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단풍이 아름다운 대구에서
가로수 단풍이 아름다운 대구에서
  • 조봉현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12.03 08: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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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고택에서 본 장애인 편의시설의 지향점

온 산천이 붉게 물들어 가던 약 한달 전, 볼일이 있어 대구에 갔다.

동대구역에서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3호선으로 환승했다. 3호선은 전구간이 지하철이 아니라 모노레일로 되어 있어서 공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가로수와 공원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다. 움직이는 전망대라고나 할까? 공중에서 단풍든 가로수나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것도 휠체어를 탄 나만이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구경거리였다. 플라타너스 단풍도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특히 어린이대공원이나 팔거천을 지나면서 내려다본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구는 분지라는 지형조건상 과거 한때 여름철마다 대구시의 기온으로 우리나라 더위의 척도로 삼을 만큼 무더운 지역이다. 대구광역시에서는 더위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과거 오랫동안 도로녹지에 많은 행정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폭서철마다 대구의 기온이 몇 도까지 올라갔네, 하는 말은 듣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이젠 모노레일과 함께 가로수도 하나의 멋진 관광자원이 된 것 같다.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내가 용무를 보았던 지역에서 늦은 밤에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헤매다가 어렵게 호텔을 찾아냈으나, 그 호텔의 출입구에 턱이 하나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좀 더 발품을 팔아 인근에 있는 다른 숙박업소로 갔다. 모텔이었다. 그 모텔에는 입구에 경사로가 있었는데, 경사가 심해서 좀 위험해 보였지만, 주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턱을 넘었다. 기준에 맞지 않아 좀 위험해 보였지만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심야에 또다시 거리를 헤매야 한다는 생각에 그나마 고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의 접근성이 모텔보다 못하다니 참 황당한 일이다.

이튿날 움직이는 전망대 3호선 전철 전 구간을 다시 한 번 타보려고 아침 일찍 나섰다. 아침식사부터 하고 싶었으나 전철역까지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음식점은 많았지만, 조식은 고사하고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없었다. 전철에서 중간 중간 경치가 좋거나 이름난 곳에 내려서 구경도 하고 마땅한 식당이 나오면 아침식사도 하려고 했으나, 조식이 되고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맛 집으로 소개된 곳도 출입구 턱으로 인해 휠체어를 허용하지 않았다.

구경하면서 식당을 찾느라 아침도 못 먹었는데 어느새 점심시간까지 되었다. 식사문제만 생각하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식당가를 찾아가면 되겠지만, 시내구경을 하면서 턱없는 식당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배가 몹시 고팠다. 맛 집이고 뭐고 간에 턱없는 식당만 나오면 무조건 들어가서 허기부터 달래리라 마음먹고 명덕역에서 내려 대명동으로 갔다.

식당이 많은 골목으로 가서 한참을 헤맨 끝에 계단은 몇 개 있지만 경사로가 잘 갖추어진 식당을 발견하였다. 너무나 반가웠다. 그런데 경사로 위 출입문 바로 앞에 놓인 화분이 휠체어 통로를 막고 있었다.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로 휠체어가 들어가야 하니 화분 좀 옮겨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런데 헐~, 수화기에서는 “경사로를 올라오셔도 현관으로 들어오시면 다시 실내로 올라오는데 턱이 하나 있어서 휠체어는 못 들어옵니다”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면서 허기가 엄습해 왔다. 얼마 만에 찾은 식당인데…. 외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한 까닭은 휠체어 장애인을 배려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 올리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다시 거리를 헤매다가 어렵사리 경사로가 있는 식당을 발견하였다. 진설옥이라는 식당이었다. 문이 닫혀 있어 유리문 너머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젊은 종업원이 재빨리 문을 열고 나와 나를 안내하였다. 의자를 치우고 자리를 잡아주면서 서빙을 했는데, 같은 말이라도 어쩌면 그렇게 친절한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른 직원들로 친절했고 맛도 있었다. 별로 큰 식당은 아니었지만 벽면에 많은 상장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사의 식당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오후에는 근대골목으로 가 보았다. 이상화 고택에 들렀더니 매우 인상적인 편의시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유적지나 고택에 가면 본래의 유적이 훼손된다는 핑계로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는 곳이 많다.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로 인해 장애인에게 허용되는 관광범위가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상화 고택의 경우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고택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도 마당에서 실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출입구 앞에 마당을 파내고 지면과 같은 높이로 승강기를 매립형태로 설치하여 벨을 누르면 직원이 나와서 도와주는 식이었다. 고적지에 가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마당에서 그냥 외관만 둘러보고 돌아가려 했으나, 장애인을 위한 호출 벨이 보이기에 호기심 삼아 눌러 보았다. 그랬더니 안내원이 곧바로 달려 나와서 승강기를 타고 실내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덕분에 실내의 전시물도 모두 구경할 수 있었다.

이상화 고택은 고택이나 유적지에서도 인식만 조금 바꾸면 얼마든지 편의시설을 갖추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수준의 관광을 즐기게 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단풍든 플라다나스 가로수, 그리고 모노레일 선로
단풍든 플라타너스 가로수와 모노레일 선로
식당마다 출입구 턱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다.
식당마다 출입구 턱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다.
모처럼 설치된 경사로마저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모처럼 설치된 경사로마저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장애인 접근성은 물론 맛도 좋고 친절했던 식당
장애인 접근성은 물론 맛도 좋고 친절했던 식당
본래의 시설물에 구조나 경관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편의시설을 갖춘 이상화 고택, 장애인도 마당에 설치된 승강기를 타고 실내출입이 가능하다.
본래의 시설물에 구조나 경관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편의시설을 갖춘 이상화 고택, 장애인도 마당에 설치된 승강기를 타고 실내 출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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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12-03 09:29:33
일반식당, 숙박업소뿐 아니라 공공시설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들이 없어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수 있는곳은 더더욱 없어요.
언제쯤 마음놓고 다닐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