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수영 수업, ‘안전’ 폭탄 돌리기
생존수영 수업, ‘안전’ 폭탄 돌리기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6.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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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③생존수영 시설 전문인력 태부족
ⓒ소셜포커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관내 특수학교 9곳에 생존수영 수업 운영을 위한 예산 2천만원을 지원한다. 인천시설공단 산하 인천시청소년수련관의 경우 자격을 갖춘 수영 지도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보니 다른 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애아동 수업에 대한 부담이 덜한 편이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지난달 16일 인천 남동구의 인천시청소년수련관 수영장에선 지역 내 특수학교 학생들 10명이 참여하는 생존수영 수업이 있었다. 수업 참여를 원하는 아이들만 모이다 보니 연령과 수영 경험 유무조차도 모두 제각각이다. 수련관은 일단 수중 적응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진행했다. 일부 어려움을 호소하는 저연령 아동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은 수영장에 입수하는 등으로 수업이 이뤄졌다.

현장엔 학교에서부터 동행한 학부모·특수교사 등을 비롯해 수련관 소속 지도자와 안전요원 등까지 현장에 투입된 인원 규모만 10명이 넘는다. 학생들과 물에 함께 들어간 지도자와 특수교사 등까지 아동을 각자 전담하는 식으로 수업이 이뤄져, 사실상 일대일로 맞춤 수업이 된 것이다. 물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대처하기 위해선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주영분 인천시청소년수련관 청소년활동팀장은 “최대한 학생들과 일대일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수아동 특성상) 수업에 참여하는 인원 수가 적고, 수련관 소속 지도자와 학교에서도 인력이 추가 지원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애계와 체육교육·특수교육계 등에서 장애아동 생존수영 수업 과정에서 1순위로 꼽는 일은 바로 ‘안전’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수상 사고에 대비해 물 위에 뜰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수업인 만큼 아동·청소년들이 안전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체육과학회지 제31권에 실린 ‘장애학생의 생존수영 교육에 관한 탐색적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장애 선수부 코치와 대전시시설관리공단 수영장 강사 등 8명은 장애아동·청소년의 수업 참여가 어려운 주요 이유로 ‘교육 인력 부족’ 문제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생존수영 수업 과정에서 강사는 학생들에 대한 수영법 교육과 더불어 안전근무 역할도 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 장애 정도나 유형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 더불어 개개인이 겪을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한다.

현장에선 장애아동에 대한 수업을 꺼리기 마련이다. 지역별 교육지원청을 통해 기본 시설 여건이나 강사 전문성 등을 인정받은 위탁 시설조차 안전사고 우려로 추가 인력 배치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도권 한 수영시설에서 일하는 생존수영 강사 A씨는 “아동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보호자가 함께하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장애아동 수업을 맡긴 어렵다. 장애에 대해 기본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최근 수업을 받은 중증 장애아동의 경우 수영을 해본 적이 있는 데다 특수학급과 활동지원 선생님까지 현장에 동행하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생존수영 수업의 책임 기관이었던 교육부의 지침 부재와 연결되는 문제다. 장애아동의 경우 생존수영과 관련된 어떠한 공식 지침도 없다. 2019년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학교체육진흥회와 함께 개발한 ‘초등학교 생존수영교육 매뉴얼’을 내놨는데, 이는 생존수영이라는 명칭을 단 첫 관련 지침이다. 현장 수영강사와 학교 등이 참조해서 쓸 수 있도록 수업 구성은 물론 평가 방법, 위기상황 대처법 등이 상세히 묘사돼있으나 장애아동에 대해선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2019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학교체육진흥회에서 내놓은 초등학교 생존수영교육 매뉴얼. 수영강사를 위한 별도 매뉴얼을 별도로 구성해 활용성을 높였다. ⓒ교육부 

자연스레 민간에서도 장애 관련 생존수영 교육 인력 양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생존수영 수업 관련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해양경찰청 소관 국가자격증인 ‘수상구조사’ 외에도 수상 안전 관련 민간등록자격증 보유자도 생존수영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생존수영 강사나 지도사 등을 교육하는 민간 교육기관은 지속해서 늘어나 이달 기준 해양경찰청에 등록돼있는 민간 자격증 수만 94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장애인에 대한 생존수영 교육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은 겨우 2곳에 불과하다.

안전과 직결된 생존수영 교육 검증이 모두 민간 몫이 된 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생존수영 교육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셈이다. 이에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관계자는 “특수아동에 대한 생존수영 관련 매뉴얼은 특수교육정책과 등 관련 부서에서 다뤄야 한다”며 “매뉴얼인 만큼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도 통합교육 차원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 특수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른바 ‘부서 간 핑퐁’ 속에서 장애아동의 생존수영 교육권은 마치 현장에서 선택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수업 당일 학부모나 활동지원사, 특수교사나 학교 사회복무요원 등 장애아동 보조 인력을 대동하지 못함으로써 생존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마치 당사자의 선택처럼 비치는 것이다. 교육부에 이어 2021년부터 소관 기관인 각 시·도 교육청이 수영강사 추가 등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악순환’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공평한 수업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아동 학부모 박현아(50)씨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장애아동 생존수영 사업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학교가 참여할 지 의문”이라며 “좀 더 큰 차원에서 장애아동 생존수영 수업 등 외부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칙이라도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부에서의 보다 통합적인 정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창완 인천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전담 부서 유무와 별개로 어떤 교육 사업에서든 (이용자 맞춤형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다루는 게 맞다. 늦었지만 장애인을 비롯해 유아 등 공교육 전반을 포괄하는 촘촘한 정책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대표적으로) 올해 수립을 시작할 제3차 학교체육진흥 기본 계획 등을 토대로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학교 모든 구성원을 위한 체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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