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이 시급한 수원시 장애인 콜택시
개선이 시급한 수원시 장애인 콜택시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4.25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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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이용신청, 운이 좋으면 오후 5시에나 배차가 가능하다니.
휠체어 사용자에게 절박한 리프트 차량, 절반 이상이 휠체어 비사용자 차지
“리프트 차량은 휠체어 사용자 우선 탑승” 국가인권위 결정 알고나 있나?

수원에서 아침 8시에 장애인 콜택시(이하 ‘장콜’이라 함) 이용신청을 했다. 목적지는 수원 시내가 아닌 수원에서 가까운 다른 도시다. 지하철 역세권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장콜을 이용하고자 했다.

휴대폰 문자로 접수통지를 받고나니, 10여 분 후에 콜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주말이라 운행대수도 적고 접수자가 많아서 오후 5시 이전에는 배차가 어렵겠습니다. 그것도 중간에 취소자라도 나오면 5시 쯤이나 가능하겠다는 것이고, 취소자가 없으면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말은 “오늘은 배차가 어려우니 이용을 포기하세요”라는 의미로 들렸다.

장애인이 장콜을 이용하고자 할 때는 단순히 특정 지역으로 아무 때나 이동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각자의 특정 시간대에 볼일이 있어서 일 것이다.

낮시간에 용무가 있어서 아침 일찍 이용신청을 했는데도 취소자가 없으면 오후 5시까지도 배차가 불가능하다고 하니 “용무를 포기하라”는 말과 하나도 다름이 없지 않는가?

그래도 일단 기다려 볼테니 접수를 유지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나 천운이라도 있어서 오전 중에라도 배차가 되었으면...” 하고 무작정 기다렸다.

콜센터에서는 그 후 30분 간격으로 “콜접수량이 많아 배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만 계속 보내왔다. 정오가 넘고 오후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배차가 되더라도 이미 용무를 봐야 할 최종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으로서 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이용신청 취소와 함께 용무를 포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원의 경우 통상 수원 시내를 목적지로 장콜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운이 아주 좋으면 10분 이내에 배차가 될 수도 있지만 보통 1시간은 기본이다. 운이 없으면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수원시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앞의 경험사례처럼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수원시를 벗어나는 경우는 소수의 차량에 별도의 기준으로 배차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수원장콜을 원하는 시간에 배차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래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그  도시로 연결된 지하철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고자 하는 도시에 지하철이 없다면 이동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경험도 있다. 언젠가 수원에서 바로 인접 도시인 용인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 목적지까지는 10km에 불과한 거리였다. 그 거리를 “수원장콜→수원지하철→용인지하철→용인장콜”로 환승하면서 이동하는데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4시간 동안 추운 겨울에 고행을 했던 쓰라린 경험이다.

KTX를 타려고 광명역이나 동탄역으로 가는 장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주일전 아침 예약개시 시간인 6시 정각에 예약을 성공하지 못하면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수원장콜을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예약을 시도해봤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수원에서 여러 시간이 걸리는 지역에 1대를 배차하게 되면 그 차가 수원으로 복귀하는 시간까지 수원 시내에서 이용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이용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시내와 시외간 차등배차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실질적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어느 날 장콜을 이용하면서 기사분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저는 어제 이 차량으로 총 10분을 모셨는데, 휠체어 이용자는 한 사람도 못봤네요”

물론 이정도는 극단적인 경우이고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휠체어 사용자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휠체어 사용여부에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로 이용하다 보니 휠체어 장애인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에 말한 기사분의 얘기가 더 이어졌다.

“보행이 가능한 사람들까지 이 차량으로 모시려고 하니 좀 그래요. 어쩐지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것 같고... 이 리프트 차량은 휠체어 장애인용으로 알고 있거든요”

사실 그렇다. 휠체어 장애인들은 과거 장콜이 도입되기 전에는 승용차로 이동할 방법이 없었다. 특히 전동휠체어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택시요금의 2배가 되어도 좋으니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차량만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휠체어 탑승장치가 설치된 “장애인 콜택시”다. 장콜제도가 필자와 같은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더없이 우수한 복지제도이다. 그러함에도 정작 이용자들에게는 가장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 운영상의 불합리와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본지를 통해서 여러차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선대책을 제시한바 있다.

그중에서도 여기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이용대상자에 관한 것이다.

교통약자법을 통해서 장콜이 도입된 본래의 취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이동권 지원이 첫째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대책없이 자꾸 이용대상자를 확대하고, 경증장애인들에게까지 기회가 제공되다 보니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휠체어 이용자가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장콜기사분들에게 들었던 또다른 사례를 소개한다.

(경증장애인이 장콜을 이용하면서 다른 경증장애인과 전화통화 중에서)

“너도 승용차 가지고 다니지 말고 장콜을 이용해봐. 돈도 적게들고 아주 편해. 요즘 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바보야.”

어떤 기사분은 이런 사례도 털어놨다.

“콜센타의 배차에 따라 장애인을 태우러 갔는데, 고객이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전화를 해보니 ‘기다리다가 그냥 일반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와 버렸어요’ 하는 겁니다. 취소신청도 안하고 그럴 수가 있나요? 그러는 동안 정작 이 차량이 꼭 필요한 휠체어 장애인들이 길어진 대기시간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장콜을 휠체어 장애인들이 독점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여유가 있을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이동약자에게도 이용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이제와서 휠체어 이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콜이용 기회를 일시에 제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휠체어 이용자가 우선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18. 6. 28. 국토교통부장관과 각 시·도지사에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별교통수단(장콜)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라”는 정책권고 결정을 한 적이 있다.

필자가 제시하는 대책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해서는 휠체어 사용자와 비사용자로 구분할 수밖에 없다. 즉시콜과 시간단위 예약제(이용 1시간 전까지 가능토록)를 병행하여 운영하되, 예약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휠체어 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휠체어를 타지 않은 사람에게는 휠체어 장애인의 예약이 없는 경우에 이용토록 한다. 그러면 휠체어 장애인이 이미 예약하여 이용 기회를 선점하였기 때문에 휠체어 비사용자는 상대적으로 이용기회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다른 교통수단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외로 운행하는 것 또한 원칙적으로 휠체어 장애인에게만 허용하는 방안도 시행되어야 한다.

사실 휠체어 장애인이 아니라 해서 지원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바우처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설사 신청자가 많아서 바우처택시의 대기시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휠체어 비사용자는 얼마든지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 전용인 리프트 차량으로 이동시겨서는 안된다. 바우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휠체어 장애인만큼 절박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휠체어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다 보면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휠체어 장애인으로 위장하여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휠체어 이용 신규 등록자나 휠체어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전동휠체어 처방전에 준하는 진단서라야 함) 등 객관적 증빙 제시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를 엄격히 하는 등의 대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대전장콜의 경우 기사에게 휠체어 위장 사용자가 확인되면 신고하도록 하여 리프트 차량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억지 진단서를 제출하여 이용자가 됐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휠체어로 생활하기에는 불편할 것이므로 장콜 이용시에는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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