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상에서 멀어진 장애인 휠체어-③심준원 이디피랩 대표 인터뷰
[기획]일상에서 멀어진 장애인 휠체어-③심준원 이디피랩 대표 인터뷰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4.18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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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휠체어 보험, 지자체 단체보험 형태로 전국 가입 늘어가
‘금융 소외’ 장애인 당사자 보장 無, “소외계층 특화 상품 확대 주력”
‘휠체어코리아닷컴’과 같은 사회보험 플랫폼을 운영하는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 모습. ⓒ이디피랩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서비스 플랫폼 ‘휠체어코리아닷컴’을 운영하는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 모습. ⓒ이디피랩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누구든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듯 장애인에게도 휠체어 보험 상품이 필요하다고 바라본 이가 있다. 국내 유일의 전동휠체어 배상책임보험을 공동 개발해 운영 중인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다. 그는 보험업계에서 20년간 일하며 휠체어 관련 보험 상품을 구상한 경험을 토대로 지자체나 기관·단체 단위로 가입하는 보험 상품을 운용 중이다.

정식 명칭은 전동보장구 전용보험이다. 지자체가 가입하면 지역 주민 누구나 누구든 휠체어를 탄 채로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파손했을 때 일정 한도로 배상액을 지급받게 된다. 사고 발생 시 배상금은 최대 3천만원 수준이고 장애인 당사자는 많게는 2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전동식휠체어, 전동키트를 부착한 수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포괄해서 보장한다. 전북 전주시가 지난 2020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가입한 이후 32개 기초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18일 심 대표는 ‘4.20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한 소셜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보험업계에서 외면해온 휠체어 관련 보험이 활성화되기까지 무려 7년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2014년 한 어르신이 전동휠체어로 초등학생을 들이박은 사고가 발생했으나 기초생활수급자인 그가 병원비를 보상하지 못해 기소된 사건이 발생하며 보험 상품의 필요성이 촉발됐다”며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장애인 대상 보험 상품을 대체로 꺼려왔다. 경제성 문제도 있지만 장애인 계약자들과의 보험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입을 수 있는 명성 위험 등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범적으로 운영된 보험상품은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점차 보장 대상자가 늘어나는 중”이라며 “국내 최초로 전주에서 시행한 이후 전북 정읍시, 경기 광명시 등의 순으로 가입했다. 광역 단위론 서울시가 올해 기초지자체 보험 가입비 절반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대부분 구가 보험에 가입하거나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이미 강북·노원·양천구 등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휠체어 보험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애인에 더해 고령화인구가 늘어나며 휠체어 등 전동기기 이용자 수가 지속 늘어나는 까닭이다. 통계청은 전동식 휠체어·스쿠터를 소유한 장애인 수를 2011년 8만1천369명에서 2020년 14만2천547명으로 늘었다고 추산했다. 10년간 1.75배 늘어난 셈이다. 국립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 전동보조기기 구매시 지원하는 보험급여 현황을 보면, 매년 평균 2천43명이 휠체어 구매를 지원받았고 7천35명이 스쿠터를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지자체는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시민 모두의 안전을 목표로 휠체어 보험 가입을 추진 중이다. 광역 단위 공약으로 내걸고 가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취임한 김태흠 충남지사는 ‘전동보장구 사용 장애인 보험료 지원’을 민선8기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도의회가 지난달 보험 가입 근거를 담은 관련 조례안을 발의한 데 이어, 15개 시·군 대상으로 설명회도 진행한 상태다. 기초지자체와의 예산 분담 비율은 3대 7로 추진된다.

하지만 휠체어 보험의 한계는 여전하다. 휠체어 이용자가 타인에 피해를 준 데 따른 ‘배상’에만 초점을 맞추면서다. 휠체어 자체가 손상을 입거나 장애인 이용자가 다친 경우에 대해 보장하는 별도의 보험 상품은 없다. 장애계에서 해당 보험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크지 않은 이유다. 심 대표도 마찬가지로 씁쓸함을 표했다.

심 대표는 “보험 기획 당시에도 장애인단체에서는 자동차보험과 같은 형태를 원했다. 휠체어에 대한 대인·대물·자차 등을 모두 보장 범위에 넣어달라는 건데, 사실 이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일단 가입을 위한 보험료만 해도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가 일단 휠체어 사고에 따른 배상에 집중하며 시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당장 경제적인 이유로 배상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만을) 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돈이 되지 않는’ 장애인들은 늘 시장 속에서 뒷순위로 밀리곤 한다. 앞서 2021년 보험업법 개정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제가 꿈꾸는 이유”라며 “이디피랩이라는 사명도 어르신과 장애인(elderly&disabled people)의 줄임말이다. 금융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을 위한 특화 보험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보급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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