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폐쇄 병동ㆍ거주시설 장애인을 죽게 하나?
누가 폐쇄 병동ㆍ거주시설 장애인을 죽게 하나?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2.26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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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6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정부의 장애인 시설 '코호트 격리'... 집단 감염 이유로 지목
인권위 긴급 진정 통해 '장애인 치료권' 주장
국가인권위원회에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폐쇄 병동이나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26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집단 수용 격리 병동에서 죽어가는 장애인의 삶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전장연은 정신의료시설 폐쇄병동에서 장시간 살아왔던 정신장애인들이 코로나19 감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의료지원 없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현실과 거주시설에서 감염병을 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삶을 낱낱이 조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단 수용 격리 병동에서 죽어가는 장애인의 삶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소셜포커스

장애인 단체들은 폐쇄병동이나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정부가 ‘코호트 대응’으로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한 것이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미흡한 조치가 심각한 장애인 사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코로나19가 처음 시작한 중국 후베이성의 전체 확진자 중에서 사망한 비율이 3.3%인 것에 비해, 청도 대남병원은 약 2배 수준인 5.5%를 넘어선다고 지적하며 장애인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전장연 변재원 정책국장은 “정신장애인이 오랜 시간 살아온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은 명백한 의료기관이지만 코로나 전염 확산을 막거나 치료하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바이러스 발생지보다 무섭게 퍼지는 위험지역에 장애인을 가둬두는 정부의 코호트 대처는 장애인 학살”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변 국장은 “장애인은 결코 희생의 전제가 아니다. 누구나 오늘 당장 장애를 가질 수 있다”며 “정부와 인권위, 복지부는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셜포커스

폐쇄병동 안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요인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6인 1실 그대로 유지한 채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것은 경증을 중증으로 만드는 전염병 인큐베이터와 같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미흡한 대처 하나가 장애인 집단 확산이라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치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확인됐다. 대한신경학회 백종우 이사는 “장애를 이유로 원활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진정한 인권 차별이고 침해”라며 “정신장애인의 유일한 선택지가 병원이나 폐쇄병동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시설에 장애인도) 현재 있는 정신병동에서 나오거나 최소한 1인 1실에 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시설 장애인의 삶을 조명하며, 장애인 치료권 보장을 주장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소셜포커스

장애인의 억울한 죽음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부회장은 “코로나19의 두 번째 사망자가 격리 병원으로 가는 길은 10년 만에 외출이었다”며 “오랜만에 외출해서 너무 좋다는 말이 마지막 한마디였다”며 폐쇄병동 정신장애인의 삶을 조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감염전문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취약계층이 아니었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국가가 장애인을 수용시설에 가둬두고 코호트 격리로 비참하게 죽인 것”이라며 분노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장애인 감염병 대응 지침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구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진정서를 제출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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