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모노레일, 휠체어 이용 외면
남원 모노레일, 휠체어 이용 외면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10.1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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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테마파크㈜, 장애인 차별시설로 ‘눈쌀’
휠체어 두고 승강대 도보 이동후 탑승 요구
남원춘향태마파크 모노레일의 승강장과 레일카. ⓒ남원에어레일 홈페이지

전라북도 남원은 춘향의 고장이다.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시작되는 광한루원과 함께 춘향테마파크 또한 남원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춘향테마파크는 광한루원과 요천을 사이에 두고 있다. 요천은 남원을 관통하는 섬진강의 한 지류다. 그 사이를 잇는 길이 150여 미터의 보행전용 다리 승월교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도 아름답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이 이도령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이별과 시련을 겪다 암행어사로 돌아와 축제를 여는 과정을 5마당으로 나누어 각 단계별 상징 조형물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꾸며 놓았다. 또한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드라마 ‘쾌걸춘향’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춘향테마파크 주변으로 남원향토박물관, 춘향문화예술회관, 국립민속국악원, 남원항공우주천문대, 함파우소리체험관, 옛다솜 이야기원, 오감만족숲, 솔향산림욕장, 남원랜드 등 다양한 문화·관광 시설이 모여 있다. 남원의 핫플레이스라 할만하다.

지난 8월 30일 이 지역에 모노레일이 개통됐다. 공중에서 레일을 타고 돌면서 춘향테마파크를 비롯하여 우주천문대, 오감만족숲 등 앞에 말한 테마파크 주변시설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시설이다.

총연장 2천440미터 구간을 왕복하는데 40분이 소요되며, 최고 레일의 높이는 11.2미터에 이른다. 운행구간에는 춘향스테이션, 천문대스테이션, 함파우스테이션 이렇게 3개의 승강장이 있다. 왕복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편도로 이용하면서 중간역에 내려서 주변 경치를 즐길 수도 있다. 현재 운행되는 레일카는 20여 대이며, 8인승으로 대형에 속한다.

“남원에어레일”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 궤도 시설은 ‘남원테마파크㈜’에서 남원시의 인가를 받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남원시에 기부채납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모노레일은 장애인 차별시설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탈 수 없다는 것이다. 개통한 지 두 달도 안 된 최신 시설임에도 장애인 탑승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필자가 모노레일을 이용하기 위해 춘향스테이션을 방문했다. 산뜻한 3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추고 있어서 승강장이 있는 3층까지는 쉽게 올라갔다. 그러나 탑승을 안내하는 직원은 휠체어를 한쪽 구석에 맡겨두고 걸어서 레일카에 탑승하라고 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걸어갈 수 있다면 왜 휠체어를 이용하겠는가?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상시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특히 필자와 같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고도중증장애인의 경우 휠체어에는 이동과 활동 및 신체 유지에 필요한 용품들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휠체어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은 옷을 홀라당 벗으라는 말과 같다. 매우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휠체어를 보관해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의자에 앉았다 해도 중간역에 내려서 주변시설을 구경하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전국에는 모노레일을 운영하는 관광지가 매우 많은데 휠체어 탑승가능한 시설이 많지 않아 장애인 차별행위로 끊임없이 시비가 이어지는 것은 작금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시설주가 조금의 인식만 바꾸면 누구나 이용가능한 시설이 될 수 있는 일이기에 피해를 보는 장애인의 상처는 더욱 깊게 느껴진다.

관광지 등에서 운영하는 모노레일은 궤도운송법에 의한 교통시설이다. 올해 1월 개정된 교통약자법에는 궤도차량에 대해서도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불편이 없도록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몇 달 전 전남 강진의 가우도에서 모노레일을 이용한 적이 있다. 남원의 모노레일보다 1년 먼저 개통하였다. 그러나 가우도 모노레일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아무런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충북 보은군도 작년에 속리산테마파크 모노레일을 개통했다. 솔향공원에서 목탁봉까지 연결된 모노레일인데 가우도 모노레일과 같은 구조로서 전통 휠체어가 곧바로 탑승할 수 있다.

남원의 레일카는 내부를 8개의 좌석을 4열로 꽉 채운 반면, 강진이나 보은의 레일카는 내부 양끝에만 좌석을 배치하고 중앙 부분을 의자없이 입석구조로 함으로써 휠체어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진이나 보은의 모노레일보다 최신인 남원의 모노레일은 장애인 차별시설이 된 것은 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각 모노레일이 운행 거리 및 구동방식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남원의 방식이라 해서 장애인 차별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

관광지의 공중시설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누구에게나 차별없는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령에서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속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본다.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은 곧 인권침해다.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휴일임에도 이용자는 매우 적었다. 20대의 레일카 중 태반이 빈 차로 운행되거나 어쩌다 손님이 태운 차량에도 빈 자리가 더 많았다. 빈 차로 운행하는 일이 있어도 휠체어 손님은 태울 수 없다니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

남원의 모노레일도 장애인 차별시설이 되지 않으려면 현행 레일카 구조의 4열 중에서 1~2개 열의 좌석(2석 또는 4석)을 떼어내면 간단하다. 20대 전체가 아닌 단 몇 대라도 그러한 구조로 개선하면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모든 차량이 8석씩 꼭꼭 채워서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빈차로 운행하는 경우도 많아서 몇 개 차량에 대해서 일부 좌석을 떼어낸다고 해서 비장애인의 탑승공간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개조비도 별로 들지 않을 것이다.

남원 모노레일을 운영하는 남원테마파크㈜의 인식 전환과 남원시의 행정지도가 시급하다.

남원모노레일 운행구간의 그림지도. ⓒ소셜포커스
남원 춘향테마파크 주변시설을 운행하는 모노레일의 모습. ⓒ남원에어레일 홈페이지
남원에어레일 모노레일카의 내부 모습, 휠체어 탑승공간이 없다. 일부 차량이라도 한개 열의 좌석을 제거하여 입석공간으로 하면 휠체어도 탈 수 있을 것이다. ⓒ소셜포커스
강진의 가우도 모노레일은 남원과 달리 중간을 입석공간으로 하여 휠체어도 충분히 탈 수 있다. ⓒ소셜포커스

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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