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문턱에 멈춘 장애학생 ‘생존수영‘
‘차별‘ 문턱에 멈춘 장애학생 ‘생존수영‘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5.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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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①장애아동 빠진 반쪽 생존수영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경기 안산시 해양안전체험관에선 매년 초등학생을 위한 생존수영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에 다니는 장애아동 수는 4만8천448명, 이 중 63.9%인 3만964명은 일반 학교 특수학급 학생이다. 통합교육 일환으로 비장애인과 같은 수업 과정을 소화한다.

하지만 이들은 ‘생존수영’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생존수영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예상치 못한 수상 사고에 대비해 물에서 버티는 능력을 기르는 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교육부 지침 등에 따라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됐다. 수영장 운영이 중단됐던 코로나19 사태에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부터 전국 시·도 교육청은 최소 3~4학년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장애아동 대부분은 수업을 듣지 못한다. 생존수영 의무 수업이 갑자기 이뤄지면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수업 인프라가 열악하다 보니 장애아동에게 생존수영은 먼 얘기다. 내년이면 생존수영 의무화 10년 차다. 장애아동도 배제되지 않는 생존수영 교육을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이에 본지는 학교 현장 목소리를 시작으로 생존수영 교육 보완책을 고심하는 각계 전문가 의견을 차례로 다룬다. 싣는 순서는 ①장애아동 빠진 반쪽 생존수영 ②장애아동 생존수영 외면 이유는 ③생존수영 시설에서는 전문인력 태부족 ④생존수영 의무수업 헛구호 ⑤생존수영 차별에 맞서는 사람들 등이다.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이 이뤄지는 것인데, 장애아동은 당연하다는 듯이 훈련 현장에서부터 배제되고 있어요. 장애아동에 대한 전반적인 학교 의식도 문제지만 어떻게 대응할지 지침이 없는 게 더 큰 문제예요.“

22일 수도권에서 초등학생 5학년 아이를 키우는 박현아(50)씨는 매년 학교로부터 야외활동 참여 여부를 물어오는 전화를 받곤 한다. 학년 전체가 함께 듣는 생존수영 야외 수업이나 학급 친구들과 숲길을 거니는 탐방 활동까지, 휠체어를 타는 그의 아이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만 한다.

아이에겐 강직성 하지마비 증상을 동반한 뇌병변장애가 있다.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뿐 상황을 인지하고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다만, 이동하려면 휠체어가 필수적일 뿐인데, 정작 학교에서 실시하는 대부분 야외활동에선 어려움을 겪곤 한다. 

올해는 기본 3~4학년 외에도 5학년 학생들도 학교 밖 수영장으로 이동해 생존수영을 배운다. 학급 아이들이 이동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을 학교에서 자체 선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엔 대표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인 엘리베이터조차 없다. 아이가 지하 3층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에 장애유형별 생존수영 교육과정도 찾아 볼 수 없다. 

박씨는 ”(결국) 보호자 동행하에 수영장에 가보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가지 않기로 했다. 거기까지 가서 친구들이 물에 들어가 수업 듣는 걸 보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걸 교실에서 함께 수업 듣는 친구들도 깨닫는 셈“이라며 ”학교에선 기본 수영 프로그램은 물론 (생존수영을 안 배울 때의) 대안책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매년 문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늘 예산이나 인력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갑자기 전학 온 것도 아니고 1학년 때부터 다닌 학교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학부모가 알고 있는 정보나 민감도 등에 따라 아이가 받는 혜택이 추가되는 것이 문제다. 이미 잘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현장학습 체험을 안 보내는 것과, 장애아동도 수영 교육 현장에 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못 보내는 것은 다르지 않느냐”며 ”기본적으로 학교 내에 장애아동 통합교육 기본 토대 자체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존수영은 해상 사고에 대비해 아이들의 생존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학교 현장에 적용됐다. 특수학교가 아닌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을 다니는 장애학생들은 최소한의 교육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선 장애학생을 가르칠 수영장 시설이나 교육 인력, 지침 등 인프라 부족을 하소연 한다. 

지난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장애인의 체육활동 접근향상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주무 부처인 교육부 등에 장애학생에 대한 생존수영 교육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에서 활동하는 임지영 이사는 ”교육부가 학교체육진흥회 등과 공동으로 만든 지침에 따라 생존수영 교육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여기엔 장애아동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언론을 통해서는 생존수영이 의무화됐다고들 한다. 당연히 수업받을 권리가 있는 장애아동에겐 최소한의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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