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편의법, 근린시설 장애인 접근성 외면
장애인등편의법, 근린시설 장애인 접근성 외면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7.28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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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시설 장애인 접근성 확대 법령개선 시급
금융기관, 중개사무소, PC방 등 편의시설 보장해야
신한은행 수원중앙지점. ⓒ소셜포커스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을 규정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1의 규정이 문제점 투성이다. 이번 칼럼은 근린생활시설의 편의시설에 대한 문제점 네 번째 이야기다.

건축법 시행령에서 분류하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은 총 17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중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서 편의시설 의무대상으로 열거한 시설은 4개 유형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부는 면적 제한을 두고 있어 실효성이 약하다. 사실 17개 모든 유형의 대부분은 말 그대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근린생활시설이기 때문에 장애인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접근이 필요한 시설이다.

그런데 편의시설 의무대상으로 규정된 유형은 일반음식점(50㎡ 이상), 휴게음식점, 공연장(300㎡ 이상), 안마시술소(500㎡ 이상) 4가지 뿐이다. 종교시설, 서점․학원, 사진관․표구점, PC방, 독서실․기원, 금융업소․부동산중개사무소, 제조 및 수리점, 안마시술소․노래연습장 등이 모두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다. 종교시설 등 일부는 500㎡ 미만이 해당되고 일부는 해당 업종 전체가 해당되기도 한다.

이 중에서 서점과 학원 및 독서실의 경우는 이미 앞선 칼럼에서 지적하였으니 이번에는 그 외 시설에 관한 이야기다.

사진관의 경우 규모에 관계없이 모두 2종 근린인데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편의시설 의무는 없다. 필자의 경험이다. 주민등록증이 사진판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어 갱신이 필요했다. 주민센터에 문의하니 증명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은 것은 안 되니 반드시 사진관에 가서 찍어오란다. 필자가 사는 도시를 아무리 뒤져봐도 휠체어가 접근할 사진관은 찾을 수가 없었다. 몇 년을 보내다가 우연히 휠체어 접근가능 사진관을 발견하고 겨우 사진을 찍어서 주민등록증을 갱신할 수 있었다.

PC방의 경우는 어떤가? 건축법에는 인터넷게임시설제공업소, 청소년게임제공업소, 가상현실체험제공업소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또한 장애인 출입금지 구역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왜 대규모인 시설에도 편의시설 의무를 면제하는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금융업소와 부동산중개업소 또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금융업소의 경우 공공성이 워낙 높아서 그런지 법령에 관계없이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곳도 의외로 많다. 건축법에서는 금융업소, 사무소, 부동산중개사무소 등 소개업소, 출판사 등 업무시설로서 30㎡ 이상이고 500㎡ 미만인 시설에 대해서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이들 시설에 대하여 편의시설 의무대상에서 면제하였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금융업소나 중개사무소는 대부분 500㎡ 미만의 근생시설임에도 접근성 보장에서 배제한 것이다.

필자가 신한은행 수원중앙지점에서 겪은 일이다. 입구에는 여러 개의 계단이 있고 계단 옆에 도움벨이 있었다. 도움벨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은행으로 들어가는 다른 고객에게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다. 청원경찰이 나와서 우리 점포는 휠체어 출입이 어려우니 다른 지점으로 가라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수키로 떨어진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나 할까?

부동산중개업소도 문제다. 문턱없는 점포를 찾기란 너무 어렵다. 필자 역시 이사를 자주하면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동산중개업소는 대부분 1층에 소재하는 경우가 많다. 몇 만원짜리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해서 문턱하나만 해소해도 될 텐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 그래서 관계법령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 법령에서마저 면제부를 주어버렸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령이란 말인가? 장애인 등 편의증진 보장이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할 판이다.

제조 및 수리점은 또 어떤가? 필자는 보통 사람보다 팔길이가 짧아서 맞는 옷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양복이나 와이셔츠는 맞춰 입는 경우가 많은데, 문턱없는 양복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문턱없는 양복점을 찾아 다른 도시로까지 이동해야 했다.

건축법 시행령에는 2종 근린시설의 마지막 열거항목으로 안마시술소와 노래연습장을 규정하고 있다. 이 시설은 규모에 관계없이 모두 2종 근린시설이다. 그런데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500㎡ 이상의 안마시술소에만 편의시설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은 안마시술소는 가도 되지만 노래연습장은 가면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오히려 안마시술소보다는 노래연습장 이용빈도가 훨씬 높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지하 등 영세한 소규모 시설까지 편의시설을 의무화 하자는 것은 아니다. 500㎡ 이상의 대형 안마시술소에 편의시설 의무화를 명시했으면, 500㎡ 이상의 대형 노래연습장도 당연히 편의시설 의무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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