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상에서 멀어진 장애인 휠체어-①여행 유튜버 함정균 씨 인터뷰
[기획]일상에서 멀어진 장애인 휠체어-①여행 유튜버 함정균 씨 인터뷰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4.18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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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사고로 척수장애인 된 함정균 씨, “휠체어 위에선 온 세상이 벽”
유튜브 ‘함박TV’ 전국 관광시설 소개, 수도권 지하철 환승역 촬영만 230건
ⓒ한정균 유튜브 크리에이터
2016년부터 유튜브 여행채널 ‘함박TV’를 운영 중인 척수장애인 함정균 1인 영상 크리에이터 모습. ⓒ함박TV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휠체어를 타고 나와 길 위에 서자 세상 모든 게 벽처럼 느껴졌어요. 종종 이용했던 지하철역에서 휠체어를 탄 채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유튜브 여행채널 ‘함박TV’를 운영 중인 중증 척수장애인 유튜버 함정균(51)씨는 “(그 때부터) 장애인을 비롯해 모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관련 여행 영상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함씨는 2013년 3월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중추신경에 손상을 입으면서 상지와 하지 모두 움직임이 제한적인 상태다. 2년 가까이 누워있던 병실에서 나오던 2015년쯤부터 휠체어는 그의 다리, 그의 삶이 됐다. 자연스레 휠체어를 탄 채 볼 수 있는 풍경을 영상으로 찍어올리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직업이었던 마술사를 그만두고서 그냥 집에 있기가 그랬어요. 특히 아이들한테 미안했죠. 뭐든 사회활동을 하도록, 반강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 게 유튜브였습니다. 처음엔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던 건 아니였어요.” 

여행채널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첫 영상도 집 근처인 4호선 노원역의 휠체어 환승 경로를 담은 콘텐츠다. 짧은 30초 동안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 이용자와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 편한 동선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후 그는 수도권에서만 지하철 환승역 110여곳을 휠체어로 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관련 콘텐츠 수만 230개가 넘는다. 그렇게 꾸준히 일반 독자들이 보지 못하던 세상을 보여주는 사이, 그의 일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유튜버로 생활해 온 6년새 제가 살고있는 서울 내의 변화를 체감하긴 해요. 이전엔 휠체어 리프트만 있는 지하철역이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다 리프트를 없애고 엘레베이터나 경사로를 설치하는 추세입니다. 4호선 충무로역 등이 경사가 있는 데다 길기까지해서 무서운 구간이었는데, 엘레베이터가 생기면서 역 내 이동 시간이 많이 줄었죠.”

하지만 휠체어를 탄 여행자에게 여전히 국내 여행은 험난하기만 하다. 미리 몇 날 며칠을 알아보고 준비를 해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 부지기수다. 관광지로 이동하는 교통편부터 숙소·먹거리까지, 카메라를 켠 채 떠나는 그의 운이 좋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휠체어장애인이 탈 수 있는 콜택시가 있지만 자유롭게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배차가 잘 되는 것도 그날 운 좋게 사람 없을 때를 잘 고른 건데, 제가 어찌 그런 상황을 다 알겠어요. 운이 나쁘면 몇 시간씩 콜택시를 기다리다 시간을 버리기도 합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이 돼버린 그의 휠체어가 때론 아쉬운 이유다. 다리이면서도 다리 같지 않은 휠체어가 무탈히 다닐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 지원책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는 전동휠체어 배터리 관리부터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소개하거나 체험하는 모습 등을 다루며 휠체어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함씨는 “단순히 저 혼자 재밌으려고 혹은 단순히 불편함을 표하려고 영상을 촬영·편집하며 채널을 운영하는 게 아님을 알아주셨음 좋겠다. 휠체어 장애인이 다니기 좋은 길은 아이들 유모차를 끄는 부모에게도, 나이 든 어르신에게도 편리하고 좋을 수밖에 없다”며 “한 번은 유튜브 제작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 유모차를 끌던 구독자 한 분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 모두 같이 잘 살 수 있게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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