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 등 차량 많은 위험한 차도로 휠체어 다녀야
일부 건물 진입용 경사로, “법정 각도 넘는 위험시설”
2년간의 시정요구에도 요지부동… 시정 기미 없어
경희대학교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대학인가?
용인에 있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내의 도로시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학교 내 곳곳의 횡단보도는 도로의 가장 기본인 턱 낮추기를 하지 않았다. 휠체어는 길을 건널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 또한 곳곳에서 단절되어 있다.
휠체어로 교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은 미로 찾기 게임을 해야 한다. 어쩌다 턱없는 보도를 발견하고 진입했더라도 다음 연결지점에서 또 단절된다. 휠체어는 다시 수백 미터를 되돌아갔다가 결국 위험한 차도로 진행해야 한다.
캠퍼스 내에는 7000번, 5100번 등 6개 노선의 수도권 광역버스 종점이 있다. 시내버스와 공항버스를 합하면 총 8개 노선이다.
버스노선은 정문에서 캠퍼스를 완전히 가로질러 깊숙이 들어간 막다른 지점에 종점이 있다. 따라서 캠퍼스 내 전역을 가로지르는 중심도로는 하루에도 수백 대의 버스 등 통행하는 차량이 아주 많다. 휠체어는 그런 차도로 내몰려야 한다.
학교 캠퍼스는 교직원, 학생 등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활동하는 곳이니, 물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많을 것이다.
보통 대학캠퍼스는 건축미와 조경이 잘 되어 있는 데다 항상 개방되어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공원 역할을 제공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한때 그 캠퍼스 근처에 직장을 다니면서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필자는 2년 전에 우연히 그곳을 방문했다. 곳곳에서 그러한 문제의 시설을 발견했다. 그리고 학교에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보냈다.
홈페이지에는 건의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우편으로 보냈다. 꼭 시정 해 달라는 간절함을 담아 배달증명으로 보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전화를 수없이 걸어서 어렵게 관계자를 찾아 문제를 제기했지만 알았다고만 하고 결국 답장은 보내주지 않았다.
관계자를 찾는 과정에서 팀장급 관리자와도 통화를 했지만 그 역시 남 얘기처럼 듣고 명확한 대책은 세워주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몇 번 관계자에게 시정을 촉구하는 전화를 했지만 아직까지 그대로다. 아무리 사립대학의 캠퍼스가 민간시설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경희대라는 이름이 아깝다.
공중시설을 하면서 시공을 잘못하여 이동약자에게 일시적으로 불편을 줄 수는 있다. 미처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여 방치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되었고, 잘못을 인식했다면 즉시 시정하는 게 마땅할 터인데 어찌 이 정도일 수 있을까?
사립대학의 캠퍼스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시설이다. 더구나 그 캠퍼스 내 도로는 노선버스가 하루에도 수백 대씩 다니는 공공시설이나 마찬가지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때는 차도와 보도의 경계구간은 턱 낮추기를 해야 하며, 그 단차는 2cm가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꼭 법령이 없더라도 도로를 만들 때는 누구나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닌가.
화려한 조형물로 장식된 이 캠퍼스의 정문은 사람이 다니는 통로의 경우에도 동시에 100명이 드나들어도 될 만큼 널찍하다. 그러나 단 몇 개의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는 통행할 수 없다.
그래서 정문 한쪽 구석에 사람 통행이 거의 없는 곳에 별도로 장애인 통로를 만들어 두었다. 일반 통로의 일정 구간을 경사형태로 하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사람 통행이 없는 곳을 골라 전용 통로를 만드는 것부터 장애인을 차별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14일에도 학교를 방문했다. 혹시 그동안 시정 되었을까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문의 유일한 휠체어 전용통로까지 폐쇄되어 있었다. 코로나 영향인 것으로 짐작 했지만 일반 통로는 다 열려 있고 통제 없이 출입이 가능한데도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정문 중앙의 차도로 진입했다. 곧바로 횡단보도가 나왔다. 그 횡단보도를 통해서라도 인도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당연히 없어야 할 턱이 양쪽을 모두 가로막고 있다. 할 수 없이 위험한 차도로 계속 진행했다.
다른 횡단보도 역시 그러한 구조가 많았다. 휠체어 전용통로로 들어왔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120m 거리에 공학관이 있다. 공학관으로 가는 보도(인도)가 있지만, 법령을 위반한 횡단보도의 단차로 인해 휠체어는 보도로 올라갈 방법이 없으니 계속 차도로 진행해야 한다.
공학관으로 가는 보도는 두 곳이 있다. 다른 한쪽은 정문에서 200m를 직진하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보도진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학관 바로 앞의 횡단보도에 단차가 있어서 휠체어는 건널 수 없다.
모르고 들어왔다면 다시 왔던 길을 120m 이상 되돌아갔다가 차도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이 캠퍼스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수없이 만나게 된다.
도예관 입구에서 체육대학관 입구로 내려오는 보도는 좀 가파른 언덕길이다.
도예관 입구 쪽에서는 휠체어 보도진입이 가능한 구조다. 만약 그 쪽에서 전동 휠체어로 보도에 진입하여 그 보도를 타고 좀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것을 가정해 보자.
체육대학관 입구에서 갑자기 보도가 끊어지고 계단을 만나게 된다. 당연히 보도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내리막길을 달려온 전동휠체어가 갑자기 계단을 만나게 되는 구조다.
이곳은 아차 하는 사이에 그대로 추락할 위험성이 있다. 휠체어에 앉아서 내리막길을 이동하다 보면 앞에 단차가 있더라고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시공한 상황이라면 단차가 없어야 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단차가 없을 것으로 오판하기 쉽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단차를 만나 추락하고 말았다.
그때는 천운이 따랐는지 찰과상으로 끝났다.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다.
지금도 가끔 트라우마처럼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처럼 장애인 불편시설이 때로는 엄청난 위험시설이 되기도 한다.
국제경영대학관 건물은 진입로 계단 한쪽에 휠체어용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법정 각도를 현저히 초과한 매우 가파른 구조다. 휠체어를 위한 통로이지만 휠체어가 전복될 수도 있는 위험시설이다. 그러한 구조는 다른 건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다가 도와주는 사람까지 함께 넘어진 경험이 있다.
경희대학교 용인캠퍼스는 장애인 차별시설이다.
이를 인식하면서도 전혀 시정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도록 규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