년도부터 시행되었고, 이 시설은 2010년도 건축한 것이라면 편의시설 갖췄어야 한다. 꼭 편의시설 의무화 법령이 없더라도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공공시설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정문 건물 2층에 있는 커피숍도 그렇다. 도대체 어느 회사에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설계를 했는지 궁금하다. 그대로 수용한 김해시도 개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잘못 끼운 첫 단추는 바로잡는데도 그만큼 힘들게 되었다. 그러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탐방로를 돌다 보면 단차나 계단은 거의 만날 수 없는 무장애 시설이다. 그런데 일부의 통로는 경사가 매우 심하여 휠체어 접근이 위험한 곳을 몇 번 만나게 된다. 그러한 곳에는 통로에는 ”휠체어·유모차 통행금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경사가 심하니 우회하라“는 설명은 있지만 우회할 코스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동행했던 관계자는 ”우리는 이동약자를 위해서 이렇게 친절하게 ‘휠체어 금지구역’을 안내를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러한 곳도 조금만 더 완만한 구조로 시공이 되었더라면 비장애인의 보행공간도 많아지고 장애인도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휠체어 금지구역”이라는 안내보다도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열린 관광지가 아닐까?

공원 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큰맘할매순대국이라는 식당이 있다. 제법 유명한 식당이다. 그러나 그 식당으로 가려면 2개의 계단을 거쳐야 한다.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장애인은 관광지에서 구경만 하고 배가 고파도 식사를 하면 안 되는가? 이런 현상은 휠체어 이용자가 관광지에서 흔히 겪는 고충이다.

이 식당이 민간인이 김해시로부터 임대를 받아 운영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공원 내에 있는 공공시설이다. 김해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테마파크 내의 카라반 캠핑장에는 30대의 카라반이 설치되어 있다. 4평(2~4인용)부터 6평(4~6인용)까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 카라반 역시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은 단 한 대도 없다. 출입문 앞에 있는 2개의 계단을 통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카라반의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라반 입구와 같은 높이로 데크를 설치하고 그 데크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하면 된다. 그렇게 시설을 갖춘 곳도 더러 있다. 카라반 차량 출입구와 연결하여 설치된 데크는 꼭 이동약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이용자에게 매우 유익한 공간이 된다. 전체 카라반이 아닌 몇 대만 그렇게 해두어도 아주 훌륭한 무장애 시설이 될 것이다.

카라반 내부가 좁아서 휠체어 이동공간이 부족하더라도 상관없다. 출입문과 연결된 수평 통로만 있으면 상당수의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를 데크에 세워두고 안에 들어가서 동행자와 함께 머무르거나 숙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개선과 장애인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이다.

김해시는 여기서도 땅만 빌려줬고 카라반은 시 소유가 아니라서 모른다고 할 것인가? 공공소유의 토지를 민간에게 관광시설용으로 제공하려면 무장애시설을 갖추는 조건이라도 걸어야 하지 않는가? 순대국집 식당 등 공원 내에서 운영하는 모든 민간시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곳은 열린관광지라고 표방하는 곳이 아닌가? 더구나 지자체들은 공중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법적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부대시설을 포함하여 가야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모든 시설주와 종사직원들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 관광지 운영 취지에도 그러한 내용이 나와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할 전망대는 휠체어와 유아차가 올라갈 수 없다. 누군가 유아차를 세워두고 아기를 안고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휠체어 방문자는 이마저도 불가능할 것이다.ⓒ소셜포커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공원내 모습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공원 전경 ⓒ소셜포커스
가파른 탐방로의 모습과 휠체어 통행금지 표지판, 경사각도는
가파른 탐방로의 모습과 휠체어 통행금지 표지판, 경사각도는 15.6도 법정각도 4.8도를 3배에 가까이 초과한다. ⓒ소셜포커스
단차와 계단으로 인해 이동약자의 접근이 어려운 시설들 ⓒ소셜포커스
노면의 요철구조로 인해 휠체어 통행이 어려운 탐방로와 계단으로 인하여 이동약자 접근이 어려운 관광안내시설 ⓒ소셜포커스
공원내 숙박시설 카라반의 모습, 입구의 계단으로 이동약자 출입이 불가능하다. 30대의 카라반 중 하나라도 무장애시설을 갖추었으면... ⓒ소셜포커스
이동약자의 접근이 보장되지 않은 공원내 대중식당, 휠체어 장애인은 배가 고파도 이곳에서는 굶어야 한다.
이동약자의 접근이 보장되지 않은 공원내 대중식당, 휠체어 장애인은 배가 고파도 이곳에서는 굶어야 한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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