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공원은 장애인 차별 시범공원 [ 2 ]
여의도 공원은 장애인 차별 시범공원 [ 2 ]
  • 조봉현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0.04.03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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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만 고집하는 시설은 휠체어, 유모차, 노인보행기 막는 주범
엉터리 BF인증... 곳곳에 이동약자 통행 장벽
불편시설에 대한 시정요구에도 불편시설은 오히려 증가
공원내 숲길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여의도공원의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은 아스팔트 광장으로 이루어진 문화마당ㆍ잔디마당만 BF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소셜포커스 

여의도공원 생태의 숲은 주변의 도로에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몇 군데의 진입로가 있지만 진달래 화장실 뒤쪽의 데크 진입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단이다.

이 공원은 평지에 조성되어 고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계단으로 하지 않고 완만한 경사로로 만들었어도 충분한데 아쉬움이 크다. 계단이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단차나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 장애인의 출입은 물론 유모차나 노인들의 통행에도 불편을 준다. 재앙이나 다름없는 출산율 저하로 고민하는 나라에서 아기를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도 유모차 통행로를 충분히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비하여 노인들의 무릎관절을 지키고 안전한 보행환경을 위해서도 계단을 최대한 줄이고 완만한 경사로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바퀴가 달린 노인보행기에 의지하여 보행하는 노인들이 많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편리하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접근권)에는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8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제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 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휠체어와 유모차, 고령 노인 등이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할 공원 통행로를 꼭 계단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 소셜포커스 

여의도 공원은 잔디마당이나 전통의 숲에는 넓은 포장도로도 있고 숲속이나 잔디밭 나무사이를 산책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원의 숲속 오솔길을 거닐면서 자연을 음미하고 휴식을 갖는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장애인은 차별받고 있다. 

공원에는 포장도로에서 숲속 산책로로 진입하는 통로가 수십 개나 된다. 그러나 없애야 할 단차가 휠체어 출입을 가로막는다. 휠체어 장애인이나 유모차, 노인보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숲속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포장된 넓은 도로만 뱅뱅 돌다가 나가야 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는 차도와 보도사이의 경계석은 단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석(다운석)으로 시공하되, 2cm가 넘는 단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불편 없이 통행하는데 허용되는 단차는 2cm이내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휠체어 통행이 필요한 곳은 횡단보도가 아니더라도 이 규정이 준용되어야 한다.

일부의 숲속 산책로는 요철이 심한 노출판석이나 요철 블럭 등을 사용함으로써 휠체어 등 바퀴달린 보행지원 장비의 사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도로에서 숲속 산책로로 진입하는 통로는 단차로 인해 휠체어 등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법령에서는 이러한 경우 경계석을 다운석으로 시공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도로에서 숲속 산책로로 진입하는 통로는 단차로 인해 휠체어 등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법령에서는 이러한 경우 경계석을 다운석으로 시공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 소셜포커스
도로에서 숲속 산책로로 연결되는 수많은 통로가 있지만 한결같이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단차를 형성하고 있다. 일부는 들어가더라도 통행이 어려운 요철이 심한 구조이다. 법령에서는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단차를 2cm 이내로 보고 있는만큼 여기에서도 준용되어야 한다.
숲속 산책로로 연결되는 곳은 한결같이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단차가 있다. 일부는 들어가더라도 통행이 어려운 요철 구간이다. 법령은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단차를 2cm 이내로 보고 있는만큼 여기에서도 준용되어야 한다. ⓒ 소셜포커스

잔디마당과 전통의 숲 안에는 2개의 연못이 있다. 연못 주변으로는 연못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4개의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한군데를 빼놓고는 모두 단차가 있어서 휠체어 등 보행 장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조망대도 그림에 떡이다.

도로에서 조망대로 진입하는 통로는 수평으로 설치되어야 휠체어나 유모차, 노인보행기 등 바퀴달린 보행 장비가 쉽게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곳을 제외하고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나머지 세 곳은 단차가 가로 막고 있다. 불과 10~20cm 높이의 단차로 인하여 장애인 등 보행 장비를 이용하는 시민은 이곳을 이용할 수 없다.

연못 내부의 풍경은 구경하지도 못하고 조망대만 쳐다보며 돌아서야 한다. 같은 회사에서 시공을 했을 텐데, 단차 없이 시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차가 발생하도록 시공을 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

또한 한 곳은 진입로를 경사지게 시공하여 무장애 시설을 구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시 경계석에 단차가 있고, 경사로 위는 심한 요철이 생기도록 시공하여 휠체어 등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연못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조망대에도 단차가 있어서 휠체어 등 보행 장비를 이용하는 시민은 이용이 어렵다. ⓒ 소셜포커스

잔디마당 안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 동상 주변에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조형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조형물들은 돌출그림 형태로 바닥에 누워있기 때문에 근접해서 내려다봐야 볼 수 있다.

조형물이 설치된 이곳은 사방으로 높지도 않은 5~10cm정도의 단차가 형성되어 있어 휠체어는 근접이 불가능하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위대한 정신을 음미하는데도 이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잔디마당 구역은 군데군데 아담한 미니정원들이 조성되어 있다. 3년 전에는 없었던 시설인데 해마다 가을에 개최해온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몇 개씩 설치됐다. 각기 다른 주제로 구성된 미니정원은 10여 곳 넘게 조성되었다. 그러나 미니정원 역시 휠체어는 접근할 수 없다. 통로에 높은 단차가 있거나 몇 개 층의 계단이 가로막고 있다.

공원내 세종대왕 동상의 주변으로 대왕의 업적을 소개하는 조형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조형물의 앞면에는 설명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 돌출그림이 설치되어 있으나 모두 단차를 넘어가야만 그림을 볼 수가 있어서 휠체어 접근은 불가능하다.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는 대왕의 업적을 소개하는 조형물들이 둘러싸고 있으나 모두 단차가 있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 소셜포커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11월 여의도공원의 각종 시설을 정비하여 첫 무장애 공원으로 조성한다면서 각종 보도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리고 2014년도에 LH공사로부터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BF인증을 받을 때 생태의 숲과 전통의 숲 구역은 제외했다는 것이 정확한 진실이다. 실상은 아스팔트 광장으로 이루어진 문화마당 구역과 잔디마당 구역만 BF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공원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숲 구역은 빼고, 그대로 두어도 될 아스팔트 광장과 잔디마당만 BF인증을 받았다는데…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그리고 2016년도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관계자가 직접 방문하여 시정을 요구했다. 또 2017년도에는 필자가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시정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하여 개선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에도 장애인 불편시설이 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공원을 최근 둘러보니 잔디마당의 곳곳에 설치된 미니정원들은 2017년도 이후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도 몇 군데 공사한 흔적이 확인됐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공원 내 장애인 불편시설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시설을 개선하기는커녕 그 이후에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서도 장애인 등의 불편에 관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공원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호소해온 것이 어쩌면 이렇게 철저히 무시될 수 있었을까?

잔디마당 곳곳에는 예쁜 미니정원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한 소정원들을 감상하는 것도 제발로 걸을 수 있는 사람들만의 특권인가. 여기서도 약자는 차별을 받는다.
잔디마당 곳곳에는 예쁜 미니정원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미니정원을 감상하는 데도 휠체어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은 차별 받는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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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2020-04-06 16:36:57
여의도공원의 외곽길 즉 자전거도로 이외에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적입니다.