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목숨을 더 이상 예산으로 재단하지 말라"
"장애인 목숨을 더 이상 예산으로 재단하지 말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7.03 12: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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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부모연대 등 지난 1~2일, 서울지방조달청 기점으로 철야 전동행진
장혜영 의원, "복지부 '감염병 매뉴얼' 장애인 탓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등 장애 현안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1일 서울지방조달청 앞 집회를 기점으로 전동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잠수교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이튿날 국회 앞에서 시위를 마쳤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단체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등 장애 현안에 대한 정부의 응답을 요구하며, 지난 1일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동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달청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잠수교로 이동해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앞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간 뒤 이튿날인 2일 국회 앞에서 행진을 마쳤다.

서울 조달청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문해 예산에 대해 논의하는 장소다. 주최 측은 그 앞 3개의 차선을 확보하고 "더 이상 장애인을 예산에 가두지 말고 약속한대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며 소리쳤다.

집회 참석자들 맨 앞줄에 앉아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 ⓒ소셜포커스

이날 1부 장애등급제 가짜폐지 1년 규탄 집회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장애등급제는 지난해 7월 폐지됐지만 장애당사자들은 '수요자 욕구 중심 서비스'는 전무하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장애정도를 판단할 목적으로 도입한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이하 종합조사표)'는 "6개였던 등급을 15개로 쪼갠 것뿐"이라는 면박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종합조사표상 1구간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0명이다. 사지마비 최중증장애인도 돌봐줄 가족이 없다면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혼자 지내야 한다. 2구간부터 10구간까지도 조사 대상자 중 10%에 못 미치고, 85%가 12구간에서 15구간에 몰려있다. 대다수는 월 60~150시간에 상당하는 활동지원서비스 급여로 살아가는 것이다. 전문성과 장애감수성이 부족한 조사원의 '날림 조사'도 여러번 지적받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종합조사 도입으로 활동지원 급여량이 평균 120.4시간에서 142.6시간으로 늘었다며 "종전 장애등급제에서 시행됐던 인정조사에 비해 개선된 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집회에 참석해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를 규탄하고 "21대 국회에서는 꼭 장애 현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소셜포커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가 아직 요원하기에 궃은 날씨에도 1년 전처럼 다시 모였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지난 달 23일 발표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강하게 규탄했다. "코로나19 첫번째 희생자인 장애인은 청도 대남병원 폐쇄정신병동에서 20여 년을 갇혀 살며 감염에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상태였다. 장애인이 장애 때문에 죽었다는 매뉴얼이 어떻게 매뉴얼이냐"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공감하는 모든 의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노력할 것"이라며 의지를 표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더불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와 탈원화 로드맵 마련을 요구했다.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합리적인 대안 제시할테니 농성을 그만두라길래 그만뒀는데, 주거 기준만 간신히 폐지하고 생계, 의료 기준은 그대로"라며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시설폐지법에 대한 논의도 전혀 없다"며 "진정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생계, 주거 등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석 이사장이 '장애인 숨통 조르는 정부 예산 책정'을 의미하는 밧줄을 들어보이고 있다.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활동지원서비스 급여가)80명은 올랐으니 감사하라고 하는데 다른 20명의 급여는 떨어졌다. 복지부는 급여 하락의 이유를 당사자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복지부를 규탄했다. 이어 "장애인들은 더 이상 집에서, 시설에서 잠수타고 있지 않겠다"며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장애인시설폐지법 마련 등 공약을 이행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박경석 이사장은 장애등급제를 장애인의 목을 조르는 밧줄에 비유하는 행위 퍼포먼스로 집최 참여자들의 사기를 독려하며 1부 집회를 마쳤다. 

이날 조달청 앞 집회에는 빈곤사회연대 등 사회약자인권운동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해 연대했다.

전동휠체어들의 뒤를 따라 행진하는 휠체어 비이용자 행렬. ⓒ소셜포커스
집회 참가자들의 행로를 확보하고 있는 의경들. ⓒ소셜포커스
집회참가자들은 시위차량을 따라 잠수교를 향해 행진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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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 2020-07-06 14:08:25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