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없는 서점 장애인편의시설 기준
분별없는 서점 장애인편의시설 기준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7.17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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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서점은 의무, 대형서점은 면제
이동권 보장, 차별금지 입법취지 역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편법) 시행령에는 별표1을 통하여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이용편의를 위한 편의시설(이하 장애인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할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규정하고 있다.

별표1에서 대상시설을 종류별로 열거하면서 건축법 시행령 별표1에 규정된 종류별 건축물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장편법 시행령 제2조에서도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정의”를 규정하면서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5의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에 따른 건축물 중 제1종 근린생활시설 및 제2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운동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공장, 자동차관련시설, 교정시설, 방송통신시설, 묘지 관련 시설, 관광 휴게시설 및 장례식장을 말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장편법 시행령에서 장애인 건축법에 의한 건축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건축물(27개 유형, 주택별도)에 대하여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위 규정처럼 건축법에 의한 건축물 중 일부(19개 유형)에 대하여 규정한 것이다.

그나마 생활 밀착시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1종 및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일정규모(50㎡·100㎡·300㎡) 이상인 것만 의무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장애인 등의 이동약자가 일상생활에서 접근해야 할 많은 공공·공중시설 중 그 절반 이상은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서점의 경우를 보자. 건축법상 서점은 규모에 따라 1천㎡ 미만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고, 그 이상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속한다. 서점외 다수 판매시설의 경우에는 제1종이나 제2종의 범위를 초과하면 별도의 판매시설로 분류하고 있지만 건축법에서는 판매시설의 범위에 서점은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서점은 아무리 대형이더라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 속한다.

그런데, 장편법에서는 제1종 근린시설로 분류되는 서점에 대해서는 50㎡ 이상인 경우 편의시설 의무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50㎡ 이상 1천㎡ 미만의 서점에 대해서는 의무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2종 시설에 대해서는 건축법상의 18개 유형 중 4개 유형(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공연장,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만 편의시설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서점은 누락된 것이다. 서점 외에도 많은 시설이 제외되었지만 서점이 제외된 것은 중대한 모순점으로 드러난다. 소형서점은 편의시설이 의무화된 반면, 오히려 대형서점은 편의시설 의무대상에서 면제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입법 실수가 아닌가 싶다. 

해당 별표에서는 마. 항목으로 판매시설에 대해서 별도로 편의시설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장편법에서 규정하는 모든 공중시설에 대한 정의 건축법에 의한 시설의 종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판매시설에는 서점이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형서점이 장편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잘못된 법령은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필자가 사는 수원에는 대형 알라딘 중고서점이 2곳이나 있지만 계단 때문에 휠체어 접근은 불가능하다. 꼭 가보고 싶었지만 필자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장애인 차별시설이다. 요즘처럼 이동권 보장과 차별금지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이동약자 접근권 보장없이 대형서점을 운영할 수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장편법 시행령이 1998년 2월 14일 제정된 이래 25년이 지나면서 41회나 개정하였음에도 아직까지 이러한 모순점이 발견되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장편법 시행령에서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을 열거한 별표2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앞으로 여러 편으로 나누어 다뤄볼 예정이다.

수원의 2곳에 있는 대형 알라딘 중고서점은 모두 계단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수원의 2곳에 있는 대형 알라딘 중고서점은 모두 계단때문에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사진 네이버 로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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