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장애인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령개정의 과제 [4]
[논단] 장애인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령개정의 과제 [4]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2.1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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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건축물 신축할 때 면적에 관계없이 의무화 해야
기존 소규모 민간 공중시설, 복권기금 등을 활용한 편의시설 지원책은?
”휠체어 타고 계단 올라가라“는 등의 독소조항도 함께 개정되어야

6.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의 합리적 방안

현재의 입법예고안대로 개정되면 앞서 3편에서 인용한 통계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편의시설을 갖춰야 할 주민밀착 다중이용시설의 40% 이상이 신축시설임에도 편의시설 의무가 면제되고, 종전시설의 경우 95% 이상이 계속 면제돼 일상생활에서 이동약자들은 여전히 이동평등권이 박탈되고 불편과 고통의 현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또, 유엔 권고나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해 인권 후진국의 불명예를 계속 안고 가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입법예고 의견제출 기간에 많은 장애인과 장애인단체들이 의견을 제출했는데 절대다수가 면적 제한 폐지를 주장했다. 국민참여입법시스템에는 이번 입법예고에 1천500건 이상의 의견이 달려 있는데, 거의 대부분 면적제한 폐지를 이유로 입법추진을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이렇게 많은 의견이 달리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따라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모든 다중 이용시설에 대해 면적 및 건축 시기에 불구하고 최소한 휠체어 출입이라도 가능하도록 기본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기존 시설을 포함한 모든 다중시설의 편의시설 의무화가 어렵다면, 신축건물에 대해서는 면적에 관계없이 의무화 하고 기존 시설에 대해서만 50㎡ 이상의 대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시설을 갖추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입법 과정에서도 소급입법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영세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부담을 주게 되는 일이라서 규제심사 등 여러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안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이에 필자는 다음 2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 번째는 면적제한을 폐지하는 조건으로 법령개정에 찬성하되, 개정 결과 면적제한이 폐지되지 않을 경우 재입법을 추진한다.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는 법령개정이 중단될지 모르는 일이다.

사실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이번에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법령개정을 태만히 하고 지연되는 동안 입법촉구 등 별도의 행동을 취하는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가 입법예고안이 나온 이후에야 반대운동에 나섰기 때문에 자칫 법령개정의 추진동력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단 조건부 찬성을 하고 법령이 개정된 이후에 면적 제한의 완전폐지를 목적으로 재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음식점과 일용품 소매점은 50㎡ 이상 건물에 대하여 적용하고 목욕장과 의원급 의료시설에 대해서는 100㎡ 이상으로 나누어서 기준을 정했는데, 그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의료업자는 음식점이나 소매점 사업자에 비해 고소득자이고 전체 투자비도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설치로 사업자가 느끼는 비용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데도 굳이 의무대상 면적으로 많게 해 의무부담을 낮춰주는 것은 모순이다. 굳이 면적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대안은 현재의 입법추진이 지연되거나 백지화가 되더라도 원점에서 법령개정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신축시설에 대해서는 면적제한 없이 기본 편의시설 전면 의무화를 명시하고, 종전시설에 대해서는 이번 개정안의 기준(50㎡ 또는 100㎡) 이상의 시설에 대해 기본 편의시설 전면의무화를 하는 것이다. 기존 시설에 대한 의무화로 인한 비용부담이 우려된다면 면적 개정으로 확대되는 의무대상에 대한 처벌조항을 유예하고, 10만원 이내의 소액부담일 경우(예시: 출입구의 단차가 1개이고 20cm 이내인 경우) 시설주 책임하에 의무적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하되, 건물의 구조와 주변 지형상 경사로 등 편의시설 설치에 추가비용이 소요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설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편의시설 설치비의 공적 지원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2017년 12월 14일 소규모 공중시설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에서 “각 시·도 지사에게 소규모 공중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확대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설치비용을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그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편의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건물주의 인식 부족과 일부 지자체의 불합리한 운영 등으로 생각만큼 활성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령상 의무화는 건물주 및 시설주의 인식을 개선하고 지원사업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나 국가 예산으로 수십 수 백만 곳의 공중시설에 대해 설치비를 지원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많으며,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시행이 어려운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간시설에 대해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 대안으로 복권기금 활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복권기금의 활용도를 보면 엄청난 금액이 이동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운영비나 공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장애 시설비 등에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콜택시 문제(구입 및 운영)는 각 지자체의 책임으로 하도록 법령에서 명시하고 있고, 공원 등 공공시설의 개선 등에 관한 예산 또한 당연히 국가 및 지자체의 예산으로 해야하는 것인데, 복권기금 투입이 복권제도의 취지에도 적합한지 의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예산은 국가나 지자체 부담으로 하고, 민간 영세사업자가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지원 등을 하는데 복권기금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권기금이 영세사업장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지원된다면 획기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복권위원회 입장이 궁금하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되는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에 대한 재입법을 추진하게 되면 앞서 제기한 사각지대(학원 및 교습소, 금융업소,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대해서도 누락되지 않도록 함께 개정안 마련에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현행 시행령의 별표2에 나오는 다음 독소조항도 바꿔야 한다.

별표2 → 3.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 가. 일반사항 → (6)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계단, 장애인용 승강기, …에 의하면 그 (가)에서 ”장애인 등이 건축물의 1개 층에서 다른 층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 이용에 편리한 구조로 계단을 설치하거나 장애인용승강기,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리프트 또는 경사로를 1대 또는 1곳 이상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장애인등이 이용하는 시설이 1층에만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을 보면 2개 층 이상의 공공건물에 대하여 장애인이 다른 층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이나 승강기 중 하나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계단과 승강기 중 하나만 설치해도 된다?”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올라가라는 말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장애인 편의시설일까? 2층 이상의 건물에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장애인편의법이 아니더라도 필수적으로 설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 명시할 필요도 없다. 승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이용 시설이 1층에만 있는 경우에는 그것마저 제외해도 된다는 규정은 또 무슨 말인가? 장애인이 공공건물에서 근무할 수도 있고, 의무고용제도도 있다. 그 때도 장애인은 2층 이상을 올라가지 말라는 것인가?

이러한 독소조항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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