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에 내팽겨쳐진 생존수영, 왜?
학교현장에 내팽겨쳐진 생존수영, 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6.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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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②장애아동 생존수영 외면 이유는
ⓒ소셜포커스
생존수영 수업으로 ‘누워뜨기’ 동작을 배우는 모습. 잎새뜨기나 배면뜨기로 불리는 동작으로, 2017년 인천 옹진군 대청도 모래울 해수욕장에서 파도에 휩쓸린 13세 중학생이 맨몸으로 30분간 물에 떠있다 구조된 동작이다. ⓒ인천청소년수련관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생존수영 수업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선, ‘뽑기’를 잘해야 하거든요. 작년엔 12월 한겨울에 가는 바람에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올해는 다행히 생존수영 수업을 여름에 들을 수 있게 됐어요.”

1일 올해 경기 지역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인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생존수영 수업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생존수영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청소년에게 수상 안전사고 대응법을 가르치기 위해 실시하는 교과 수업 가운데 하나다. 교육부는 2020년을 기점으로 초등생 전 학년으로 넓히는 ‘의무교육화’를 선언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 이뤄지는 수업과 괴리는 크기만 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 수를 보유한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생존수영 교육을 위해 예산 137억원을 편성했다. 도내 전체 학교 1천338곳의 3~4학년 27만443명이 수업을 듣도록 설계했다. 1인당 지원액은 5만원이며, 각 시·군과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체육교과 과정 내에 편성해 10차시에 걸쳐 수영 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인프라 확보 문제로 혼선을 빚고 있다. 올해 경기에서 영업 신고된 전체 사설·공공수영장 328개소 가운데 교육지원청 공모를 거쳐 수업 가능 시설로 지정된 곳은 210개소에 불과하다. 수질 검사를 비롯해 생존수영을 실시할 강사 경력 등 기본 여건이 확인된 곳들로, 각 지원청에선 연간 두 차례 추가 평가도 실시하게 된다.

자체 수영장을 보유하지 못한 학교의 경우 이들 시설의 협조하에 생존수영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대표적으로 이천의 경우 지정 시설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각 수영장에서 생존수영 수업에 난색을 보인 까닭이다. 지역엔 공공시설로 분류되는 이천시노동자복지관 마리나수영장, 코오롱스포렉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등 5개가량 시설이 있으나 지역 내 공립 초교 31개교엔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김일중(국힘·이천1) 의원이 공론화한 이후 이천교육지원청은 올해 모든 학교에서 수업을 실시하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13개교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이동식 수영장 사업을 활용하고 9개교는 인근 군부대 수영장 시설을 쓰기로 했다. 나머지 9개교는 다른 학교와 한데 모여 거점식으로 수업을 받는 것으로 일단 계획했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는 지난 2019년 11월 전주시 완산수영장에서 전북맹아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생존수영 교실을 열었다. 학교교육 과정과 별개로 삼성전자와 사랑의열매 등의 후원으로 진행된 일시적인 행다. ⓒ대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는 지난 2019년 11월 전주시 완산수영장에서 전북맹아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생존수영 교실을 열었다. 학교교육 과정과 별개로 삼성전자와 사랑의열매 등의 후원으로 진행된 일시적인 행다. ⓒ대한적십자사

‘권고와 의무 사이’ 생존수영, 장애학생 지원도 제각각

학교의 생존수영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프라 부족 문제는 교육부가 사업을 총괄할 당시에도 수업을 강제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전까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다른 신체활동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대체 가능하도록 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 몫이 된 현재도 생존수영 수업은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청이 예산을 세우고 지침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수업 실시 대상 학년이 걸러지는 것과 별개로, 현장에서도 계획을 세우며 달라질 수 있다. 

예로 올해 경기에선 기존 교육부 2015년 지침에서 규정한 3~4학년생만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배우도록 한 반면, 강원에선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부산에선 기본 3~5학년생에 생존수영 수업을 받게 하되 나머지 1·2·6학년생은 희망자에 한해 이론이나 바다수영 2시간 교육을 병행한다. 사립학교 3~4학년을 지원하는 서울에선 수업 자체가 12차시에 걸쳐 이뤄지도록 한다. 어느 지역 학교를 다니는지에 따라 수업 내용에도 차이를 보인다.

생존수영 예산 자체가 지역의 몫인 이유가 가장 크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가 이어지던 2021년 정부는 기존 계획에 따라 생존수영 지원 사업을 각 교육청 몫으로 넘겨버렸다. 교육부는 지방이양사업이란 이유로 2021년부터 생존수영 교육 관련예산을 일절 편성하지 않았고, 대신 이동식 수영시설 설치 등 인프라를 일부 지원하는 국비 43억원만 그해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한해 편성한 수업 관련 예산만 616억원이 넘는다.

2019년에도 생존수영에 참여한 전국 초등생 수는 123만명으로 전체의 54.2%가량에 불과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모든 학년에 실시하도록 확대된 2020년에도 135만명 정도다. 그해 전체 학생 수는 269만명의 절반(50.2%) 규모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영장 시설 이용이 어려워져 실내 수업으로 대체되던 때다.

자연스레 장애학생에 대한 생존수영 수업권도 지역에 따라 갈린다. 각 교육청의 예산 여력과 장애감수성, 민원 여부 등에 따라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 대한 지원 여부가 정해진다. 이전까지 교육부는 단 한 차례도 장애학생에 대한 생존수영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예산 등을 내놓은 바가 없다.

생존수영 실기수업이 본격화된 올해 특수학교까지 수업 신청을 받는 지역은 모두 12곳인데, 장애아동 맞춤 수업을 목표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추가 지원하는 곳은 인천·대전·울산·세종·충북 등이다.

대신 광주·충남·경남·제주 등은 학교 상황과 여건에 맞춰 이동비·시설이용료 등을 예산 범위 내에서 추가 지원한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 추가 지원책을 세운 지역은 대전·경기·강원·경남 등으로, 대표적으로 경기는 특수학급 장애학생 전담 인력을 추가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도 내렸다. 또 전남의 경우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생존수영 교육을 받는 모두에게 7만6천원씩 지원해 상대적으로 지원되는 금액이 더 많다.

지역 여건에 따라 가지각색인 장애학생 생존수영 수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김일중 의원은 아동·청소년의 교육 권리를 해친다고 지적한다. 생존수영이 체육교과에 포함돼 실시되고 있는 만큼 보편적인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생존수영 수업을 미실시한 학교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만 해봐도 현장 실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모든 아이가 생존수영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단 한 명도 열외되지 않도록 각 교육청과 지자체 등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교육권 침해 우려가 가장 크다. 지금처럼 수업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되려 생존수영 실시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천경호 교사는 “지금의 생존수영 수업은 현장에 하라고 던져 놓고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이뤄지는 중”이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상명하복식으로 내려보낸 지침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 과정을 침해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작 시설에서는 초등생 단체 생존수영 수업 이후 머리 말리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만일 설문조사를 한다면 대부분은 안 한다고 할 것이다. 수업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만큼, 현장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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