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상에서 멀어지는 장애인 휠체어
[기획]일상에서 멀어지는 장애인 휠체어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4.18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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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지원액 2005년 이후 동결…유형별 기능 보강은 당사자 몫
사고 시 내구연한 따른 제한 지원…장애계 국가책임 강화 요구 고조
ⓒ연합뉴스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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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휠체어는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몸’이다. 바퀴에 바람이 빠지거나 전동 모터가 고장 나 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누군가 감기를 앓는다거나 한 쪽 다리뼈가 부러져 일상을 망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에 편입됐다. 우선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의료보험 제도 시행 1년 만인 1998년 수동휠체어가 보장 항목으로 추가됐고, 2005년엔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까지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동·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 3가지 항목에 대한 등록장애인 건강보험 급여 지원 대수는 1만8천219대다. 보험 대상이 아닌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의료보험 급여 지원 대수도 8천10대에 달했다. 노인들에게 요양보험을 통해 지원되는 수동휠체어 규모도 한 해 수 백만대 수준이다. 

휠체어는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으나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지원의 벽은 크다. 2005년부터 바뀌지 않은 건강보험 지급기준액이 가장 큰 원인이다.

건강보험 급여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등록장애인에게 지원되는 대신 보조기기 항목별로 일정한 지원 기준액과 교체 연한 등이 정해져 있다. 올해 기준 전동휠체어는 209만원, 전동스쿠터 167만원, 활동형 수동휠체어 100만원, 일반 수동휠체어 48만원 등이다. 기본적으로 고시된 금액 가운데 90%를 공단에서 부담하나 장애 유형과 개개인 생활습관에 맞게 기능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당사자 몫이다.

단적인 예로 좌석을 앞뒤로 움직이는 ‘틸트’ 기능의 전동휠체어는 경사가 있는 길에서도 안정감을 주는 것은 물론 하중을 줄여 욕창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300만원 후반, 많게는 1천만원을 호가한다. 저소득층에 해당하지 않는 장애인이 건강보험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88만원인 만큼 나머지 수백만원은 장애인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보조기기 지원 연한도 문제다. 수동휠체어 기준 5년, 전동은 6년이 지나야만 새 기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매일 사용하는 소모재인 만큼 사회활동 빈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장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데 예상치 못하는 사고라도 나면 큰 일이다. 휠체어는 파손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도 없어 한 번 부서지면 자부담으로 새 제품을 사거나 대여용 임시 휠체어 등에 의존해야 한다. 장애인 대부분 ‘무탈히’ 지급 기한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목돈을 모으곤 하는 이유다.

휠체어를 타는 중증 지체장애인 A씨는 “아직까지 큰 사고 없이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주변에서 교통사고 났다는 얘기라도 들으면 괜히 막막해진다”며 “내후년 지원 시기가 다가와 현재 적금을 붓는 중이다. 그 사이 여러 기능이 있는 수입 제품들이 늘어나 고민이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꾸준한 점검·관리로 휠체어 성능을 최대한 유지해야만 하나 지역별로 보조기기 수리센터 인프라 차이도 크다.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보조기기 수리센터 수는 모두 187곳이다. 서울에 55곳이 설치돼있는 반면 인천, 충북, 광주, 울산 등은 1곳에 불과하다. 서울은 센터 한 곳당 장애인구 7천12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반면, 인천은 센터당 14만8천646명으로 서울의 20배 수준이다. 이어 충북 9만7천839명, 광주 6만9천819명, 울산 5만1천330명 등의 순이다. 수리센터가 2곳 있는 대구도 센터 한 곳당 6만2천641명 정도다. 

장애계에선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겐 필수용품이나 다름없는 휠체어와 관련해 꾸준히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중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투단은 지난달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간 가파르게 물가가 상승했으나 휠체어 지원비는 한 푼도 오르지 않았고, 기술은 고도화됐으나 장애인이 제도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품목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대부분 장애인들이) 더 나은 제품이 나와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보조기기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육·노동하며 사회와 어우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장애계와 정치권, 경제계 인사와 대담을 통해 관련 문제점을 짚고 보완책을 제시한다. 싣는 순서는 ①여행 유튜버 함정균 씨 ②양영환 전주시의원 ③심진원 이디피랩 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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