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다 두려운 '장애인 거주시설의 삶'
'코로나19' 보다 두려운 '장애인 거주시설의 삶'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3.0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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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5일 서울광장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 밝혀진 ‘루디아의 집’ 규탄
선한목자재단 법인 취소, 장애인 탈시설 대책 마련 요구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규탄하고 조속한 탈시설 계획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끔찍한 학대 사건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서울시청 광장에 모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는 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선한목자재단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상습폭행, 폭언, 가혹행위 등의 인권침해 문제를 규탄하고 조속한 탈시설 계획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목된 ‘루디아의 집’은 장애인 67명이 거주한 시설로,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거주 장애인이 폭행당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된 곳이다.

이에 인권위는 서울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인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피해자들을 폭행한 시설 종사자 5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해당 시설을 폐쇄 조치하도록 행정 처분도 권고했다.

서울장차연은 지속되는 시설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에 분노하며, 피해자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가 ‘루디아의 집’ 시설거주인 전원에 대해 장애인지원주택이나 자립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는 탈시설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금천구는 지난 2월 21일 피해자 11명에 대한 긴급분리 조치를 시행했다. 서울시는 시설 피해자중 6명을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하고, 1명을 장애인쉼터로, 1명을 자택귀가 시켰다.

그러나 본인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은 3명과 기존 54명은 아직 ‘루디아의 집’에 거주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욕구조사를 통해 향후 전원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규탄하고 조속한 탈시설 계획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평생을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 살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울시가 욕구조사를 한다는 것은 너무 웃긴 이야기”라고 비꼬며 “장애인 권리중심의 지역사회 탈시설 정책 수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회장은 “시설 장애인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장애인 탈시설 계획을 함께 마련해 나가자”며 서울시에 손을 내밀었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열악한 인권 환경을 질타하는 외침도 확인됐다. 서울장차연 문애린 대표는 “집단거주시설은 장애인에게 질병의 재난과도 같다”며 “언제 어떻게 시설에서 죽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는 장애인의 인권재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문 대표는 “평생을 시설 바깥으로 나올 수 없었던 사람에게 세상에 나가겠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 것 같나”라며 “정부도, 다른 지자체에서 하지 못했던 탈시설 방안을 이번 기회에 서울시가 먼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규탄하고 조속한 탈시설 계획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인권위 권고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타났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종옥 대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부모가 장애아동을 데리고 서울광장에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말 안 듣는다고 고추냉이를 먹이고, 엉덩이를 때리고,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는 그곳에 우리 아이들이 살고있다”며 울먹였다.

이어 김종옥 대표는 “서울시는 선한목자재단의 법인설립허가 취소와 ‘루디아의 집’ 폐쇄를 조속히 이행하라”며 “해당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서울광장에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장차연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시와 탈시설 정책 마련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장차연은 ▲탈시설 지원계획 즉각 수립 및 이행 ▲루디아의 집 거주인에 대한 탈시설 계획 즉각 수립 ▲선한목자재단 법인허가 취소, 루디아의 집 폐쇄 이행 ▲프리웰과 인강재단 산하 236명 탈시설 약속 이행 등을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규탄하고 조속한 탈시설 계획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규탄하고 조속한 탈시설 계획마련을 요구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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