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지역사회 돌봄 성공? 글쎄..."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돌봄 성공? 글쎄..."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6.19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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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돌봄 확산 위한 정책간담회 개최
전문가 "예산과 인력 지원, 장애인 거주와 고용 등 현실적인 문제 개선 필요" 주장
보건복지부, '우리도 담당 직원 없어... 우리부터 인력 충원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9일 개최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9일 서울시 광진구 소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전문의 백종우 이사는 입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의료적 관점을 바꾸고, 사회복귀시설을 확대하고 복지 서비스를 증대하여 정신장애인 서비스 지원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 "정신장애인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사회 살아갈 수 있는 대안 마련 필요" 

백종우 이사

발제는 지난해 7월 살인 경력이 있는 중증질환 환자가 어머니의 요청으로 퇴원한 후, 투약 중단에 따른 조현병 재발로 인해 경찰관이 사망한 '영양 경찰관 사망 사고'를 재조명하며 시작됐다. 이 사건을 통해 보호자의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와 외래치료명령제나 사례관리 체계의 부재, 정신건강응급개입팀 부재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지적됐다.

백 이사는 “정신질환으로 입원했던 환자 중 퇴원 후 약 4.3%만이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계되고, 사회복귀시설로 연계되는 비율도 10%에 불과하다”면서 “국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회원이 7만5천명에 달하는 반면 상근근무인력은 1천700여명에 불과하여 중증정신질환사업 담당자 평균 2.6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한다”며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 정신건강서비스 공급의 문제점도 다양하게 제기했다. 장기입원 환자의 수가 월등히 많아 과잉 공급이 나타나는 상황이며, 이는 낮은 수가와 질적 하향으로 인해 병원의 안정적 이윤 수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에 반해 응급, 급성기 입원, 외래 환자는 저수가로 인해 공급이 부족하고 지역정신건강 서비스는 예산부족으로 인한 충분한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내 문제점은 해외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퇴원 후 2만4천 건의 사례관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2016년부터 가정방문을 통한 돌봄을 제공하며 의료보험 수가화를 의무화했다. 대만의 경우에도 1995년부터 병원을 기반으로 가정방문, 재활요법, 직업재활 등의 사회적 서비스를 다양화시켜 정신질환 문제의 확산을 막았다. 백 이사는 “일본과 대만 모두 정신질환 서비스 지원 초기부터 급성기 치료와 만성정신요양병원을 분리하여 운영했다”면서 “급성기 치료를 3개월 이상 거쳐도 회복이 더딘 경우에는 만성정신요양병원으로 이송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국가적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는 중증정신질환 보건의료복지 시스템 혁신을 위해 ▲중증정신질환자 인권 및 건강권 일시 보장할 수 있는 국가책임제 구현 ▲보건의료복지 시스템의 이중 취약성 극복 ▲병원과 지역, 의료와 복지로서 촘촘한 연계 위해 퇴원 후 집중사례관리 도입 ▲의료기관-경찰-119 간 공조체계 구축 활성화 치료감호 대상자 전체 보건예산의 3% 수준으로 정신보건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통일보다 어려운 것이 부처간 협의"

이어 태화샘솟는 집 문용훈 관장이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생존서비스 진단 및 대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문용훈 관장

2016년 국가정신건강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증정신질환자 거주서비스 총 174개소, 정원은 2천466명인 것에 비해 현재 입원되어 있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주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인구는 1만6천592명으로 희망자 중 14.9%만 주거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관장은 현재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신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중증질환자의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과 주거취약계층에 정신병원이 포함되지 않아 제대로 주거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정책의 개선을 촉구했다.

또한 정신장애인의 고용도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8년 장애유형별 고용률의 평균이 34.5%로 나타난 반면, 정신장애의 경우 12.3%로 뇌병변 장애와 함께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질환자 직업재활시설은 중증장애인생산품판매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연계고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법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여러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부처간의 불협화음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정책과와 장애인정책과는 서로 자신의 주 업무가 아니라며 떠넘기는데 급급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 관장은 “가장 큰 문제는 각 부처마다 나는 모른다는 식의 떠넘기기”라며 “통일보다 어려운 것이 부처 간 협의”라고 문제를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 "지도는 여러개가 있는데 나침반이 없는 상황...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

발제에 이어 지역 실무자들과 기관 담당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와 정부의 지역사회 돌봄 정책에 대한 회의적 비판이 함께 확인됐다.

이해우 센터장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이해우 센터장은  정신질환 환자의 지원체계가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하여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20년 동안 국내의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에 대한 부분은 의료와 복지로 양분되어 왔으나 대부분 의료에 의존하여 지원됐다”면서 “그 결과는 양적 팽창으로만 나타났고 개인 맞춤형 질적 서비스는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지원은 치료와 거주가 함께 가는 연속성을 가지고 적절한 서비스가 질과 양적인 면에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며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복지 서비스의 예산과 인력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준희 센터장은 “4월 진주사건 이전까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은 거의 자살에 대한 상담과 예방에 급급했다”면서 “적은 인원으로 많은 대상자를 관리하게 하는 시스템이 전혀 인권적이지 않다. 결국 인력의 개선과 그에 맞는 예산 지원이 양질의 서비스 지원에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장명찬 회장
장명찬 회장

정신질환 담당 정부부처의 개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확인됐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장명찬 회장은 “당사자들이 지역별로 어떤 욕구가 있는지,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고민하지 못한 채 문제 떠넘기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라며 “정신질환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정신건강정책국이나 정신장애인 복지과 등을 신설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심지회 배점태 부회장은 “일본과 같이 정신장애인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전문의가 진단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자”고 밝혔고, 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신성만 교수는 “지도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침반이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보건복지부 "인력충원? 우리부터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신하늘 사무관

발표와 토론이 모두 끝난 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신하늘 사무관은 열악한 현재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신 사무관은 “진주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 방안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식한 후, 예산 투입과 정책적 지원 방안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행정적 인력 확충 및 의료 치료 지원, 정신보건센터 예산지원 및 정신의료 신설기관에 대한 지원방안 등 응급사항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지속적인 치료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에서 정책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 환자에 대해 정신건강보건법에 의거해 큰 틀은 마련되어 있으나, 세부사항에 대한 하위법령도,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도 고민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라고 인정하며 “정신질환 관련 신설 부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나 지금 보건복지부 안에 정신질환 관련 담당자도 없이 정신재활이나 요양시설만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인력 확충은 보건복지부 안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하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한편, 이날 정책간담회에는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회원들이 참여하여 “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 논의하지 말아라!”라며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회원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과 예산만 늘리면 정신장애인이 정말 행복한가?"라는 냉소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당사자를 배제한 반쪽짜리 정책간담회라는 비판을 날카롭게 쏟아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복지 환경에 대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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