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3년 멀어진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또 3년 멀어진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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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지난 10일 결정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라면서… 부모나 자식이 9억 이상 주택 살면 탈락
비수급빈곤층 73만명인데 의료급여 수급자 20만명 늘린다… 지자체에는 "예산 아껴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지난 10일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문재인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임기 안에 단계적으로 '완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사실상 파기했다.

장애인권단체와 빈곤사회연대 등이 지난 10일 회의가 진행중인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벌인 릴레이 삭발 투쟁이 무색해졌다.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서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31일 열린 제60차 회의에서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던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다.

이 내용을 담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은 문 정부 임기가 끝난 후인 2023년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의 기틀이 된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또 3년 멀어지고 말았다.


■ 기준 중위소득은 상향, 고소득·재산 가족 있으면 생계급여 탈락

10일 세종정부청사 앞 결의대회 중 모습. ⓒ소셜포커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기준 중위소득 산출 방식을 변경해 수급권 재산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원을 기존 가계동향조사에서 국가공식소득통계원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이하 가금복)로 변경하고, 현재 기준 중위소득(2018년 기준 452만원)과 가금복 중위소득(508만원) 간의 격차를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계를 잇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일정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을 받지 못했던 빈곤층의 수는 줄어들겠으나, 가족과의 연이 끊긴 빈곤층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대상을 2021년에 노인과 한부모 가구로 정하고, 2022년에는 그 외 가구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약 18만 가구(26만 명)이 생계급여를 신규로 지원받게 될 것이란 예측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고소득, 고재산(연소득 1억 원 또는 부동산 9억 원 초과)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기준 적용이 계속 된다. 1촌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의 소득합 또는 재산합 어느 하나라도 기준선을 초과할 경우에 해당한다. 

지난 3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 3천만 원이다. 부동산 114의 조사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6월 셋째 주 이후 11주 연속 올랐다. 십수년 전에 연을 끊은 부모나 자녀가 서울에 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수급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주택 가격이 올라 9억 원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가족의 부동산 정보가 조회되는 즉시 생계급여가 중단되는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 의료급여 '보장성 강화' 위해 1조 쓰겠다더니… 예산 아끼는 지자체 포상한다?

복지부는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19만9천 명 새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1월부터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은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의료급여 대상이 되고, 의료급여를 통해 포괄하기 어려운 차상위 희귀난치, 중증질환자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 적용한다.

그러나 2018년 실시한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않는 비수급빈곤층이 73만 명에 달하는 데에 비해 한참 모자르는 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지부는 MRI나 초음파 등 비급여 검사항목, 면역항암제와 같은 의약품 등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데에 향후 3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수급권자가 부담하기 어려운 급여 항목 가격도 인하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자체 의료급여 재정지출 자율절감 목표제' 도입으로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장이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중 '지자체 의료급여 재정지출 자율절감 목표제' 내용. ⓒ소셜포커스 (제공=보건복지부)

의료급여 재정지출 자율절감 목표제란 지자체가 재정누수요인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재정지출 절감 목표를 달성한 지자체는 '재정관리 우수 지자체'로 선발돼 평가 가산점과 포상금을 받는다.

비수급빈곤층 73만 명에게 수급권을 주는 대신 1조 원을 투입해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겠다더니, 지자체에는 의료급여 예산을 아끼라며 포상까지 내걸었다. 정부가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2차 계획 발표에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병원 문턱도 못 넘는 빈곤층에게 '문재인 케어'가 무슨 소용이냐"며 "의료급여를 결코 확대하지 않겠다는 관료들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10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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