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특례 제외 "중증장애인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활동지원 특례 제외 "중증장애인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07.1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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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관련 토론회 개최
일본 "유동적 근로시간, 가산 제도 활용하여 현장 문제 해결"
국내는 특별한 대안없이 7월부터 법 시행.. 각종 편법 난무해..
장애계 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장애계 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얼마나 더 많은 최중증장애인들이 죽어야 합니까?"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특례 제외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증장애인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이 특례 업종에서 제외되어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휴게시간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각 당 국회의원, 정부 부처 관계자, 장애인 단체 실무자 및 최중증장애인 등 200여 명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장애계 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장애계 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 일본 “현장 목소리 반영하여 근로시간, 가산 제도 개선하여 문제 해결”

발제는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리츠메이칸대학 대학원 첨단총합학술연구과 가와구치 유미코 박사가 진행했다.

가와구치 유미코 박사

일본은 지체·지적·정신장애인 등 행동에 어려움이 있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증방문개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공호흡기에 의한 호흡관리를 하고 있는 신체장애인이나 중증지적장애인, 강도행동장애인에 대해서는 8.5~15%의 가산 시간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활동지원사의 안정적인 확보와 운영을 위해 가산 제도를 운영한다. 활동지원사 평균 보수가 1시간당 1,830엔(한화 약19,800원)으로 8시간 근무할 경우 14,080엔(한화 약153,000원)까지 보수를 받고, 행동장애지원 연계하거나 섹션 지원에도 가산 금액을 지원한다.

또 대상자 연계기관의 경우 서비스제공체제의 정비를 통해 양질의 인재를 확보하고 중증장애인에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기관을 엄격하게 평가하여 10~20% 가산 단가를 부여한다.

유미코 박사는 “일본에서도 중증방문개호제도 초기에는 가산제도 등이 없어 중증 장애인 연계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제도 개선을 이뤄갔다”면서 “활동지원사의 경우 최중증장애인을 맡을 경우 여러 가지 가산 단가에 의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고, 연계기관의 경우에도 잘 운영할 경우 가산금액을 더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중증장애인이 블랙리스트에 들어가는 일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활동지원사의 근로기준에 대한 힌트도 제공했다. 국내와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지만, 휴게시간의 기준을 1개월 기준으로 세웠다. 활동지원사가 매월 176시간에서 200시간 안에서 근로하며 휴게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활동지원사 휴게시간의 경우 분산휴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상자가 쉬는 시간에 앉아서 같이 휴식을 취하거나 수면시간에 누워서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 활동지원사 부족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당사자가 직접 활동지원사를 추천하거나 지역 내 대학교 간호학과의 학생들에게 홍보활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면 장애인당사자가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 활동지원사로 추천을 하면 전문 교육을 통해 활동지원사로 활동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장애인당사자의 추천을 받은 대상자는 18년 동안 전문교육 과정을 운영한 ‘사쿠라회’라는 기관을 통해 9시간 교육과 11시간 실습을 통해 20시간 교육을 받고 3일 만에 자격을 취득한다. 교육은 의료적 행위와 장애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 제공에 대한 교육이 제공되고 있으며 자격증을 취득한 대상자는 전국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할 수 있다.

■ 국내 “점점 활동지원사가 절실한 분야가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장익선 위원장
장익선 위원장

이어 국내 활동지원서비스 특례업종 제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 한국근육장애인생명권보장연대 장익선 집행위원장의 발표가 진행됐다.

발제에서는 최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담보로 활동지원서비스를 특례 업종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장 위원장은 “짧아진 근로시간에 따라 활동지원사의 평균임금이 더 낮아지면서 기존 활동지원사들의 이직율이 높아졌고, 활동지원사 성별 분포가 여성에 치우치고 고령화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결국 활동지원사가 심각하게 줄어들어 최중증장애인 연계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문제도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특별한 대안없이 무조건 법을 시행하는 것은 최중증장애인의 생명을 담보로 무책임하게 나몰라라 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점점 활동지원사가 절실한 분야가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정부의 법 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애계 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장애계 단체들은 11일 국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 장애계‧활동지원사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국내 활동지원서비스 특례업종 제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와 반발의 제스처가 확인됐다.

우수형 대표

먼저 활동지원사에게 주어진 현실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요구됐다. ALS 협동조합 우수형 대표는 “최중증호흡기 장애인의 경우 나이제한 없이 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를 선택할 수 있어도록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장애인 석션, 관장 넬라톤 삽입, 위루나 기도절개로 인한 목 주변 소독 등 유사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등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더 이상 묵인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재왕 변호사

이와 같은 주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최중증 근육장애인 2명을 돌보고 있는 권소영 활동지원사는 특례 업종 제외에 대해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4시간마다 대체 활동지원사가 바뀌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온 몸을 보이고 맡겨야 하는게 어떤 기분일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한 적 있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면서 “휴게시간? 확실한 것은 활동지원사의 처우는 더 열악해 졌고, 최중증장애인의 생명을 담보로 쉬었다고 말해야 하는 활동지원사의 상황은 더 처참해졌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을 위해 특례업종 재지정 만이 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재왕 변호사는 “결국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최중증장애인을 맡고 있는 활동지원사의 가산수당을 현실적 체감 수준으로 높이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에서 (가칭)전문활동지원중개기관 지정하거나 전문활동지원사를 양성하는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보건복지부 “활동지원서비스 비용 올리는게 답 아냐” 고용노동부 “특례업종 재지정에 동의할 수 없어”

성재경 과장

최중증장애인의 목소리에 정부 기관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활동지원서비스 질적 개선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성재경 과장은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확보를 진행하고 있으나 서비스의 질적 개선 없이 예산만 올리는 것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지역사회에서 어떤 교육을 진행할지, 활동지원사에게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 현실적으로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라고 답했다.

김윤혜 과장

활동지원사의 근로시간에 대한 답변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김윤혜 과장은 “연장근로 제한 자체가 무제한으로 활용이 되고 휴게시간도 적용이 되지 않는 활동지원사의 근로환경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충분한 논의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특례업종으로 재지정 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근로시간을 52시간 이후까지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활동지원사 건강상의 문제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수당을 높이는게 답이지 근로시간 상한을 정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활동지원 서비스의 특성을 보면 일대일 서비스가 이뤄지고 장애인들의 라포가 형성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이란 규칙을 기계적으로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보건복지부와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 7월 1일 이후 "편법과 눈치 싸움만 가득해" 

지난해 7월 1일 노동 휴게시간 특례 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어들며 활동지원사를 포함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보장받게 됐다. 이에 따라 근로계약서나 취업 규칙에 1시간 휴게시간을 명시한 뒤 실제로 근무를 진행하는 등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편법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휴게시간이 공짜근무로 통한다. 정부가 사회서비스 업종 휴게시간 안착을 위해 활동지원에 1시간짜리 대체근로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등 대안을 내놨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이 진행한 '근로기준법 개정 1년, 사회서비스 가짜 휴게시간 부추기는 정부대책 규탄기자회견'에서 이런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이옥춘 씨는 "사회서비스 노동하는 우리, 특히 활동지원사에게 올해부터 시행되는 휴게시간은 '노동시간'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들에게 활동지원시간 측정 단말기를 30분에서 1시간씩 끄고 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확인된 것처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특례업종 제외가 (최)중증장애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특례업종 제외로 돌리고 다시 장시간 무급 노동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도 결코 작지 않았다. 결국 정부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 빠른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일 뿐, (최)중증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사에게도 지금 이 상황은 매우 불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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