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못가는 학원과 독서실
휠체어 못가는 학원과 독서실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7.24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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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편의시설 의무 적용대상 제외
관련법 제정 25년 넘도록 제자리 걸음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생활주변의 학원과 독서실. ⓒ소셜포커스

주민들의 거주지와 인접한 곳에 건립돼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건물 또는 시설물을 근린생활시설이라고 한다. 근린생활시설은 「건축법」에 의한 용도별 성격과 건물 바닦 면적의 크기에 따라 제1종과 제2종으로 분류한다. 특정 업종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이 되면 판매시설, 업무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의료의설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학원의 경우 500㎡ 미만이라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지만, 500㎡ 이상이면 교육연구시설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독서실의 경우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다. 일반음식점, 사진관, 기원, 안마시술소, 노래연습장 등도 규모에 관계없이 모두 제2종 근린시설이다. 금융업소나 부동산중개사무소 등은 30㎡ 미만일 때는 제1종, 30㎡ 이상 500㎡ 미만인 것은 제2종이다. 그리고 500㎡ 이상일 때는 업무시설에 속한다.

근린생활시설은 대부분 공중이용시설이다. 주민센터, 우체국, 보건소 등 소규모 공공건물도 포함된다. 따라서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많이 이용해야 할 시설이다. 그러나 공중이용시설임에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접근이 가능한 곳을 찾기란 미로찾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편법)에는 공공건물과 공중시설에 대하여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시설(이하 편의시설) 의무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생활밀착도가 높은 근린생활시설에 대해서는 소규모라는 이유로 90% 이상의 시설에 대해서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의무를 면제해버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12.14.자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시 인용한 자료에 의하면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는 일반음식점의 비율은 95.8%로 전국 대부분의 음식점이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으며, 제과점의 99.1%, 식료품 소매점의 98.0%도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장애인편의보장법이 아니라 장애인편의억제법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2022.4.27.자 장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부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면제대상 면적을 줄이면서 의무대상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다. 식품․잡화․의류․약품 등 일용품 소매점의 경우 편의시설 의무대상 바닦면적 하한선을 300㎡에서 50㎡로 낮추는 등 일부 업종에 대한 편의시설 의무대상 확대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법령 개정 후에 신축하는 시설에만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 효과는 현실적으로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처럼의 의무대상 확대조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아직까지 사각지대가 많이 남아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지난 7월 17일과 7월 21일자로 본지에 칼럼를 통하여 서점, 마을회관 등에 대한 유형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칼럼은 그 세 번째다. 모두 네 차례 걸쳐서 다뤄볼 예정이다.

학원의 경우에는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면 편의시설 의무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500㎡ 이상인 교육연구시설에 되어야 의무대상이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은 500㎡가 넘으려면 현실적으로 대형 입시학원이 아니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대규모인 경우에만 편의시설 의무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생활밀착 시설인 동네학원의 경우 최소한의 장애인 편의시설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근린생활시설 중에서 일용품 소매점, 음식점, 이·미용원 등에 대해서는 50㎡가 넘는 규모일 때 편의시설 의무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따라서 소규모 동네 학원의 경우 출입구에서부터 문턱이 있거나 출입구 문폭 등이 장편법에 의한 규격에 미달하는 경우는 장애인 학생의 경우 학원이나 교습소 등에서 과외수업을 받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된다. 장애인은 교육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 간사로 근무했던 휠체어이용자 A씨(27)가 학창시설 학원을 다니면서 겪었던 일화는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강의실 문 폭이 좁아서 들어가지 못하고 자기 혼자 복도에서 창문 너머 강의실 안으로 목을 빼고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그나마 그 사람은 학원 복도에까지라도 접근했으니 다행이다. 소규모 학원들은 주출입구부터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 이것은 분명한 장애인 차별이다. 학원 운영자도 문제지만 편의시설 의무화 제도를 만들었으면서도 사각지대를 개선하지 않는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

독서실의 경우도 문제다. 독서실은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편의시설 의무대상이 아니다. 휠체어 장애인은 독서실을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한다. 독서실도 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용한다. 장애인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학습권 박탈이다.

장편법이 제정된 지도 25년이 지났다. 제정 당시의 사회환경이나 경제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성장했다. 장애인의 사회활동과 권리욕구 또한 엄청나게 신장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법령도 수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의무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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