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수원 장애인 콜택시
이해할 수 없는 수원 장애인 콜택시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9.23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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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벌칙규정,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이용자에게 좀더 열린 마음으로 대할순 없나?

교통약자법에 따라 중증장애인 등의 이동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이하 ‘장콜’)의 운영방식이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고 이로 인한 문제점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문제점별로 본지를 통하여 여러 차례 개선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용자가 겪는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대기시간의 편차가 너무 크고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데 있다. 어떤 때는 2시간을 넘게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1분 만에 배차가 되기도 한다. 도시별 평균 대기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언젠가 공공단체에 약속된 강의를 하러 가기 위해 장콜을 불렀는데 제시간에 오지 않아 강의를 펑크낸 쓰라린 경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꼭 정해진 시간 내에 도착해야 할 때는 차량을 미리 신청하게 되는데, 2~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도 몇 시간을 앞두고 배차신청을 해야 한다. 이럴 때 차가 너무 빨리 오면 목적지에 너무 일찍 가서 용무시간이 될 때까지 몇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차가 너무 빨리 와도 걱정, 너무 늦게 와도 걱정... 장콜 이용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장콜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배차 지연으로 지각을 하는 일도 다반사이고, 너무 빨리 출근해서 사무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버스, 지하철 등과 달리 이용자의 신청에 따라 운행하는 특성과 증차의 한계, 그리고 증차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점 등 이해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별로 문제점 해소를 위한 제도적 대책마련에 노력하는 곳도 많다.

그런데 수원시 장콜의 경우에는 문제점 해소를 위한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최근 며칠간 대기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대기시간이 길어졌던 다음날은 심리적으로 차를 부르는 시간이 빨라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은 배차신청을 하고 5분 만에 배차가 되었다. 출근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배차가 된 것이다. 아무래도 차량도착 후 10분 내 탑승(이는 의무사항임)이 어려울 같아서 좀 기다렸다 다시 신청할 요량으로 1분 내에 즉시 취소를 신청했다.

서울시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콜센터 직원은 “잘 알겠습니다. 취소해드릴테니 준비가 되시면 10분 이후부터 다시 신청할 수 있습니다.”하고 알려준다. 아마 다른 도시에서도 이런 방식에 큰 차이는 없을 게다.

그런데 수원은 다르다. “차를 불렀다가 배차 후에 취소하면 ‘1시간 이용신청 금지조치’를 받게 됩니다. 차량 도착하고 10분 내 승차를 하던지, 아니면 1시간 후에 다시 신청하세요.” 이런 식이다.

1시간 후에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아니고 1시간 동안 배차신청 자체가 금지된다. 한시간 후에 다시 신청하면 배차까지 또 몇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아니 배차 직후라서 아직 저한테 출발도 안 했을 텐데, ‘1시간 신청금지’는 너무하지 않나요? 알고 보면 배차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인데... 20분 후에 다시 신청하면 안 될까요?”

아무리 사정해도 “그러한 규칙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외출준비를 완료하고 차를 불러야죠~.”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수원시 장콜 상담원은 “1시간 페널티”의 도입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용신청자가 차량이 도착했는데 사전연락도 없이 승차를 취소하는 등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의외로 많아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벌칙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배차후 차가 저에게 출발도 하기 전에 즉시 취소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무슨 피해를 줬단 말인가?

다음은 기사분들이 전해 준 탑승부도 사례다.

“손님을 모시러 가서 전화를 해보니 ‘기다리다 일반 택시가 있어서 그냥 떠났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취소전화라도 미리 해 주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한마디 했더니, ‘당신은 운전이나 하지 왜 참견이냐?’고 화를 내더라구요. 그런 사람은 휠체어 없이도 잘 다니던데 왜 장콜이용자로 받아주는지 모르겠어요.”

무책임한 행동으로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면 ‘1시간 이용금지’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런가 하면 정당한 사유로 즉시 취소를 하는 사람에게까지 동일한 페널티를 주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다.

다른 시군에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3일 이용금지’, ‘1일 금지’, ‘몇시간 금지’ 등 실효성 있게 페널티를 운영하고, 정당하거나 부득이한 사유에는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원시와 같이 이유도 조건도 없이 무작정 ‘1시간 규제’라는 주먹구구식 조치는 정작 제재대상자에는 별 효과가 없다. 그런 사람이 1시간 내에 다시 이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선의의 피해자만 늘리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의 “출근준비를 완료하고 차를 불러야죠~”하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증장애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다. 휠체어와 장콜을 이용할 만큼 최중증장애인이라면 출근이나 외출준비에도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출근하는 아침시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통상 장콜을 기다리는데 1시간대의 대기시간이 일상화 된 경우라면 때로는 차량을 기다리면서 외출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배차대기시간의 편차가 심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차량이 부족한 데 있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증차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말하면 차량에 비해 수요가 적정 이상 많은 데에도 있다. 특히 수원시의 경우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용대상사 범위를 무작정 확대하다 보니 장콜을 꼭 이용을 해야하는 휠체어 장애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보면 배차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도 운영주체인 수원시의 정책실패에 찾아볼 수 있다.

배차 후 부득이한 취소사유가 발생하는 것도 일부는 당국의 정책오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함에도 즉시 취소하고 다시 신청하겠다는데 획일적으로 벌칙을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배차후 차량 도착시까지 사전 연락도 없이 이용을 취소하는 무책임한 사람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배차후 즉시 취소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로 명시하여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즉시는 2분 내를 말한다”는 등의 단서규정도 함께 명시하면 혼란의 소지가 없을 것이다.

관련 조례나 규칙을 정함에 있어서도 복잡한 사회에서 다양한 조건과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예외규정을 많이 둘 수밖에 없다. 진보되고 발전된 제도일수록 예외규정이 많은 이유다.

장콜 운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용자도 함께 노력하고 협조를 해야겠지만, 장콜이라는 것이 극한의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제도인 만큼 장콜을 운영하는 기관에서도 좀더 따뜻하고 열린 자세로 다가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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